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분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조영주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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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로윈과 코스튬플레이, 그리고 살인 사건...


   "할로윈에 계약해서 할로윈에 책을 내겠다."라는 이야기를 1년 전 할로윈 즈음에 만난 조영주 작가로부터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몽실북스와 장편 소설을 계약했고 할로윈 관련 작품이 될 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분]은 그렇게 탄생한 할로윈 책입니다. 그렇기에 소설의 주요 배경이 할로윈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할로윈은 매년 10월 31일로 영미권 문화의 "모든 성인 대축일 전야제"라고 하는데요, 저는 이 자체가 사실 생소하고 익숙한 날은 아닙니다. (조금 슬픈 이야기지만 저는 이용 선생님의 잊혀진 계절의 첫 소절 "10월의 마지막 밤"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입니다.) 애초 할로윈의 기원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오늘날 할로윈은 사실 코스튬플레이 파티와 행사가 핵심이죠. 이 소설 역시 할로윈 코스튬이 사건 발생과 진행의 중요한 소재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할로윈 축제 문화가 너무나 생소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본 적도 없어서인지 소설의 초반 전개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정말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제대로 받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대화가 대체로 수긍은 되지만 익숙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좋은 쪽으로 해석하자면 신선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여기에 정말 낯선 방식의 죽음이 등장합니다. 이후 살인사건으로 밝혀지면서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홍콩의 사건과 한국에서의 사건이 7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면서 스토리가 교차로 진행됩니다. 이런 방식은 최근 조영주 작가가 즐겨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어색한 소재와 익숙지 않은 느낌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왔다 갔다 해서 더 어지러웠습니다. 재미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7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 그리고 이와 얽힌 주요 등장인물들의 알 수 없는 행보, 여기에 새로운 사건의 발생, 더 알 수 없는 진실의 행방이 복잡하게 펼쳐지는 미스터리의 진수 같은 이야기입니다. 

 


2. 놀라운 반전, 전통 미스터리 소설의 미덕에 충실한 마무리


   소설의 2/3 이상이 흘렀음에도 혼란스러움은 여전했습니다. 그러나 결말 부분에서 드러나는 이야기의 전말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읽으면서 너무 감을 잡지 못해서인지 결말의 대반전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반전이라는 소설적 장치 자체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감탄할 만한 반전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반전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반전이 등장하기 전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둔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소설 역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 때까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여러 가지 장치들로 인해 무척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밝혀진 대 결말 앞에 그동안의 혼란과 불편함이 해소되면서 역시나 작가의 역량을 또 한 번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설 초, 중반에 전체적인 맥락에서 다양한 힌트와 떡밥을 뿌리고 마지막에 전반적으로 잘 회수해 내는 것이 전통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미덕이라고 할 때, 이 소설은 기본적인 미덕에 충실합니다. 그뿐 아니라 애초에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더 깊이 있는 소설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캐릭터 설정과 묘사의 깊이입니다. 다중적이면서도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내면 묘사는 물론 이상해 보이는 행동에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적 요소를 납득이 가도록 디테일하게 설정해 놓은 성실함에서 기인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익숙하게 알려진 외부 캐릭터를 차용하는 방식도 좋았습니다. 배트맨은 어둠의 고담 시에서 암암리에 활약하는 히어로입니다.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차용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한 축으로 등장하는 이혁이라는 인물이 과거 인기 애니메이션 '시티 헌터'를 차용해 온 것도 좋은 설정이었습니다. 전체적인 배경인 할로윈 축제를 가져다 쓴 것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전체적인 소설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3. 깊이 있는 인간 내면에 대한 고찰, 뒤틀린 심리에서 최고의 행복까지...


   이 소설이 단지 배경이나 분위기만 무거운 것이 아니라 주제 의식까지 묵직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 사회의 무거운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사회적 범죄라는 것은 다양한 인간의 내면적 욕구 중에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참고 자제해야 할 것을 참아내거나 긍정적 방식으로 해소해 내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것입니다. 소설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묘사가 아주 잘 드러납니다. 


   저에게는 매우 생소한 복장도착증이라던가, 그로 인한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와 성범죄의 문제가 직접적으로 다뤄집니다. 이런 성범죄를 바라보는 사회의 이중잣대의 문제도 빠짐없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 때문에 벌어지는 피해자의 불행과 정서 왜곡, 2차 범죄와 후유증 등도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무척 심란해지게 됩니다. 


   단순히 범죄 심리 묘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 감정인 사랑에 대한 묘사도 빠지지 않습니다. 사랑이라고 하면 대체로 순수하고 이상적인 사랑만 생각하게 되는데 살다 보면 사랑이라는 것이 참 복잡하고 다양하게 표현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쩌면 누구도 '사랑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서도 사랑의 몇 가지 특별한 요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장면들을 특색 있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이 더 복잡 미묘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뒤틀린 심리에서 나타나는 범죄와 불행이 인간의 절대적인 행복과 맞물려 제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소설의 제목 자체가 최고의 행복에 대한 문장이기까지 합니다. 실제로 소설 속 사건과 인물 전반에 누구 하나 엄청 행복한 인물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소설의 제목과 주제의식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녹록하지도 마냥 행복하지도 않고 의외로 기대와 다른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 때문에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든 일에 집착하고 일상의 행복과는 꽤나 거리가 있는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절대적인 행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소설은 "당신의 인생이 힘들고 괴롭더라도 그래도 살면서 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분을 누려본 적이 있는가?"라고 묻고 있습니다. 아마도 "인생이 늘 만족스럽지 않고, 항상 두려움과 걱정으로 행복과 거리가 있는 모습이지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그렇다면 견뎌볼 만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런 기억이 없다면 인생에서 찾아올 절대적 행복의 시간을 기대하면서 삶을 어루만지고 달래 보면 어떻겠냐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잘 풀려나가지 않는 분이시거나 삶의 무게에 지치신 독자님들이라면 소설의 인물과 이야기에 빗대 절대적인 행복의 시간을 찾아보시면 어떨까 추천해 드립니다. 



덧)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소설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가 열광할 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 트렌드에서 제법 벗어나 있는 무게감도 그렇고 상당히 마니악 한 소설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오래 보면 더 가치가 있을 그런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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