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게임
야나기 코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1. 제국주의 시대에 신출귀몰한 첩보원들의 활약상


   [조커게임]은 2차 세계대전 시기를 무대로 일본에서 활약했던 첩보원들의 이야기 입니다. 책에서는 계속 스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저는 스파이라는 말이 싫습니다. 스파이란 표현의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입니다. 왠지 음산하고 비열하고 배반이나 일삼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말이죠. 그러나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스파이에 대한 나쁜 인식이 어느정도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에는 마냥 상대방을 속이는 도구, 위험속으로 밀어넣는 일회성 카드와 같은 존재라는 막연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007시리즈같은 영화에서 얻은 선입관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건이 있을 때마다 벌어지는 미녀와의 로맨스와 같은 것이나 늘 배신당하고 복수하고 뭐 이런 내용들이죠. 그나마 가장 재미있고 와닿은 시리즈는 본 시리즈 같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본 시리즈가 제일 많이 생각나더라구요.

 

   이 작품 [조커게임]에 등장하는 스파이의 존재는 저의 선입관과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지적으로 굉장히 우수하고 명석할 뿐만 아니라 고독과의 싸움, 뛰어난 능력을 드러낼 수 없음에서 오는 정서적 어려움에 대한 의연한 대처 등, 생각할수록 대단한 존재임이 분명합니다.

 

   D기관이라는 스파이 양성학교에 속해 있는 이들의 활약을 그린 [조커게임]은 표제작이자 첫번째 이야기인 "조커게임"을 비롯해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이어져있는 옴니버스식 이야기들을 통해 상상도 못했던 방법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고 때로는 위기에서 기상천외한 탈출하는 등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야기의 흡입력에 놀라게 되고 잘짜여진 이야기 구조와 결과를 통해 즐거움을  제공해주기에 충분합니다.

  



#2. 같은 듯이 다른 듯이 비슷한 '교장'과의 유사성과 차이점


  [교장]과 [조커 게임]은 구조적으로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둘다 교육기관이 배경이자 장소이자 소재인 이야기 입니다. [교장]은 경찰학교를 [조커게임]은 스파이양성학교를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두 작품 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에피소드마다 중심인물을 바꾸면서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이 상당히 유사합니다.

 

   그러나 교육기관 교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단순함을 피하기 위한 돌파구로 선택한 방법에서 두 작품의 차이점이 크게 갈리는 듯 합니다. 개인적인 사견일 뿐이지만 [교장]의 경우는 그 단순함을 피하기 위해서 사건의 과장을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제 상식으로는 좀 이해하기 힘든 인물들의 감정선이 동원되어서 같은 교육생에게 린치를 가하거나 도를 넘어선 공격을 하는 등의 설정으로 충격적인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러나 [조커 게임]의 경우는 적어도 그런 식의 설정은 없습니다. 오히려 교육기관 D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점점 그 배경이 멀리 해외로 퍼져나가면서 공간이나 사건을 확장해 나갑니다. 이런 방식은 인물도 갈등구조도 마음껏 확장할 수 있어 이야기의 단조로움도 피하고 풍성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커 게임]의 에피소드들이 재미도 있고,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인 풍자와 비판도 함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교장]에서는 상당히 실망을 했다면 이 작품 [조커게임]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이야기들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3. 일본사회의 뿌리깊은 국가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인간의 인생관, 가치관에 대한 철학적 물음 

 

   [조커게임]은 제국주의 시대에 군사조직의 일방적인 상명하복 문화, 국가주의에 대한 대단히 치밀하고 꾸준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비판의 중심 역할은  D기관을 설립하고 스파이를 양성하는 전설적인 스파이 '유키 중령'이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인 출신이 아닌 '민간인' 교육생들의 태도와 행동을 통해 무비판적으로 일방적으로 주입 받아온 군사주의, 국가주의, 제국주의의 망령에 대해 비판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유키 중령'의 역할은 굉장히 크고도 중요합니다. 미스터리한 배경을 지닌 '유키 중령'의 존재는 이 이야기들의 중심을 잡아주고 무게감을 심어주는 키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존재 자체가 당시 일본의 국가, 군국주의에 대한 대척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확히 분리하기는 어렵지만 유키 중령역시 제국주의에 반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 방법론에 대한 시각차이는 확연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조커게임]이 좋았던 점은 스파이 양성교육기관의 소속 교육생들이 정말 우수한 실력을 발휘하고 그 과정과 결과물에서 개인의 선택이나 판단에 따라 조직, 국가의 이익에 크게 기여한다는 부분을 강조한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각각의 스파이들을 위해 '유키 중령'은 이렇게 충고했습니다


