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사용설명서 - 블록체인과 메타버스가 바꿀 거의 모든 돈의 미래 ㅣ NFT 사용설명서
맷 포트나우.큐해리슨 테리 지음, 남경보 옮김, 이장우 감수 / 여의도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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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뒷방 늙은이 취급받기 싫다면 NFT!


역주행 신화로 유명해진 브레이브걸스가 NFT를 발행했고 1분 만에 완판되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M.BRAVE GIRLS"라는 이름으로 400개의 작품을 내놓았는데 불과 1분 안에 팔려나갔다는 말입니다. 미디어그룹 NEW는 배우 박소담 씨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범죄 오락 영화 "특송"에서 영감을 받은 아트웍 작품을 NFT로 발행한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 브루클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엘리스 스웨프는 올 3월부터 NFT 작품을 판매해 20만 달러(약 2억 4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이게 다 무슨 일일까요?



비트코인만 해도 헷갈리는 상황에서 생소한 신조어 NFT가 유행 중입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은 리포트를 통해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웹 3.0 트렌드가 일반화되면서 필수 구성 요소인 NFT와 메타버스, 디파이 등의 성장이 눈에 띌 것이며, 특히 NFT를 활용한 아트 분야는 시가총액이 10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합니다. 뭔가 눈에 안 보이는 가상 세계에서 돈이 돌아다닐 거란 말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변화에 민감해야 합니다. 트렌드에 뒤처진 옛날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면 하나하나 공부하며 개념 정도 만이라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시대라도 교양인으로 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아름다운 법입니다. 하물며 인류가 가상과 현실이 복합되어 돌아가는 세상으로 가열차게 달려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핫 트렌드 키워드 정도는 챙겨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NFT 사용설명서>는 그런 의미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입니다. 최근 메타버스가 미래의 파라다이스냐 과장된 허구냐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또 하나 크게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키워드가 바로 NFT입니다. "대체 불가능 토큰"이라고 약어를 풀어도 감이 안 오신다면 증세가 심각한 상황이니 이 책을 사들고 꼭 앞부분 만이라도 정독해야 합니다. 그래야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2. NFT 어디까지 다루고 있나?


<NFT 사용설명서>를 통해 과연 NFT가 어떤 의미이고 어디서 어떻게 왜 생겨났는지,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정도의 기본적인 개념만 익혀도 굉장히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디지털 트렌드에 민감하시고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사실 이 책이 필요 없을지도 모릅니다. NFT를 완벽하게 알아서라기보다는 여러 매체를 통해 감을 잡는 것은 물론 추가로 알아야 할 부분은 검색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가 큰 것은 그 어떤 매체보다 NFT라는 키워드에 관련해 체계적이고 압축적이면서도 빈틈없는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우선 NFT가 대체 무엇인지 기본 개념부터 정리하면서 시작합니다. NFT의 "Non-Fungible(대체 불가능)"이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Token(토큰)은 무엇인고 코인과는 또 어떻게 다른지와 같은 기본 중 기본부터 다룹니다. NFT가 어떤 종류가 있는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지, 어떤 NFT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지 등도 짚어주고 있습니다. 챕터 1~2만 읽어도 최소한의 상식은 충분히 채울 수 있습니다.



기본 개념 설명 후에는 NFT가 가치를 가지는 이유에 대한 고찰이 바로 이어지는데, 기존 수집 시장, 미술 시장의 한계와 문제점을 대비해 NFT가 가진 장점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NFT가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며 한계도 있고, 아직 불안한 부분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합니다. 독자들이 NFT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해하도록 팝아트와 앤디 워홀을 시작으로 NFT의 역사를 정리해 주고, NFT를 사고팔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 들을 소개합니다.



