그의 마지막 인사 코너스톤 셜록 홈즈 전집 8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에 우리 집에는 책이 없었다. 나이 차가 많은 오빠와 누나,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부모님은 어린 나를 남의 집에 맡겨두고 생활전선에서 힘겹게 삶을 이어나가셨다. 그러기에 친구들 집에서 흔히 보이던 위인전 전집은커녕 내가 읽을만한 책은 전혀 없었다.

이런 집 분위기는 나를 독서와 멀리하는 아이로 성장시켰다. 그러다가 뒤늦게 독서로 입문하게 된 것은 바로 추리소설이었고, 그 중에서도 셜록 홈즈였다. 셜록 홈즈를 처음 만난 것이 벌써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기 전이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내가 번 돈으로 책을 하나씩 구매하게 되면서 서재를 꿈꿔왔고 십 년 전 쯤에 꿈에 그리던 나만의 서재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책장에 전집으로 처음 장만한 것이 바로 셜록 홈즈였다.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두 번째 셜록홈즈 전집을 장만했다. 이번에 나온 셜록 홈즈 전집은 번역과 출판사가 다르고 양장본이 아니어서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셜록홈즈의 시리즈를 읽어가면서 아쉬운 점은 이 시리즈가 조만간 끝난다는 것이다. 벌써 8권 그의 마지막 인사다. 제목에서 벌써부터 이별이 느껴진다. 홈즈는 이렇게 돌아오자마자 이별을 이야기한다. 시리즈를 지나칠 때마다 어느덧 홈즈 식으로 생각해보고 사건의 결말이 얼추 보이기 시작하면서 어느 덧 독자는 왓슨의 시점에서 홈즈의 시점으로 이동해간다. 그리고 드디어 홈즈가 직접 저술하는 이야기도 접하게 되면서 막상 사건에 대한 본질은 잊고 그와 함께 하고 있음에 즐거움을 느낄 뿐이다. 이래서 영국에는 셜록 홈즈 박물관도 있고 그를 추종하는 모임이 백 년이란 시간의 차이를 두고도 존재하고 그를 실존 인물로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이리라.

 

죽어가는 탐정에서 결코 홈즈의 죽음이 두렵지 않다. 어느덧 홈즈의 방식을 알고 있기에 그의 변장술, 그의 타고난 연기력을 알고 있고 또한 아직 시리즈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기에 그의 병은 연기라고 단언하게 된다. 또한 또다시 국제적인 문제가 대두되는 브루스파팅턴 호 설계도, 그의 마지막 인사도 쉽게 홈즈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등장인물, 왓슨의 서술 방식만 이해해도 누가 범인인지 쉽게 추리하는 단계로까지 어느덧 독자는 나아가있다. 독자는 어느덧 왓슨이고 홈즈이며, 아서 코난 도일이 되어 있다. 그리고 서서히 까칠한 탐정과 이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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