"군인이나 외교관 같은 시시한 신분 따위에 구애되지 마라." (중략) "그런 것은 나중에 붙여진 이름표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라도 떨어져 나갈 수 있다. 무엇에든 얽매이는 순간 그 즉시 그것은 너희들의 숨통을 조여 올 것이다. (중략) "무언가에 얽매여 살기는 쉽다. 남들이 믿는 대로 따라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하는 책임을 버리는 것이며 스스로를 포기하는 일이다"p286~7


   유키 중령의 이런 충고가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숨겨야 하는 스파이에게만 적용되는 것일까요? 유키 중령의 목소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저에게 들리는 듯 했습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을 하던, 무엇에든 얽매이지 않고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저도 유키 중령처럼 여러분에게 충고하고 싶습니다.


"이벤트 책에 구애되지 마라. 리뷰 의무에 얽매이는 순간 그 즉시 그것은 너희들의 숨통을 조여 올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쇼라스 - 열정의 발레리노 이원국 자전에세이
이원국 지음 / 다니비앤비(다니B&B)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1. 발레리노 이원국 선생님
 
   이 책 [이쇼라스]는 국내 최고령 현역 발레리노이자 본인의 이름으로 발레단을 운영하고 있는 이원국 선생님의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이쇼라스가 뭐지? 하고 생소했던 기억이 납니다. 찾아보니 이쇼라스는 러시아어고 "다시 한번"이라는 뜻이군요. 엄청난 연습벌레인 이 양반이 아마도 다들 지쳐있을 때 힘내서 다시 연습하자고 격려할 때 "이쇼라스!!" 라고  외치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이분을 처음 만난 건 2013년 겨울 호두까기 공연에서 였습니다. 아이가 발레 학원에 다니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로 점점 발레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발레단 단장님인 저자를 알게 되었죠. 처음부터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쓴 건 아닙니다. 사실 이 분에 대한 첫인상은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다리통 굵은 아저씨"였습니다.그러다가 서서히 선생님으로까지 변했네요. 이 분에 대한 저의 심경 변천사를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1. 2013년 겨울 동네 읍사무소 체육관 호두까기 인형  공연 첫만남에서
   1) 아.. 하얀 쫄쫄이 바지... 남사시럽다... 민망해...
   2) 뭔 땀을 저리 흘리시나... 나이도 많으신거 같은데 힘드시것네...
 
2. 2014년 겨울 동네 읍사무소 체육관 동물들의 사육제 공연에서
  1) 아.. 목소리가 왜... 나도 부산사람이지만 사투리를 아직도 못 고쳤다니...
  2) 목소리 연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손발이 오글거려요...

3. 2014년 겨울 노원문화예술회관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서..
   (출연은 안하시고 양복입고 단장으로 인사만 하심)
  1) 양복 입으니까 좀 멋있구만...
  2) 제대로 된 공연장에서 제대로된 공연을 보니 멋진데.. 이 발레단 단장이면 꽤 멋진 사람인데...

4. 2014년 겨울 동네 읍사무소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서...
  1) 또 쫄쫄이네... 작년보단 관리를 좀 하셨구만... 땀도 덜 흘리고...
  2) 이런 작은 공연에도 굳이 출연하는 걸 보니 정말 발레공연을 하고 싶어하고 무대를 사랑하는 가보다...