책의 중, 후반으로 넘어가면 NFT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실무적 내용이 담깁니다. 원제가 "NFT Handbook"이라는 걸 고려하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핸드북은 실제 사용법을 돕는 매뉴얼과 같은 책입니다. NFT의 기본적 개념을 이해했다면 어떻게 만드는지, 만들어서 유통하고 알려서 판매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소비자 입장에서 구매는 또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 책 한 권이면 본인의 저작물이 있을 경우 얼마든지 판매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도로 실용 법을 자세하게 가이드 하는 책입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NFT를 사고팔 때 반드시 알아야 하고 주의해야 할 법적 해석의 문제까지 놓치지 않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NFT의 시작부터 생산, 유통, 판매, 구매, 법적 해석까지 총망라한 정보가 담긴 토탈 핸드북이라 할 수 있습니다. NFT의 A부터 Z까지 궁금한 점은 거의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실용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3. 급변하는 미래, 어디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만 방심하면 세계를 인식하는 눈이 뒤처진다는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디지털 베이스로 딱히 그림이나 영상 등을 생산해낼 재능은 없다 보니 트렌드 변화에 둔감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코인도 블록체인도 막연한 개념만 가지고 있다 보니 이 책에서 설명하는 부분에서 뭔가 막연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역시 변화의 트렌드는 나이에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체험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아직까지는 NFT가 미술이나 영상예술 등 디지털 아트 쪽에 국한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향후 훨씬 더 다양하게 발전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변화의 주기가 워낙 짧아지고 있어 장담할 수는 없지만 대중적으로 익숙해지고 적응하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사실 NFT 대중화가 날개를 다는 일일 수 있습니다. 음악의 경우만 봐도 창작자보다는 배포하는 대형 플랫폼에서 훨씬 많은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NFT로 음악을 발행할 경우 중개 플랫폼이 불필요합니다. 마음대로 카피도 못하니 불법 유통도 막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NFT의 미래를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해 시공간을 초월, 공유하고 소통하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술품, 골동품, 보석 등 수집품과 부동산, 저작권이나 특허 같은 비단보 가능 자산의 거래에 활발히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향후 디지털 지갑이 모든 결제의 기본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NFT의 활용은 더욱 일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NFT의 미래에 대해 아직 쓰임새가 완전히 정형화되지 않았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있습니다. 앞서가는 모험가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노력의 첨단에 당신과 내가 서있을 수도 있고, 모험가들의 시험 현황을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으며 여기에서 또 다른 기회와 가능성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의 동향이 궁금하고 정확히 알고 싶으신 분이 계신다면 이 책<NFT 사용설명서>로 미래 경제 키워드 NFT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정확한 정의와 개념, 사용법과 미래상을 알아야만 개인들도 스스로에게 유의미한 무언가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착안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저 교양으로라도 꼭 읽어보시기를 적극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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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문 고등학교, 수상한 축제 ㅣ 블랙홀 청소년 문고 20
정명섭 외 지음 / 블랙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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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의 화려한 귀환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 일지>가 나왔을 때만 해도 재미있는 스토리는 분명하지만, 이 책이 시리즈로 출간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에 미스터리 소설 작가들이 의기투합해 앤솔로지를 다양하게 출간하는 시기였고, 그런 여러 실험작들 중 하나로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후에 많은 앤솔로지 중에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 일지>는 유독 판매 스코어가 좋았던 것을 보고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님들과 팟캐스트 방송 녹음까지 하면서 즐거운 캐미를 뽐냈던 장면을 돌이켜보면 특히 잘 기획된 앤솔로지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고등학교가 배경인데다 소설 속 주인공들도 거의 학생이다 보니 학생 독자들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에 두루두루 많은 사랑을 받았을 거라 판단됩니다. 이 소설이 시리즈로 출간될 수 있었던 큰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살아남아 또 다른 재미있는 스토리로 꽃 피는 모습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편에서 다섯 가지 이야기들이 독립적으로 잘 마무리되었기는 하지만, 짧은 단편으로 마무리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설정과 캐릭터들이었습니다. 작가들의 뛰어난 역량을 고려하면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다른 이야기 속에서 반드시 다시 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마도 이 소설을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저처럼 새로운 이야기로 귀환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귀문 고등학교, 수상한 축제>는 이전 이야기를 읽지 않아도 전혀 무리가 없을 만큼 독립된 이야기로써 완성도가 높은 단편들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독자라면 더욱 즐겁고 익숙하게 읽을 수 있어 더 풍성한 느낌과 반가움으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뭔가 짜이지 않은 자유분방한 느낌의 글들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던 시리즈 첫 편을 생각하면 이미 손발을 맞춰본 프로 작가들이 내놓은 두 번째 이야기들은 훨씬 서로 합이 잘 맞았습니다. 조화로운 바탕 속에 개성과 필력을 뽐내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환영할 만한 귀환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확실히 자리 잡은 시리즈의 개성만발 스토리

위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번 책은 첫 번째 시리즈에 비해 뭔가 짜임새 있게 자리를 잘 잡았다는 느낌입니다.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작가들이 각자 애정 하는 소설들을 더 업그레이드해 내놓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내용을 재미있게 써 냈을 뿐만 아니라 전작의 이야기나 설정을 잘 유지해 연속성도 잘 살렸습니다.

