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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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의 신간 <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장편소설입니다. 시작부터 작가를 언급하는 것은 이 소설을 충분히 소화하기 위해서는 작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맥브라이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출신 자체가 흑인과 유대인의 혼혈이다 보니 미국에서는 가장 차별이 심한 집단의 교집합 즈음에 속해 있는 사람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유색인종들은 거의 대부분 정체성의 문제를 겪는 것 같습니다. 맥브라이드도 마찬가지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의 구조적인 문제와 유색인들의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메이징 브루클린>이 1960년대 뉴욕의 빈민가를 무대로 한 소설이라면 <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미국의 대공황 시대인 1930년대 펜실베이니아주 포츠 타운의 한 가상 마을 '치킨힐'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작과 유사하게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시작해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과 사회 전반의 문제까지 큰 틀에서 아우르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두 작품에서 보이는 맥브라이드의 시선과 태도는 거의 동일하게 느껴집니다. 


한국 사회에도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주자의 지속 유입으로 다문화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인종차별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을 고려하면 이런 문제가 아예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적어도 우리가 함께 공감하고 이해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오래전 미국 사회의 문제를 다룬 소설임에도 오늘날 우리 독자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일이 이 식료품 점을 중심으로 일어납니다. 소설 내 가장 극적인 사건 역시 하늘에 거주하는 백인 닥이 나타나면서 벌어집니다. "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서로 다른 배경과 문화와 환경 속에 살아가는 유색인종들이 어울리고 교류하며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는 허브입니다. 저자는 다양한 인종의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돌보며 꾸역꾸역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입부에 이야기에 흥미를 더하기 위해 의문의 죽음에 대한 단초를 던지고 시작합니다.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더하면서 과거에 일어난 일을 파헤치는 과정에 의문을 풀어나가고자 하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런데 소설을 읽다 보면 도입부의 그 죽음을 까맣게 잊게 됩니다. 도입부 죽음의 의문에 대한 해결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누구도 도입부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결말부에 가서야 이 의문의 원인이 나오는데 제가 이미 그 도입부를 잊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의문의 사건을 배치했으면 중간중간 떡밥을 잘 뿌려서 긴장과 텐션을 유지하면서 결말부에 전말을 밝히면서 파괴력 있는 스토리가 완성되면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이게 뭐지? 그저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했고 대단한 의미는 없었다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허탈한 마음이 들게 됩니다. 이는 그다지 좋은 방식이 아닙니다. 소설적 장치로는 실패입니다. 워낙 도입부와 결말의 이 부분이 소설 내용에 미치는 영향이 없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다행히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상당히 개성 있고 매력 있게 묘사됩니다. 각 캐릭터의 입장과 말과 행동이 다 납득이 가고 잘 이해됩니다. 그만큼 인물 설계가 상당히 좋습니다. 다만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이어지는 이야기가 그리 유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제 기억에 <어메이징 브루클린>에서는 이어지는 이야기들 간의 조직력이 더 쫀득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비슷한 스타일의 이야기라 상대적으로 신선한 느낌이 줄어서 아쉬운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읽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고, 생각할 것이 많았으며 나와 내 주위를 돌아보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의미는 충분히 훌륭한 소설입니다. 잘 몰랐던 1930년대 미국 유색인종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미국 내 인종 갈등의 역사를 환기해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우리도 고민해야 할 문제가 펼쳐지고 있어 좋았던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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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이기는 불편한 심리학
다카시나 다카유키 지음, 신찬 옮김 / 밀리언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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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었습니다만, 그다음 문장 "돌고래도 분노하면 사이코패스가 된다!"까지 해야 완성이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사실 저도 이번에 처음 들었으니까요. 크흠. 크흠흠.. 에.. 또.. 돌고래가 원래 상당히 유순한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갑자기 폭발해서 동료 돌고래나 어린 돌고래, 또는 다른 물고기 등을 공격하고 잔혹하게 괴롭히기도 한다고 해서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살다 보면 '아 이 자식 사이코패스 아냐?'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상황을 맞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평소에 조용하고 멀쩡하던 인간이 갑자기 급발진해서 미친 짓거리를 하는 경우 당황스럽죠. 제가 그리 붙임성이 있거나 사근사근해 보이는 비주얼은 아니어서 저한테 지랄을 떠는 인간은 딱히 만나본 적은 없지만 뭐 좀 착하고 소심하고 만만하다 싶으면 유독 이상한 짓거리를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가끔, 아주 가끔 볼 수 있습니다. 하는 짓을 보면 프로페셔널한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 같은데 비슷하게 흉내 내는 경우가 제법 있잖아요. 고마 멱살 잡고 날라 쌍 빰따구를 날리고 싶은 그런 인간들 말입니다.