5. TV에도 출연했다는 소식을 듣고 KBS 여유만만 14년 12월 21일자 방송분을 보고
  1) 음... '생각'보다 '생각'이 바른 분인데...
  2) 대중들이 발레를 친숙하게 여기는데 노력을 무척 많이 하고 있네... 훌륭한데...

   이 과정을 거쳐서 "쫄바지 아저씨"에서 -> "이원국 선생님"이 되셨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서는 진심으로 이 분을 존경하게 되었네요.

"이 영상을 보면 이분의 멋진 포즈를 느낄 수 있습니다"




#2. 진정성 가득한 자전에세이의 힘
 
   가끔 밝힌 적이 있지만 저는 자서전은 어릴적 이순신 장군 위인전 이후로 무척 경계하고 피하는 편입니다. 확실히 결과만 놓고 과정을 미화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도 어쩌다 그리되었는데 마치 결과를 예측하고 계산된 행동인양 개뻥을 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책들을 읽다보면 상당히 짜증이 납니다. 게다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자신의 업적 자랑에서 시작해서 자뻑으로 끝나는 경우도 무척 많습니다. 대필작가를 썼다면 좀더 부드럽게 표현되기는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자전에세이는 상당히 훌륭합니다. 문장이 유려하지는 않지만 진솔하고 진정성이 가득한 느낌입니다. 물론 제 느낌은 완전 속은 것일 수도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말보다 선택과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 분의 삶의 궤적과 행보만 봐도 진정성 그 자체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년기를 심하게 방황하다가 20살에 뒤늦게 발레에 뛰어들었다는 사실도 매력적입니다. 마치 마흔을 넘어서 글을 쓰기 시작해서 대가가 된 마쓰모토 세이초옹을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입니다. 발레를 시작한 이후로는 한눈팔지 않고 평생을 외길만 걸어왔다는 점이 정말 이분의 글에 묵직한 무게감을 실어 주고 감동을 줍니다.

   책의 구성도 좋습니다. 수준 낮은 자서전과 달리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 꿈을 향해 달리는 과정, 그리고 성취와 영광의 순간이 드라마틱하게 잘 서술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발레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과 발레를 즐기는데 필요한 요소들, 발레 뿐 아니라 춤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지식들까지 의외로 풍성하게 들어있습니다. 
 



#3. 한국 발레의 대중화에 온힘을 쏟다
​ 
   이원국 선생님을 보면서 결정적으로 훌륭하다고 느낀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대한민국 최고 발레단 수석단원으로 활약하고 세계 유명 발레단에서 객원으로 참여하면서 이미 이 분야에서 레전드가 된 분 아니겠습니까? 통상 어느 분야건 이정도 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꽉 다문 입이 쳐지면서 무게를 잡게 마련입니다. '내가 위치가 있지 이런거 하게 됐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 분은 그런게 전혀 없습니다. 그저 나이가 들어도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행복해 보입니다. 그렇기에 시골 장터라도 불러만 주면 단원들을 이끌고 달려가서 공연을 하는 것일 겁니다. 발레의 전통과 품격을 해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개의치 않을 수 있는 것은 자기만의 사명감이 분명히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발레 문화의 대중화,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지 정말 알게되면 발레공연을 보면서 삶의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는다는 것을 체험한 결과일 것입니다.

   이런 개념찬 생각들이 토대가 되고 비전이 되는데다가 행동하는 힘까지 갖추어 소극장에서 소수의 관객과 호흡하는 월요발레라던가, 팝핀 등 다른 분야와 협업을 시도하는 것, 드라마를 발레로 바꿔 공연하는 파격적인 시도, 심지어 트로트에 발레 안무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발레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 등등. 수많은 노력이 가능해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런 순수한 열정과 노력으로 한국 발레의 대중화와 발전을 위해 애쓰는 그 마음이 훌륭합니다.