 

전작들에 비해 보다 전반적인 배경의 톤과 이야기의 매너도 서로 더 잘 어울리도록 조정이 된 느낌입니다. 첫 작들은 설정 공유 외에는 서로 되도록 자유롭게 집필해서 인지, 스타일이 지나치게 개성적이라 하나의 앤솔로지로 엮기에 부족한 부분도 있어 보였습니다.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일도 있었을 만큼 자유로운 느낌이었습니다.

 

확실히 이번 편은 다섯 편의 단편이 모두 같은 공간, 비슷한 시간에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확 살아서 짜임새 좋은 앤솔로지 같았습니다. 하나의 시공간에 서로 다른 다섯 명의 화자가 서로 동시다발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입체적인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각각의 소설 들은 모두 같은 학교의 축제일이라는 구체적인 공통점으로 묶여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섯 개의 단편을 하나의 장편처럼 한 호흡에 쭉 읽기에 너무 편했습니다. 어느 단편을 읽어도 '이건 또 무슨 이야기지?'라는 의아한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서로 호응을 이루는 가운데 개성도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모든 이야기 속에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며 교내로 경찰차가 질주해 들어오는 장면이 사용됩니다. 여기에도 톤 앤 매너가 통일감 있게 펼쳐지는데, 다들 경찰차 소리가 각자 이야기의 메인 스토리와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사용됩니다. 이런 설정은 지금 읽고 있는 스토리 자체도 흥미롭지만, 각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귀문 고등학교 자체의 미스터리함을 돋보이게 함으로써 서로 서로의 이야기를 살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른 이야기에 놀랄만한 사건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하는 장치로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상당히 스마트한 설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3. 균형감 좋은 앤솔로지를 대하는 즐거움

<귀문 고등학교, 수상한 축제>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학원 미스터리 물이고, 주요 등장인물들이 교사 또는 학생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실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이 겪는 일상과 고민 등이 생각보다 진부하고 스테레오 타입으로 드러날 위험성이 상당히 큽니다. 자칫하면 '또 이런 이야기야?'라는 반응이 나오기 십상입니다.

 

개인적으로 학원물을 별로 즐기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집은 그런 진부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섯 가지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데 있어서 뭔가 불편하게 느껴지거나 걸리는 부분이 하나 없이 후루룩 읽을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가볍게 웃으면서, 때로는 가슴 아픈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10대의 직접적이고 투박한 감정 표현이라든가, 무모한 행동 등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건들을 대하면서 추억도 떠오르고 부모의 심정으로 읽기도 했습니다. 정명섭 작가님이 풀어낸 소년 탐정 안상태의 "축하 공연을 사수하라!"라는 귀엽기도 하고 제법 정직한 정통 추리 소설이었습니다. 지난 작품보다 조금은 더 밝은 톤으로 전체적인 이야기와 분위기를 잘 맞추면서 첫 작품으로 포문을 잘 열어주었습니다. 걸그룹 이야기 속에 팬과 안티팬 등의 문제가 잘 드러나고, 중간에 톡 소설 같은 장면이 사용된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정해연 작가님의 "찢어진 드레스"는 기존 작품 속 설정이 그대로 잘 살아나 반가웠던 작품입니다. 유일하게 선생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주인공이지만 사건의 관찰자 같은 포지션이라 학생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런 포지션을 무척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방의 죄책감을 읽는 능력은 상당히 독특한 능력입니다. 이를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는 스토리를 잘 풀어냈고, 모든 소설 중 가장 감정의 폭발을 잘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조영주 작가의 "아무도 모르게"는 역시 독특한 이야기를 창조해 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애정 하는 사이코패스 애리가 돌아와 흥미로운 스토리를 잘 풀어나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과연 사이코패스가 맞는가의 고민이 별로 들지 않을 정도로 맵지만 훈훈한 역할을 하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이런 미스터리한 캐릭터의 특징을 그대로 유지한 점이 무척 좋았습니다. 역시나 캐릭터의 내면 묘사에 특화된 작가의 장점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전건우 작가의 "탐정은 가면을 쓰지 않는다"는 전작에서 유일하게 정통 탐정 추리소설을 패기 있게 써냈던 그 스토리가 그대로 이어진 이야기입니다.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해도 좋을 만큼 잘 짜인 설정이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어떤 작품보다 전작의 스토리, 캐릭터, 배경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 느낌입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이슈를 잘 버무려 역시나 훌륭한 단편 추리소설이 완성되었습니다.