이 책 <화를 이기는 불편한 심리학>은 그냥 화를 참는 방법 같은 평범한 심리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 아닙니다. 유사 사이코패스들이 넘치는 사회에서 어떤 이유로 그따구 짓거리를 하게 되고, 그들의 발작 버튼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차분차분 하나하나 쉽게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한 주제와 범위를 한정하고 쓸데없는 사족 없이 딱 필요한 설명만 명료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읽기 쉽고 이해하기 좋고, 지나치게 이론적이지도 않습니다.


이 책 <화를 이기는 불편한 심리학>은 진짜 리얼 내추럴 본 사이코패스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그런 인간들은 그냥 사패니까요. 사이코패스가 왜 사이코패스가 되는지 뇌과학, 심리학으로 설명을 시도한 책들은 제법 있으니까요. 이 책은 그런 진짜 사이코패스 말고 사이코패스가 아닌데 하는 짓거리가 거의 사이코패스에 준하는 인간들, 즉 유사 사이코패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유사 사패들이 왜 고따우 사패짓거리를 하는지, 어떤 심리적 원인으로 발현하며, 어떤 종류의 유사 사패짓거리 유형이 있는지 설명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평범한 사람이 돌변하게 되는 마음의 버릇을 5가지로 분류하고, 내 안에 분노의 근원이 되는 12가지를 분류해 설명합니다. 대충 이렇게 조합하다 보면 어지간한 케이스는 다 때려 맞춰.. 아니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어떤 마음의 버릇을 가지고 어떤 분노의 근원을 건드리느냐에 따라 미쳐 날뛰는 트리거와 유형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분류와 각 케이스에 대한 설명은 우리가 주변의 똘아이를 보면서 분석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슬금슬금 피하는데 해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알아두면 모르는 것보다 훨씬 처신을 잘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이 책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책 자체가 특정 주제를 다루고 있어 명료한 점, 가독성이 좋아서 읽기 좋은 점, 책 자체가 재미있는 점, 읽어두면 나는 물론 타인을 이해하는데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는 점 등입니다. 여기에 가장 크게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런 똘아이 유사 사이코패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실질적인 방법,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 카프먼이 제창한 '드라마 삼각형'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삼각형'은 특정 사이코로부터 괴롭힘이나 폭언 등의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공격하는 자'와 '공격당하는 자', 그리고 '돕는 제3자'로 나누어 분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3가지 주체로 분류하고 주체 바꾸기 기법을 쓰기 때문에 삼각형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실제로 적용은 간단하지 않겠지만 이 해결책의 핵심은 괴롭히는 자와 희생자, 구원자의 위치가 의외로 쉽게 바뀐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실용 기법을 활용해 내가 희생자의 위치에서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자세한 과정을 제가 설명하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므로 책을 통해 확인하도록 합시다. 서로 바쁘니까 꼭 읽어보고 싶은 사람, 진짜 궁금한 사람만 직접 읽어보는 것으로 그렇게 우리가 함께 합의하도록 합시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 유사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내가 사이코패스 짓을 하지 않도록 항상 유의해야 하고 누군가 사이코패스 짓을 하면 희생자를 구해주고 유사 사패를 패주도록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상대의 공격을 올바르게 반격해 자신도 지키고 나쁜 짓을 미연에 방지할 때 더 나은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자 당부입니다. 이 책은 쉽지만 알아두면 분명 도움이 될 만한 내용입니다. 시간이 나신다면 꼭 한번 후루룩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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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예찬 - 위대한 사상가들의 실패에 대한 통찰
코스티카 브라다탄 지음, 채효정 옮김 / 시옷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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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코스티카 브라다탄은 실패에 대해 상당히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실패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요소다. 실패에 관여하는 방식이 우리를 규정하는 것인 반면에 성공은 부차적이고 일시적인 것일 뿐 그리 많은 걸 밝혀내지 못한다. 성공 없이 살 수는 있지만, 우리가 완벽하지 못하고 불완전하며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합의를 못 하면 사는 의미가 없으며 이 전부를 깨닫게 하는 게 바로 실패다..."