   발레단을 이끌며 아직도 발레가 생소한 저같은 사람에게 발레를 봐 달라는 단장님은 지금도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여러분, 무대 공연을 즐겨 주세요. 수백 년 내려온 전통의 춤, 발레가 여러분의 삶에 기품 있고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할 겁니다. 그 약속을 제가 하지요. 우울하고 거친 세상살이에 지친 당신의 인생을 춤추는 인생으로 만들어 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길 바랍니다."p2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도시의 시간 ㅣ 오늘의 젊은 작가 5
박솔뫼 지음 / 민음사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도무지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이 이야기를 읽었다.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인지 안개속을 걷는 듯이 막연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지, 결말이 어떻게 될 지 도무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시간이 뒤죽박죽 뒤섞여 있다. 화자인 "나"의 성격도 목적도 모호하고 흐리다.


   그래서 그런지 고작 170여 페이지 밖에 안되는 이 소설을 참으로 오랜 시간동안 붙잡고 있었다. 왜 이 소설이 이렇게 난해하게 다가오는지 궁금했다. 끝까지 읽어보면 이유를 알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하고 궁금했다. 그러나 그 끝에 도달하기까지는 참으로 험난했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정말 많은 공상과 회상에 시달렸다. 어느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책을 덮고 아예 눈을 감거나 잠을 자거나 딴짓을 했다. 그래도 끝까지 읽었다.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그냥 읽는데만 집중했다.




2.

   무언가 설명 할 수 없는 "결여"를 느끼며 읽어가던 이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나는 난감해졌다. 몇장 남지 않았지만 그저 이 이야기의 서술 스타일에 조금 익숙해졌을 뿐, 여전히 난해한 이 이야기가 이렇게 그저 끝나버릴 것이란 사실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기댈 곳은 오직 하나, 작가 후기나 작품해설 정도일 것이다.




3.

   저자 박솔뫼 스타일에 맞춘 듯한 금정연 서평가의 작품해설 속에서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


"내가 듣는 박솔뫼는 기타위주의 포크 음악 같지는 않고, 두 대의 턴테이블과 한 개의 마이크로 부르는 노래도 아니다. (중략) 차라리 리듬, 덜컥 소리를 내면서 탈구하고 덜컥 덜컥 그리고 두 줄을 건너가서 다시 덜컥 하는, 얼음으로 말하자면 앞의 얼음이 부서지고, 그 앞이 새롭게 결빙되어 가는 리듬으로 가득한 노래에 가깝다. 박솔뫼의 소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이 부분을 맛볼 수 있는 감수성이 없는 것이다."p.178

  

   그렇다. 나에게는 이 소설의 맛을 느낄만 한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감수성이 충만한 그들이 보기에는 그런 것이다.



4.

   앞으로 감수성이 필요한 소설에는 표지에 "감수성 00% 이상 함유, 00% 이상 감수성 탑재한 분들만 구입할 것"이라고 써주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 금지 ㅣ 블랙 로맨스 클럽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국내 학원 미스터리물?

 

   미인 작가 박하익 작가님의 대표작 선암여고 탐정단 후속편 [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금지]를 읽었습니다. 사실 저는 학원, 그러니까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요. 더우기 등장인물이 학생인 경우를 좋아하지 않지요. 그냥, 뭔가... 손발이 오글거리고 애들 장난같은 느낌이랄까? 이거슨 제가 이미 꼰대 중기에 접어든 것만 같은 증상이라 여기고 있는데 세상에 책이 널리고 널렸는데 별로 끌리지 않고 불편할 것만 같은 책을 굳이 펼쳐들고 읽어보려 발버둥 칠 필요는 없으니까 그동안 피해왔죠. 가끔 표지가 예뻐서 사둔 책은 있지만... (아니 많지만) 말이죠.

 

   근데 이 시리즈는 미녀작가 박하익 작가님이 쓰신 작품이라 잘 알고만 있었습니다. 학원물이 아닌 "종료되었습니다"는 즐겁게 읽었고, 글을 잘 쓰시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종료되었습니다" 종료될 때는 '이건.. 이건 아니야!!'를 외치며 허탈한 마무리를 개탄했지만서도... 어디선가 국내 학원 미스터리물의 대표주자라고 써놓았던 문구를 본 기억이 나서 써봤는데 이거 뭐 학원물을 읽어봤어야지 이 작품이 대표주자인지 후발주자인지 알지 말입니다.