 

김동식 작가의 "역보물 찾기"는 역시나 가장 독특한 소설이었습니다. 보물 찾기를 시작도 전에 찾아내 감추고 문제 출제자가 보물을 역으로 찾게 만든다는 설정도 신선했고, 이 과정에서 전혀 다른 사회파적 메시지가 드러나도록 짧은 분량에 담아낸 것도 훌륭했습니다. 소설 속에서 문제를 푸는 과정에 등장하는 애너그램도 신기했습니다. 머리가 나쁜 저에게는 정말 괴로운 부분이었는데 등장인물이 풀어내도록 포기하고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즐겼습니다. 학교 속 괴롭힘 이야기도 역설적으로 더 선명하게 와닿았습니다.

 

너무 심각하지 않고,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읽을 만큼 가볍지도 않은 균형감각이 좋은 앤솔로지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무조건 추천해 드릴 소설집입니다. 부담 없고 불호가 거의 없을 거라 판단되는 만큼 10대 아이들부터 전 연령대에 모두 즐겁고 편안하게 즐기기 좋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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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다 - 길 잃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 인문학
김이섭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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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돌이킬 수 없고 무엇보다 소중한 인생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내 대답에 모두가 동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만큼 잘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절대적인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것이 없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살아도 좋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인생은 돌이킬 수 없고 스스로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내 인생이 잘 풀린다고 생각하든, 아니라고 생각하든 마찬가지입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요.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인생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답이 있습니다. 정해진 답이 아니라 내가 찾아내는 답, 그게 바로 내 인생의 답입니다."



저자가 책의 서두에서 정언명령처럼 선언하는 이 문장을 대할 때, 시원한 마음이 든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분입니다. 이 문장을 대하면서 '그래서 그 답을 어떻게 찾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그럴 때 자신만의 정답을 찾기 위해 필요한 자료와 태도, 철학, 스승 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 책이 필요합니다.


<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다>는 일종의 자료집이자 묵상집입니다. 책 속에 자기 인생의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정답이 하나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자료들이 다방면으로 폭넓게 포진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내용이 장황하지 않고 이해가 쉽도록 잘 정리된 아포리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인생의 태도가 몇 가지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긍정적인 자세입니다. 아마도 긍정적인 분이라면 이 책의 내용을 늘 들어왔던 뻔한 이야기들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 이 시점에서 고려해 볼 인생의 지혜를 모아놓아 정리를 돕는 훌륭한 책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 책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읽는 분들에게 매우 귀중한 조언이 될 것입니다.




2.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법칙들과 신기한 인생 방정식

저자는 우리가 살면서 알게 모르게 배워왔던 상식, 세계관과 가치관 생성에 필요한 바탕에 대해 압축해서 들려줍니다. 특히 인생관을 이루는 주요한 다섯 가지 틀인 프레임, 확증편향, 콤플렉스, 메커니즘, 패러다임 등에 대해 설명해 줍니다. 반드시 한 번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을 개념들입니다.


저자께서 공부를 많이 하셔서 그런지 아니면 어디다 풀어놓지 못하고 적어놓으신 것이 많으셔서 그런지 책 속에 각종 효과와 수많은 법칙, 심리 작용 등을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열 방식 자체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좋은 말이 너무 많으면 주제가 흐려지거나 집중이 흐트러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워낙 크고 중요한 주제를 잡으셔서 그런지 하나하나가 다 생각해 봄직하고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갈수록 점입가경인 수없이 많은 단어와 약어 등으로 인생을 설명하는 소챕터가 등장합니다. 비슷하지만 다양한 단어로 풀어내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고 위트 넘치는 데다가 의미도 있어 훌륭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쯤 되면 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간단하게만 예를 들자면 "버릇, 그릇, 노릇"으로 인생의 다섯 가지 터(놀이, 배움, 일, 쉼, 꿈)를, "가나다(가리다, 나누다, 다르다)"로 삶의 원칙을 설명하는 식입니다.