저자가 실패에 대해 설명하는 기본적인 내용은 뭔가 희망적인지 절망적인지 헤깔리는 정의입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가 싶을 때 추가적인 설명을 해 줍니다.


"실패가 발생했을 때 우리와 세상 사이, 우리 자신과 타인 사이에는 거리가 생긴다. 우리에게 그 거리는 우리가 ‘들어맞지’ 않는다는 독특한 느낌, 세상, 그리고 타인들과 우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느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준다. (중략) 그 일은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일 수도 있다. 이 존재론적 각성이 우리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고자 할 때 정확히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각성이 선행하지 않고서는 치유가 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저자는 어떤 상황에서 실패를 겪을 때, 실패감을 느낄 때야 말로 나라는 존재의 각성이 일어나는 때이며 복잡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치유, 계몽, 자아실현이라는 기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실패 예찬>은 실패 자체를 위한 실패가 아니라 실패가 낳는 겸손, 그리고 실패가 촉발하는 치유 과정에 대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실패에 대해 다층적으로 살펴보고 잘 활용할 때 내 인생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죠.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저 나름대로 겪었던 그 간의 실패와 어려움을 떠올려보면 저자의 이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몰랐으면 몰라도 조금 겪고 나니 이 양반 말이 참말이로구나 싶은 것입니다.


신선한 방식과 관점으로 접근한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잘 안 읽어지는지 읽는 내내 고민을 했습니다. 단순히 문해력이나 지적인 수준의 문제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자가 훌륭한 분인 것은 알겠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을 쉽게 전달하는 재주는 1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와 지적인 수준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그런 것일수도 있습니다만, 서술 방식에 모호한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데에 있어서 직설적으로 정의를 내리거나 정확한 논점을 제시하고 이후에 다양한 예시나 논거를 풀어놓는 방식이 이해가 쉽습니다. 이 책은 프롤로그를 제외하면 내내 충청도식 애둘러 말하기를 시전하는 느낌입니다. 이런 거죠. '에, 그러니까 내가 하고자하는 말은... 거시기 저 간디가 언론을 대하는 방식을 한번 살펴봅시다. 그러니까 이랬었단 말이지. 그랬답니다.' 뭐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합니다. 그 와중에 또 다른 사람 예시를 들면서 계속 타인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러다보면 독자입장에서는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문제입니다만, 각 챕터를 지배하는 중심 인물에 대해 사전 지식이 부족한 부분도 큰 어려움 같습니다. 물리적 실패 파트의 중심인물은 시몬 베유 입니다. 제가 철학자 시몬 베유를 얼마나 알겠습니까? 관심도 없고요. 이 양반의 이야기를 시시콜콜 계속 하는데 관심이 갈 수가 있나요? 집중도 안되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정치적 실패 부분의 간디 이야기는 아는 인물이라 흥미가 있었고 재미있었습니다. 사회적 실패 파트의 에밀 시오랑에 대해서도 아는 바도 없고 관심 부족이었고요,


