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생각하는 일본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가볍다’는 것이다. 그들만의 유머코드는 신선함과 엽기를 넘나들며 한일문화교류에서 유일하게 일본의 완승으로 문학 분야가 차지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본소설을 하나씩 접하면서 가벼움의 여러 가지 형태를 만나게 되었다. 가벼움이 단순한 가벼움만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일본 소설의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한 남자가 갑자기 죽음을 선고받고 하루씩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세상에서 하나씩 없앤다는 내용이다. 역시 소재부터가 일단 신선하다.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주인공이 겪는 사건을 가벼운 터치로 서술한다. 달콤한 유혹을 건네는 악마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어딘가 좀 허술해 보이기까지 하다.

얼떨결에 없앤 전화에 이어 영화, 시계로 인해 주인공은 하루씩 생명을 연장하며 지나온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첫 사랑과 만나본다. 그러나 죽음을 고백한 그에게 그녀는 약속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그의 나쁜 점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녀의 만나는 동안 그녀와 관련된 것들을 기억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헤어져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인공은 못된 남친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세상에는 없앨 게 무수히 많다며 인간의 평균 수명 이상을 살 수도 있겠다며 생각했다. 그러나 악마의 마술로 말을 하게 된 고양이 양배추와의 대화에서, 헤어진 여자 친구와의 대화에서 그는 이전에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거리를 두게 된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아예 발길까지 끊은 그에게 마지막 순간 그가 해야 할 일은 ….

 

가볍게 시작한 이야기는 깊은 감동으로 주인공이 자전거 페달을 밟는 발에 응원을 보내는 독자의 눈물로 끝을 맺는다. 가볍지만 그 여운마저 결코 가볍지 않은 감동이 마지막 책장을 무겁게 만든다.

 

이야기의 연결방식이 아주 매끄럽다. 억지스럽지 않은 구성이 좋았고 강요된 감동이 없어서 더욱 좋았다. 그래서 이야기는 힘을 잃지 않고 오히려 더욱 큰 감동을 독자에게 안긴다. 조금은 부족한 듯한 주인공을 비롯한 캐릭터들은 오히려 이야기의 집중도를 높이고 작가의 필력이 느껴지는 적재적소의 문장들은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가와무라 겐키.

기억해야 할 작가가 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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