여기에 자신의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아홉 가지 질문도 던집니다. 내 인생에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쓸모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선택이 좋은 건지,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 등의 질문입니다. 반드시 점검해 봐야 할 질문거리 들로 인해 삶을 돌아보고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것은 어떤 것이었는지 생각해 볼 소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뿐 아니라 인생의 MVP(mission, vision passion), VIP(Vocation 소명의식, Inspiration 영감, perspiration 땀과 노력), ABC(Accelerator, Brake Control), 3T(Targeting, Timing, Triggering) 3C, TRIP, 3합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나열하고 있어서 신기할 지경입니다. 결은 다르지만 유병재 씨가 N 행시를 위트 있게 정리해 감탄하면서 읽었던 책 <말장난>이 생각나는 지점이었습니다.



3. 결국 삶은 품격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길


우리의 삶은 스스로 뚜벅뚜벅 걸어가야 할 길이라 할 때, 그 걸음이 바르고 품격이 있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또한 목표 지점이 분명하고 스스로 의미가 있어야겠습니다. 걷는 걸음마다 행복이 가득하고 결과적으로 인생의 길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건강한 신체가 건강한 마음과 생각을 가져온다고 보고 걷기를 통한 행복의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눈물과 웃음 즉, 감정에 충실한 삶도 중요합니다. 내 감정을 외면하면 나의 내면이 왜곡되기 쉽습니다. 이는 행복에 이르는 길에서 멀어지는 방식입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꿈과 추억을 많이 쌓으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이 저자가 조언하는 삶의 방향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삶은 나 혼자만 유아독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나 한 사람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결국 사회 속에서 얼마나 조화로운 모습으로 행복을 추구할 것인가가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중요한 쟁점입니다.


"하나와 모두의 조화. 개인의 자유의지와 사회의 질서유지가 조화를 이룰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지상낙원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개인과 사회의 조화를 통해 지상낙원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이상적이고도 긍정적인 관점을 제시합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장면일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 노력해야 할 지향점으로 삼을 필요는 있습니다. 이 부분에 이르러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 시대의 백신 문제가 떠오릅니다.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해 개인의 백신 접종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연 백신의 안전성이 담보 되는가의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위험성이 만에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접종을 하지 않는 개인의 선택도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대체로 우리나라는 개인과 사회 전체를 위해 백신 접종을 받는 사람의 비율이 높은 것 같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개인을 더 존중하는 전통적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백신 접종 비율이 낮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이슈가 저자가 말하는 하나와 모두의 조화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 볼 좋은 예시가 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개인이 자유의지와 사회의 질서유지가 조화를 이루는 것일까요? 여기에 대해 통일된 하나의 의견이 도출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이슈들을 하나하나 불러오면 개인과 사회의 조화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좋은 말이고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탁상공론과 같은 안일한 결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다양한 가치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수많은 미디어와 정보의 홍수 때문에 몸살을 앓으며 도대체 내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고 있는지 혼란스러운 분이나, 한 번쯤은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인지 정리하고 싶은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정답은 아니어도 어떤 것들을 고민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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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분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조영주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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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로윈과 코스튬플레이, 그리고 살인 사건...