여기에 부수적으로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뒤엉켜서 등장하는데 이들 사이의 역학 관계를 이해해가며 읽는 부분도 쉽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인물들의 예화가 나열되어 있어 읽다보면 그래서 그 시점에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바가 정확히 뭐였는지 안드로메다로 가버립니다. 요런 부분들이 저를 힘들게 했고, 꽤나 오랫 동안 조금씩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문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문장이 잘 읽히지 않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번역이 되어 있는데 우리말인지 헤깔릴 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뒤로 갈수록 좀 더 잘 읽혔는데 이게 역자가 저자의 문장 스타일에 익숙해져서 번역이 더 좋아진건지 제가 이 번역체에 익숙해져서 읽기가 쉬워졌는지 모르겠더란 것입니다.


책을 리뷰하고 적어도 불만스러웠던 부분을 표현하려면 어떻게든 성의껏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서 욕하려고 읽는 책도 종종 있는데 이 책은 리뷰하면서 꼭 아쉬움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완독 후 다시 프롤로그를 읽어보니 역시 좋은 책은 서문이나 프롤로그만 읽어도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실패하기 쉽고, 실패가 많은 세상입니다. 그런 장소와 시절에 우리가 놓여 있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맞기는 한데, 1 실패 1 성공은 아닌데다가 실패가 반드시 성공을 이끄는 것도 아니다보니 실패를 미화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힘을 잃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기에 실패의 구렁텅이에서 방황하지 말고 실패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에 대해서도 접해보는 것이 좋은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패 예찬은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책입니다. 드럽게 안 읽히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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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더스 오브 힘
콜린 후버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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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입니다. 일단 극찬을 박고 시작해야 할 만큼 탁월한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 영미권 소설 중 올 타임 베스트라고 해도 좋을 작품입니다. 콜린 후버의 소설은 약 2년 전쯤 출간된 <베러티>로 만났습니다. 그때 이미 문장력, 작품 구성력 및 캐릭터 묘사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베러티>의 경우는 설정이나 캐릭터 자체가 일상과 조금은 거리가 있는 실험극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었지만 신기해서 관조하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리마인더스 오브 힘>의 경우는 제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등장인물과 주변 상황, 그리고 그들의 단순하지만 불안정한 관계에서 오는 놀라운 감정의 소용돌이가 있었습니다. 남의 일을 구경하는 느낌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내 옆의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목도하는 느낌입니다. 흥미롭게도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시도 마음 편한 순간이 없었습니다.


소설 한 권을 읽으면서 이 정도로 제 마음속에 복잡한 심경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저의 기억이라는 것이 민망한 정도로 휘발성이 강해서 언젠가 또 다른 소설을 두고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며 뻔뻔스럽게 주장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 적어도 이 순간 만은 진심이라고 굳이 진정성을 주장하고 싶습니다.


소설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여럿 있지만 단순 독자로서 소설의 최고 미덕은 읽는 재미입니다. 이 읽는 재미에도 또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긴 글 읽기가 지옥처럼 어려운 도파민 범람의 시대에 장편 소설이 가져야 할 생존 1 조건은 흡입력입니다.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속도감 있게 끌고 가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바로 이탈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만 지겹거나 템포가 쳐져도 바로 웹툰이나 웹 소설, 또는 각종 OTT 영상과 유튜브 숏츠폼으로 달려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저는 최근에는 읽을 책을 고를 때 가능하면 두껍지 않은 책을 선택합니다. 두꺼운 책을 끝까지 완독하기가 쉽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나름 나이도 있고, 책도 오래 읽어온 저조차 이러한데 오죽할까 싶습니다. 콜린 후버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2000만 부 이상 팔아 재낀 작가입니다. 현실감 없는 부수입니다. 국내에서는 소설을 2000부도 찍지 못하는 형편인데 2000만 부입니다. 어마 무시한 양반입니다.