 

   중요한건 재미있었습니다. '국내'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인 것은 역시나 한국적인 정서를 담뿍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엄청나게 발랄하고 쾌활하고 통통 튀는데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 깊은 무게감이 있어요. 우리 교육계와 청소년 사회 전반에 얽힌 깊고 어두운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가 동반되기 때문이죠. 애써 한없이 쾌활하게 잘 표현해주고 있지만 그 이면의 무거움은 감출수가 없고, 읽는 독자는 깔깔 꺼리며 읽고는 책을 덮고나면 알수 없는 무거운 마음에 고민이 되는 그런 책인 것이죠. 특히나 저처럼 아이가 취학 통지서를 받은 시점에 놓인 부모, 즉, 초절정 꼰대로의 길목에 접어드는 사람에게 이런 배경은 가벼이 웃어 넘길 수가 없는 것이지요.

 

   순문학이건 장르문학이건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무거운 현실인식 아니겠습니까? 일본 여류작가들의 작품같은 쿨함은 찾아보기 힘들죠. 어쨌거나 한국인의 정서에 잘맞도록 배경이건 표면이건 잘 어우러진 발란스 좋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2. 탐정단은 성공중...

 

   이번에 출간된 "탐정은 연애금지"편을 읽다보니 1편을 못읽어서 선암여고 탐정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족되었는지, 어떤 사건들을 해결해왔는지 무척 궁금해지더군요. 어찌되었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어려운 사건들을 잘 해결해 왔나 봅니다. 그리고 이번 편에도 역시나 이런저런 행운도 겹치면서 세가지의 중편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들이 훌륭하게 해결됩니다.

 

   첫 사건은 교내에 한정되서 발생하는데, 결국 사건의 원인이자 범인은 학생들입니다. 귀신보다 인간이, 인간보다 중고생이 더 무서운게 현실이잖아요^^. 사실 저는 이 에피소드 내내 적응을 못해서 무척 힘들었습니다. 학생들끼리 계급을 나누어 놓고 철저히 계급사회를 형성한 부분이라던가, 아이들간의 표현방식 등이 너무 생소했어요. 겪어본적이 없는 별세계를 간접 경험하고 있는 느낌이 들면서 '아, 이러다간 완전 꼰대가 되겠구나... 내 아이와는 대화단절이 될지도 몰라...'하는 두려움이 생기더군요. 얼마나 현실에 가까운지 조차 가늠이 안되지만 학생들의 세게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혼수상태로 이 에피소드를 읽었습니다.

 

   두번째 사건은 요즘 정말 많은 아이들이 바라고 염원하는 연예인, 걸그룹에 얽힌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이 사건은 무척 흥미로웠어요. 이 에피소드에는 선암여고 탐정단과 같은 인원의 구성인 인기 걸그룹이 등장하고 그들과 회사와의 관계 문제나 진로문제 등 어린 연예인들의 고뇌와 애환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연예계의 기형적인 구조적 모순이라던가 현실적인 한계 같은 것도 잘 표현되고 있어요. 재미있게도 저는 사실... 기획사 사장에게  감정이입이 좀 되었습니다. 킁. 사실 나쁜 악인으로 나오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가 각자 자기의 입장을 위해 행동하는 거니까 뭐, 사장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못하겠지만 회사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건전하지 못한 방법을 택한 것 뿐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이 에피소드는 무척 풍성하고 재미있었어요. 예전에 읽은 다른 작품과 뭔가 좀 중첩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습니다.

 

   세번재 사건은 약간은 생뚱맞기는 했지만 학생이 실종되었다가 결국 살해당한 강력 사건을 다루는데 그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마리를 가지고 진실에 다가가는 탐정단의 역량을 잘 드러내주는 에피소드였습니다. 결국은 아이의 관심과 그걸 무시하는 부모의 업악이 엮어내는 불화와 슬픈 결과였죠.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단절이 얼마나 큰가를 간접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주변에 개지랄이 풍년이다 싶은 부모들이 참 많거든요. 상상을 초월하니까 말입니다. 참, 이 에피소드에서 경찰이 직접적으로 여학교의 탐정단 친구들과 일종의 공동수사를 진행하는 부분은 조금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소설이니까, 조금은 가벼워도 될 소설이니까 괜찮았습니다.