   "할로윈에 계약해서 할로윈에 책을 내겠다."라는 이야기를 1년 전 할로윈 즈음에 만난 조영주 작가로부터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몽실북스와 장편 소설을 계약했고 할로윈 관련 작품이 될 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분]은 그렇게 탄생한 할로윈 책입니다. 그렇기에 소설의 주요 배경이 할로윈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할로윈은 매년 10월 31일로 영미권 문화의 "모든 성인 대축일 전야제"라고 하는데요, 저는 이 자체가 사실 생소하고 익숙한 날은 아닙니다. (조금 슬픈 이야기지만 저는 이용 선생님의 잊혀진 계절의 첫 소절 "10월의 마지막 밤"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입니다.) 애초 할로윈의 기원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오늘날 할로윈은 사실 코스튬플레이 파티와 행사가 핵심이죠. 이 소설 역시 할로윈 코스튬이 사건 발생과 진행의 중요한 소재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할로윈 축제 문화가 너무나 생소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본 적도 없어서인지 소설의 초반 전개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정말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제대로 받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대화가 대체로 수긍은 되지만 익숙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좋은 쪽으로 해석하자면 신선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여기에 정말 낯선 방식의 죽음이 등장합니다. 이후 살인사건으로 밝혀지면서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홍콩의 사건과 한국에서의 사건이 7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면서 스토리가 교차로 진행됩니다. 이런 방식은 최근 조영주 작가가 즐겨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어색한 소재와 익숙지 않은 느낌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왔다 갔다 해서 더 어지러웠습니다. 재미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7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 그리고 이와 얽힌 주요 등장인물들의 알 수 없는 행보, 여기에 새로운 사건의 발생, 더 알 수 없는 진실의 행방이 복잡하게 펼쳐지는 미스터리의 진수 같은 이야기입니다. 

 


2. 놀라운 반전, 전통 미스터리 소설의 미덕에 충실한 마무리


   소설의 2/3 이상이 흘렀음에도 혼란스러움은 여전했습니다. 그러나 결말 부분에서 드러나는 이야기의 전말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읽으면서 너무 감을 잡지 못해서인지 결말의 대반전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반전이라는 소설적 장치 자체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감탄할 만한 반전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반전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반전이 등장하기 전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둔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소설 역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 때까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여러 가지 장치들로 인해 무척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밝혀진 대 결말 앞에 그동안의 혼란과 불편함이 해소되면서 역시나 작가의 역량을 또 한 번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설 초, 중반에 전체적인 맥락에서 다양한 힌트와 떡밥을 뿌리고 마지막에 전반적으로 잘 회수해 내는 것이 전통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미덕이라고 할 때, 이 소설은 기본적인 미덕에 충실합니다. 그뿐 아니라 애초에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더 깊이 있는 소설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캐릭터 설정과 묘사의 깊이입니다. 다중적이면서도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내면 묘사는 물론 이상해 보이는 행동에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적 요소를 납득이 가도록 디테일하게 설정해 놓은 성실함에서 기인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익숙하게 알려진 외부 캐릭터를 차용하는 방식도 좋았습니다. 배트맨은 어둠의 고담 시에서 암암리에 활약하는 히어로입니다.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차용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한 축으로 등장하는 이혁이라는 인물이 과거 인기 애니메이션 '시티 헌터'를 차용해 온 것도 좋은 설정이었습니다. 전체적인 배경인 할로윈 축제를 가져다 쓴 것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전체적인 소설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3. 깊이 있는 인간 내면에 대한 고찰, 뒤틀린 심리에서 최고의 행복까지...


   이 소설이 단지 배경이나 분위기만 무거운 것이 아니라 주제 의식까지 묵직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 사회의 무거운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사회적 범죄라는 것은 다양한 인간의 내면적 욕구 중에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참고 자제해야 할 것을 참아내거나 긍정적 방식으로 해소해 내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것입니다. 소설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묘사가 아주 잘 드러납니다. 


   저에게는 매우 생소한 복장도착증이라던가, 그로 인한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와 성범죄의 문제가 직접적으로 다뤄집니다. 이런 성범죄를 바라보는 사회의 이중잣대의 문제도 빠짐없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 때문에 벌어지는 피해자의 불행과 정서 왜곡, 2차 범죄와 후유증 등도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무척 심란해지게 됩니다. 