이 작품은 리뷰를 복잡하게 쓰지 않고 싶습니다. 그냥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당신이 자녀가 있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다면,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경험이 있거나, 누군가와 사랑하는 감정을 키우고 있거나, 짝사랑으로 가슴이 아프거나, 회복하고 싶은 관계가 있거나, 억울하게 매도당한 경험이 있거나,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거나, 억울하게 깜빵에 다녀온 적이 있거나, 운동을 하다가 부상으로 다른 일로 전향해 본 경험이 있거나,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불안해한 적이 있거나, 세상이 허락하지 않은 사랑을 하고 있거나, 또... 뭐 하여간 뭔가 복잡한 감정이 있는 분이라면 당신이 누구던 이 소설을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러니까 안 읽으면 사람도 아니다 뭐 그런 말까지는 아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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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먹고 헬스하고 영화 보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다
멘탈 닥터 시도 지음, 이수은 옮김 / 밀리언서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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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문제에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드는 녀석이 바로 스트레스입니다. 건강에 관련된 모든 질환이나 증상에 원인 중 하나로 스트레스는 빠지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라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입니다. 다들 여기저기서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정작 정확히 스트레스가 뭔지, 왜 생기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습니다.


<케이크 먹고 헬스하고 영화 보고 나면 나아질 줄 알았다>라는 길고 인상적인 제목의 이 책은 본격적으로 스트레스에 대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아, 또 스트레스냐? 스트레스 받네...' 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만, 이 책은 찐입니다. 스트레스에 대해 A부터 Z까지 제대로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그렇다고 스트레스 받게 학구적이지 않고 교양서에 걸맞게 읽기 쉽고 이해하기 좋도록 배려를 많이 한 책입니다. 오랜만에 술술 잘 익히면서도 내용상 만족도가 아주 높은 책이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리뷰를 쓰면서 초장부터 책을 극찬한 적이 있었나 싶도록 만족스러운 책입니다.


이 책은 왜 기분이 안 좋은지 정확하게 아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원인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과 유형, 이에 대한 반응 등에 대해 먼저 알려줍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하기 때문에 원인을 유추할 수 있고, 자연스레 이에 대한 해결책도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저자는 우리가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외부 자극' 자체를 스트레스라고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외부 자극'은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며 본래 스트레스는 '기능 변화'를 가리킨다는 설명입니다. 외부 부담을 받을 때 심신에 생기는 기능적 변화가 스트레스라는 점만 정확히 인지해도 잘못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보기면 해도 짜증이 나는 '그 인간' 자체가 스트레스가 아니라 '그 인간'에 반응하는 나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 변화가 스트레스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인간'을 어떻게 하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내 기능 변화를 제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뭔 소리인가 싶지만 저자가 설명하는 구체적인 상황을 토대로 읽어 나가다 보면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스트레스가 쌓이는 3 요소를 '스트레스 정도, 스트레스 횟수, 스트레스 지속 시간'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듣고 보니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 하나 살펴보며 피하는 방향성을 설명 듣다 보니 은근 도움이 많이 됩니다. 스트레스 받을 때 많이 받지 않도록 하고 자주 받지 않도록 하고 스트레스를 오래 쌓아두지 않도록 하면 다 해결됩니다. 참 쉽습니다.


스트레스는 '성격'과 '환경'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쌓이는 초기의 변화를 잘 캐치하라고 조언합니다. 주로 '수면'과 '식사'에 변화가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 책은 책의 절반 이상 분량을 할애해서 스트레스 예방법과 해소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설명하고 조언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스트레스와 짜증과 분노는 전염성이 매우 강합니다. 내 스트레스가 나만의 것이 아닌 이유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때문에 나의 스트레스를 분출하면 누군가에게 스트레스의 원인이 됩니다. 스트레스 증폭의 원리입니다. 각자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 내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알고 예방법과 관리법을 익혀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긴 리뷰로 스트레스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노여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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