   솔직히 앞으로도 학원물을 애정하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읽기에 부담없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은 꼰대같은 마음을 내려놓고 차근차근 찾아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조선 누아르 - 범죄의 기원 ㅣ 무블 시리즈 1
김탁환.이원태 지음 / 민음사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조선? 누아르? 조선 누아르? 대관절 누아르가 뭐란 말인가?


   누아르하면 주로 영화에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원래 누아르는 '검다'라는 뜻이니 검은 영화, 즉 어둡고 칙칙하고 무거운 이야기인 범죄 영화 등을 이르는 말이겠죠. 1930년대 미국 영화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오히려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유행하던 홍콩 누아르가 훨씬 익숙합니다. 오우삼 감독이 이끄는 주윤발, 장국영 등의 대 스타를 만들어낸 '영웅본색'이니 '첩혈쌍웅'이니 하는 범죄 영화들 말입니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 범죄 집단의 암투가 주 내용이고 그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투쟁과 내면의 고뇌 등을 멋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범죄의 미화라는 평을 받기도 했고 말이죠.


   [조선 누아르 - 범죄의 기원]도 이런 누아르의 계보를 정확히 이어주고 있는 소설입니다. 배경이 조선이고 총격이 오가는 것이 아니라 칼부림이 중심이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겠지만 조선시대 검객집단인 검계의 세력다툼, 그리고 외연이 더 확장되어 현재의 경찰 또는 경찰내 특별팀에 해당하는 척감방과의 대립, 거기에다 권력층과 왕까지 개입한 각 세력간의 권력과 이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됩니다.


   이 와중에 서로의 입장이 뒤바뀌어 가며 치밀하게 뒤엉켜 전개되는 세 남자의 관계 역시 누아르의 흐름을 잘 이어가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악인이고 범죄자인 등장인물들에게 사실은 감정이입이 되며 응원하게 되고 성공을 기대하게 되는 이 소설은 누아르 소설이라고 하기에 딱 적당합니다.


"사람들은 선인과 악인이 싸우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악인이 선인을 이기면 무릎을 치며 안타까워하고 선인이 악인을 이기면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선인과 악인이 싸우는 경우는 천에 한둘뿐이다. 대부분은 악인과 악인이 싸운다. 이긴 악인은 덜 나쁜 놈이 되고 진 악인은 더 나쁜 악인이 된다. 차악과 극악의 대결을 선인과 악인의 대결로 간주하여 인기를 끄는 소설도 있지만, 그딴 헛소리를 정말 믿는 바보는 없다. (중략) 이기는 쪽은 악이다. 악인이 이긴다." p.281


   이 소설이 누아르로 분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밝혀주는 대목입니다. 선악의 대결이 아니라 악과 악의 대결이고 당연히 악이 승리하며 차악과 극악을 가르는 대결입니다. 하지만 독자는 그들 중 누군가를 응원하게 되는 희한한 구조입니다.




#2. 이 소설, 정말 재미있다.


   무엇보다 [조선 누아르]를 읽으면서 감탄한 것은 정말 재미있다는 점입니다. 폭주하듯 이야기가 막 달리고 달립니다. 쉴 줄 모르고 끝까지 달려가 종결되는 이야기는 빠져들어 읽게 만드는데 끝나고도 아쉬워서 뒷 이야기를 더 기다리게 만듭니다.


