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 금지 블랙 로맨스 클럽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국내 학원 미스터리물?

 

   미인 작가 박하익 작가님의 대표작 선암여고 탐정단 후속편 [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금지]를 읽었습니다. 사실 저는 학원, 그러니까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요. 더우기 등장인물이 학생인 경우를 좋아하지 않지요. 그냥, 뭔가... 손발이 오글거리고 애들 장난같은 느낌이랄까? 이거슨 제가 이미 꼰대 중기에 접어든 것만 같은 증상이라 여기고 있는데 세상에 책이 널리고 널렸는데 별로 끌리지 않고 불편할 것만 같은 책을 굳이 펼쳐들고 읽어보려 발버둥 칠 필요는 없으니까 그동안 피해왔죠. 가끔 표지가 예뻐서 사둔 책은 있지만... (아니 많지만) 말이죠.

 

   근데 이 시리즈는 미녀작가 박하익 작가님이 쓰신 작품이라 잘 알고만 있었습니다. 학원물이 아닌 "종료되었습니다"는 즐겁게 읽었고, 글을 잘 쓰시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종료되었습니다" 종료될 때는 '이건.. 이건 아니야!!'를 외치며 허탈한 마무리를 개탄했지만서도... 어디선가 국내 학원 미스터리물의 대표주자라고 써놓았던 문구를 본 기억이 나서 써봤는데 이거 뭐 학원물을 읽어봤어야지 이 작품이 대표주자인지 후발주자인지 알지 말입니다.

 

   중요한건 재미있었습니다. '국내'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인 것은 역시나 한국적인 정서를 담뿍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엄청나게 발랄하고 쾌활하고 통통 튀는데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 깊은 무게감이 있어요. 우리 교육계와 청소년 사회 전반에 얽힌 깊고 어두운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가 동반되기 때문이죠. 애써 한없이 쾌활하게 잘 표현해주고 있지만 그 이면의 무거움은 감출수가 없고, 읽는 독자는 깔깔 꺼리며 읽고는 책을 덮고나면 알수 없는 무거운 마음에 고민이 되는 그런 책인 것이죠. 특히나 저처럼 아이가 취학 통지서를 받은 시점에 놓인 부모, 즉, 초절정 꼰대로의 길목에 접어드는 사람에게 이런 배경은 가벼이 웃어 넘길 수가 없는 것이지요.

 

   순문학이건 장르문학이건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무거운 현실인식 아니겠습니까? 일본 여류작가들의 작품같은 쿨함은 찾아보기 힘들죠. 어쨌거나 한국인의 정서에 잘맞도록 배경이건 표면이건 잘 어우러진 발란스 좋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2. 탐정단은 성공중...

 

   이번에 출간된 "탐정은 연애금지"편을 읽다보니 1편을 못읽어서 선암여고 탐정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족되었는지, 어떤 사건들을 해결해왔는지 무척 궁금해지더군요. 어찌되었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어려운 사건들을 잘 해결해 왔나 봅니다. 그리고 이번 편에도 역시나 이런저런 행운도 겹치면서 세가지의 중편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들이 훌륭하게 해결됩니다.

 

   첫 사건은 교내에 한정되서 발생하는데, 결국 사건의 원인이자 범인은 학생들입니다. 귀신보다 인간이, 인간보다 중고생이 더 무서운게 현실이잖아요^^. 사실 저는 이 에피소드 내내 적응을 못해서 무척 힘들었습니다. 학생들끼리 계급을 나누어 놓고 철저히 계급사회를 형성한 부분이라던가, 아이들간의 표현방식 등이 너무 생소했어요. 겪어본적이 없는 별세계를 간접 경험하고 있는 느낌이 들면서 '아, 이러다간 완전 꼰대가 되겠구나... 내 아이와는 대화단절이 될지도 몰라...'하는 두려움이 생기더군요. 얼마나 현실에 가까운지 조차 가늠이 안되지만 학생들의 세게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혼수상태로 이 에피소드를 읽었습니다.

 

   두번째 사건은 요즘 정말 많은 아이들이 바라고 염원하는 연예인, 걸그룹에 얽힌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이 사건은 무척 흥미로웠어요. 이 에피소드에는 선암여고 탐정단과 같은 인원의 구성인 인기 걸그룹이 등장하고 그들과 회사와의 관계 문제나 진로문제 등 어린 연예인들의 고뇌와 애환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연예계의 기형적인 구조적 모순이라던가 현실적인 한계 같은 것도 잘 표현되고 있어요. 재미있게도 저는 사실... 기획사 사장에게  감정이입이 좀 되었습니다. 킁. 사실 나쁜 악인으로 나오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가 각자 자기의 입장을 위해 행동하는 거니까 뭐, 사장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못하겠지만 회사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건전하지 못한 방법을 택한 것 뿐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이 에피소드는 무척 풍성하고 재미있었어요. 예전에 읽은 다른 작품과 뭔가 좀 중첩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습니다.

 

   세번재 사건은 약간은 생뚱맞기는 했지만 학생이 실종되었다가 결국 살해당한 강력 사건을 다루는데 그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마리를 가지고 진실에 다가가는 탐정단의 역량을 잘 드러내주는 에피소드였습니다. 결국은 아이의 관심과 그걸 무시하는 부모의 업악이 엮어내는 불화와 슬픈 결과였죠.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단절이 얼마나 큰가를 간접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주변에 개지랄이 풍년이다 싶은 부모들이 참 많거든요. 상상을 초월하니까 말입니다. 참, 이 에피소드에서 경찰이 직접적으로 여학교의 탐정단 친구들과 일종의 공동수사를 진행하는 부분은 조금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소설이니까, 조금은 가벼워도 될 소설이니까 괜찮았습니다.


   솔직히 앞으로도 학원물을 애정하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읽기에 부담없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은 꼰대같은 마음을 내려놓고 차근차근 찾아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