   단순히 범죄 심리 묘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 감정인 사랑에 대한 묘사도 빠지지 않습니다. 사랑이라고 하면 대체로 순수하고 이상적인 사랑만 생각하게 되는데 살다 보면 사랑이라는 것이 참 복잡하고 다양하게 표현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쩌면 누구도 '사랑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서도 사랑의 몇 가지 특별한 요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장면들을 특색 있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이 더 복잡 미묘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뒤틀린 심리에서 나타나는 범죄와 불행이 인간의 절대적인 행복과 맞물려 제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소설의 제목 자체가 최고의 행복에 대한 문장이기까지 합니다. 실제로 소설 속 사건과 인물 전반에 누구 하나 엄청 행복한 인물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소설의 제목과 주제의식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녹록하지도 마냥 행복하지도 않고 의외로 기대와 다른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 때문에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든 일에 집착하고 일상의 행복과는 꽤나 거리가 있는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절대적인 행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소설은 "당신의 인생이 힘들고 괴롭더라도 그래도 살면서 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분을 누려본 적이 있는가?"라고 묻고 있습니다. 아마도 "인생이 늘 만족스럽지 않고, 항상 두려움과 걱정으로 행복과 거리가 있는 모습이지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그렇다면 견뎌볼 만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런 기억이 없다면 인생에서 찾아올 절대적 행복의 시간을 기대하면서 삶을 어루만지고 달래 보면 어떻겠냐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잘 풀려나가지 않는 분이시거나 삶의 무게에 지치신 독자님들이라면 소설의 인물과 이야기에 빗대 절대적인 행복의 시간을 찾아보시면 어떨까 추천해 드립니다. 



덧)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소설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가 열광할 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 트렌드에서 제법 벗어나 있는 무게감도 그렇고 상당히 마니악 한 소설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오래 보면 더 가치가 있을 그런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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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집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11
전건우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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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뒤틀린 집에서 겪는 무시무시한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전문 전건우 작가의 신간 [뒤틀린 집]은 집과 가족과 원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무섭습니다. 매우 무서운데, 호러 호러 하기도 하지만 조마조마 미치게 하는 서스펜스가 대단한 소설입니다. 한 번에 빠르게 읽었지만 읽기 싫은 마음과 앞으로 나올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양가감정을 가지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집에서 그냥 귀신이 나온다고 하면 스토리의 설득력이 없다 보니 명분을 만들어야 하는데, 집의 방위와 구조 때문이라는 설명은 상당히 그럴 듯했습니다. 특별히 방위라든가 집의 설계 원칙 따위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아주 생소한 설명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대충 설명하자면 집의 방위에도 음양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거야. 집, 대문, 안방, 주방, 심지어 화장실까지 동사택이면 동사택, 서사택이면 서사택으로 배치가 되어야 길한 집이지. 반대로 동사택과 서사택이 섞이면 그게 바로 뒤틀린 집, 즉 오귀택이 되는 거야."

본문 152~153페이지


   뒤틀린 집이라는 설정이 힘을 받기 때문에 이 집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도 긴장감 있게 받아들여집니다. 작가 특유의 배경 묘사와 의성어의 활용, 독특한 어법 등이 잘 발휘되어서 인지 등장인물이 어느 위치에 가도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게 만듭니다. 그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은 모르는 사실을 독자들이 먼저 알게 되면서 느끼는 서스펜스의 마법이 아주 잘 작동하는 소설입니다. 


   집안도 무섭지만 창고에 무서움의 핵심이 있다는 설정도 좋았습니다. 보통 외국 소설에 등장하는 지하실의 경우 우리 정서에 좀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지하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핵심으로 하면 독자와는 조금 동떨어진 경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집 밖 창고라 하면 누구나 그러려니 하고 읽을 수 있습니다. 


   전건우 작가가 대한민국에서 집안에서 벌어지는 호러물을 쓰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가 외국식 독립 건물이나 지하실 등의 구조물이 한국에서 익숙지 않기 때문에 억지스러워진다는 점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 끝에 결정한 설정 같습니다.  적당히 고립된 공간에 한국식 설정에 올린 전통적인 공포 호러소설이 완성되었습니다.