"탈을 쓰는 순간 세상은 나를 잊었다. 내가 각시탈을 쓰면 첫날밤 남정네 앞에서 수줍은 듯 교태를 부리는 새색시를 생각하며 만지려 들었고, 백정탈을 쓰면 죽은 소들의 피가 튀기라도 할까 걱내며 물러섰다. 나는 바뀌지 않았고 탈만 바뀌었지만 세상은 나를 그리 대했다. 그것이 세상이었고 민심이었다. 때론 탈 뒤에 숨어 나를 가렸고 때론 탈을 이용해 나의 본심을 드러냈다. 세상은 나의 탈을 즐겼지만 정작 세상을 즐긴 것은 탈 뒤에 숨은 나였다. 허깨비 놀음이었다."p.12


   세상 이치를 너무나 잘 알고 스스로 탈 뒤에 숨어서 처신할 줄도 아는 주인공 나용주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결국 살인도 하고 범죄집단의 두목이 되기 위해, 권력을 얻기 위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순도 높은 범죄자 입니다. 금지된 밀주를 팔고 밀수를 해서 이득을 취하는 범죄자인데 한편으로는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백성들의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합니다. 나라의 정치를 맡은 사람들이 제 주머니 채우기에만 급급한 마당에 이러니 범죄자인 최용주를 마냥 나쁜놈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오히려 응원하게 되니 참 골치아픈 일입니다.


   그리고 현실 세계에는 보기 힘든 왕이 등장합니다. 결국 자신의 왕권을 튼튼히 하고, 자신의 출신성분을 세탁하는 등 권력자의 면모를 그대로 보이기는 하지만(이래서 결국 악인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결국은 공권력과 범죄집단까지 이용해서라도 백성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주려 노력합니다. 명분도 아니고 자기 체면도 아닌 실질적인 백성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 왕이 정말 있었나를 생각하면 현실세계에서는 흔치 않는 최고 권력자의 모습입니다.




#3. 조선에도 대한민국에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악인들의 세계사...


   이 소설이 재미도 있지만 의미도 있고 너무 좋았던 것은 현실 세계의 암울함을 은근하게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비판의식이 너무 뚜렷한 나머지 직접적으로 개입해서 비판과 교훈을 늘어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의도가 어떠하건 간에 읽는 독자는 눈쌀을 찌뿌리게 됩니다. 최근에 읽은 [재림]같은 경우가 잘못된 종교에 대한 비판의식이 지나친 나머지 거의 작가가 직접 등장해 날이 선 비판을 오랫동안 퍼붓는 모습이 곳곳에 등장하는데 작품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나서 안타까웠습니다. 이 작품의 경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발란스가 거의 완벽합니다. 따로 비판이랄 것도 없이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자연스럽게 현실세계의 풍자가 묻어나는 느낌입니다.


   김탁환 작가님과 이원태 연출자님의 결합은 상당한 시너지를 내었다고 생각됩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범죄의 기원이라는 이야기를 써내는 것을 읽고 이분들의 이후의 행보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movie + novel"이라 " 무블"이라고 명명한 이 시리즈는 앞으로 다섯편까지 일단 내려고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이런저런걸 다 떠나서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올해 읽은 모든 책 중에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의미가 어떻고, 작품성이 어떻고는 다음 문제고 일단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읽어서 읽고나서 가슴이 뛸 정도로 감탄했습니다. 이런 이야기꾼들이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한편으로는 시셈도 나고 뭐 그러네요.

 

"사람은 평생 몇몇 무리에 속하기 마련이다. 작게는 가족에서부터 크게는 나라까지. 힘이 없을 땐 그 청을 받아들였지만, 스스로를 챙기기 시작한 후론 무리를 위해 내 것을 헌납하지 않았다. 무리를 내세우는 자들을 의심하라!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리의 장래가 아니라 너의 희생이다. 내가 다치거나 죽은 후 무리가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 주리란 헛된 기대는 개에게나 던져 주어라!"p.188




"이 나라엔 민심이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어리석은 서생들이 적지 않다. 활빈당 흉내에서 보듯, 민심은 저절로 생겨나기도 하지만 또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사람과 시간과 돈을 들이면, 검계가 활빈당이 되고 활빈당이 검계로 바뀐다. 다짜고짜 민심부터 들먹이는 이를 경계하라. 천하의 바보거나 희대의 사기꾼이다. 어느 쪽이든 가까이 두었다간 큰 피해를 입기 십상이다." p2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