2. 뒤틀린 원혼들에게 당하는 뒤틀린 가족 이야기


   [뒤틀린 집]에 등장하는 가족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습니다. 최근 국내 반응 보다 해외에서 호응이 좋은 드라마나 영화의 특징을 보면 어떤 식으로든 "한국형 신파"가 선보인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국내 팬들은 한국식 신파에 대해 아주 격렬히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억지 눈물 작전 좀 그만하라거나 식상한 신파 좀 빼라는 식으로 반응하고, 해당 영상물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 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식상한 신파가 외국에는 아직 통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상당히 신선해 하며 감동의 눈물을 쏟아냅니다. 예컨대 한국식 신파가 해외에서는 아직 유효기간이 다하기는커녕 이제 시작인 모양새입니다. 이런 전형적인 신파의 원형 중 하나가 호러소설에도 존재하는데, 이를테면 "뜻하지 않게 악령이 출몰하는 무서운 집으로 이사 오게 되었다. 약하고 힘없는 아이가 셋이나 딸린 약점 많은 가족이지만 그들은 끈끈한 가족애와 사랑, 희생으로 똘똘 뭉쳐 결국은 악령의 공격에서 이겨내고 가족의 사랑과 힘을 확인한다." 


   이런 방식이 전형적이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더 파워 오브 패밀리"의 함정에서 벗어나 있기에 더 무섭고 위태로운 소설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 뒤틀린 집으로 이사오는 시점에 주인공 가족은 이미 브로큰 패밀리 직전에 몰려 있습니다. 잘나가던 아빠가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된 상태고 엄마는 그 여파로 신경쇠약에 가까운 상태이며 그나마 멀쩡한 첫째는 친구들을 다 잃었고 입양한 셋째는 여전히 부모를 완전히 신뢰하지도 못합니다. 


   만약 이 가족이 너무 서로 화목하고 사랑하며 끈끈한 상황이었다면 스토리 전개 과정 내내 '서로 어떻게든 이겨내겠지 뭐..'라는 생각에 긴장감이 훨씬 덜했을 겁니다.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고 심지어 공격하는 대상이 되기 때문에 어린아이의 모습이 위태위태 애처롭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미 분열된 상태로 문제의 집으로 이사 온다는 설정은 무척 현명했다는 생각입니다. 




3. 뒤틀린 집으로 표현하는 뒤틀린 세상 이야기


   대한민국에서 집에 얽힌 호러소설을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국인에게 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파트이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모양으로 지어지는 아파트가 남다르게 지어져서 "뒤틀렸다"라고 설정하기는 억지스럽습니다. 아파트라는 거주 공간은 대체로 무난하고 문제없는 가정의 상징이 됩니다. 아파트 중에서 얼마나 크고 입지가 좋으냐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주인공 가족은 억울하게 세상에서 내쳐진 케이스입니다. 자연스럽게 아파트에서 나와 시골 마을 중에서도 끝자락에 자리한 외딴 집으로 내몰립니다. 그 집이 뒤틀려 있어 가족들의 삶을 위협해도 아무도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합니다. 단란하던 가족 간의 관계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합니다. 당사자들이 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따지고 보면 잘못한 것도 없지만 세상은 그들을 단죄하고 따돌리고 외면합니다. 


   그 와중에도 아무런 조건 없이 그들을 돕는 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가족을 돕는 존재 역시 사회 속에서는 인정받거나 번듯한 지위가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소외된 채 자기만의 사명으로 살아가는 사람일 뿐입니다. 잘 갖춰진 문명의 안전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에 처하고 실제로 도움을 받지도 못합니다. 


   일차적으로 가족들을 돌보는 아내 명혜가 큰 고통을 받으면서 신경쇠약에 걸려 가장 먼저 악령에게 사로잡힙니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언론의 뭇매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남편은 그래도 악착같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다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두 번째 희생양이 됩니다. 마지막까지 정신줄을 잡고 결국 가족들을 구해내는 주인공은 첫째 아들 동우입니다. 전건우 작가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 부분이지만 소설 내에서 가장 힘없고 약한 존재가 좌충우돌 고생 끝에 문제를 해결해 냅니다. 이런 구조는 독자들로 하여금 끝까지 등장인물을 응원하게 만들고 소설적 긴장감을 놓지 않게 돕습니다. 


   소설은 세 명의 화자가 등장하는 세 파트로 구분되어 있는데, 첫 번째 화자가 정신줄을 놓으면 다음 화자가 이어받는 재미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설정이 소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도와주고 일종의 절망감 같은 것도 선사하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읽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전건우 작가의 하우스 호러 [뒤틀린 집]은 공간을 이용한 호러 소설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이어가는 텐션 유지만으로도 작가의 필력이 만개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은근하게 압박하는 긴장감 넘치고 기분 나쁜 호러 소설의 만끽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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