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1. 장서는 독서와 전혀 다른 일이다.

 

   [장서의 괴로움]이라는 책 제목을 접했을 때, '아, 이 책은 읽지 않을 수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과한 책수집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분히 이 '장서의 괴로움'을 곧 겪게 될 것이 예견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끄덕없지만 이제 슬슬 대비를 해두자' 하는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책 때문에 아이 학교 핑계대고 무리해서 큰집으로 이사하고, 이사할 때 큰방을 서재로 꾸미려고 갖은 애를 다 쓴 우리 부부가 과연 아직까지는 안전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장서(藏書)는 말 그대로 "책을 모아두는 행위"입니다. 사전적으로는 "서적을 간직하여 둠, 또는 그 서적"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장서는 책을 읽는 행위와 엄연히 구분되는 말입니다. 장서가는 책을 구해서 간직해 두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한마디로 책 욕심이 넘치는 사람, 수집욕이 가득한데 그 대상이 책인 사람을 말합니다. 대체로 책을 좋아하면 당연히 책을 많이 읽게 되겠지만,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책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보니 의외로 책을 많이 사고 모아두는 사람중에 독서를 많이 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비교적 악착같이 사놓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나 이상한 사람 아니라고 계속 어필하고 있음...)

 

 

 

#2. 장서의 괴로움에 공감하다.

 

   세상에 무시무시한 장서가가 무척 많은가 봅니다. 이 책에서도 장서가들의 예가 많이 나오는데 거의 일본인들입니다. 일본사회는 기본적으로 대부분 좁은 집에서 사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다다미 넉장크기니 다다미 여섯장 크기니 이런 표현들이 많이 나오던데 그저 몇평이냐가 편하지 크기가 잘 감이 안오긴 하지만 책장이 몇개 들어가니 하는 표현을 보면 그리 큰 집들은 아닌 듯 한데 이 좁은 곳에 그야말로 누울곳을 제외하고는 엄청나게 쌓아올립니다. 심지어 책 때문에 가구를 다 빼버린 사람들도 종종 있는 모양입니다.

 

   이 책에서도 설명하는 바에 따르면 적당한 장서의 범위는 책을 진열했을 때 책등이 다 보이도록 진열하고 어떤 책이 어디쯤에 있는지 찾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이미 적당한 장서의 수준을 조금 넘기는 했습니다. 서재 책장엔 거의 뒷쪽 책이 안보일 정도의 이중주차..아니 이중주서가 상당히 진행되었습니다. 뭐 표지에서도 예상이 가능하지겠지만 주인공은 물론 대부분 언급되는 인물들은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책을 사 모읍니다. 몰랐는데 일본에는 우리와 다르게 목재로 된 집이 무척 많은 모양입니다. 이런 집들은 모이면 무척 무거운 중량물이 되는 책을 많이 보관하기에 적절한 구조는 아닙니다. 중량에 약하다고 하네요. 실제로 집이 기울거나 내려앉은 사례도 있으니 말입니다.

 

   여튼 장서가는 결국 책을 모으고 보관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책이 점점 많아집니다. 그렇다고 책 사모으기를 중단할 수 없습니다. 그게 가능했다면 장서의 괴로움 따위를 애초에 생각할 필요도 없는거죠. 결국 계속 불어나는 책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하는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공감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제 상황은 훨씬 증세가 덜하고 양호하다보니 오히려 안심도 되고, 위안도 되더군요.

 

"집에 같은 책이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또 사는 지경이면 이상적인 독서공간이 슬슬 위험해진다는 신호다. 좁은 방에서 궁색하게 살 때는 누구나 좀 더 넓은 방에 살고 싶고, 책을 더 소장하기를 꿈꾼다. 하지만 욕망이란 끝없이 증식하므로 '이걸로 충분히 만족해'라는 선은 어디에도 없다. 넓은 방에 살면서 책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그땐 그 나름대로의 고뇌가 싹튼다."p53

 

   최근에도 같은 책을  중복으로 산 경험이 있는 저는 상당히 찔렸습니다. 그리고 욕망에 적정한 선이 없다는 것에도 깊이 공감하고 인정하게 되더군요. 저도 사실은 고뇌가 싹튼지 좀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을 집어 들었죠.

 

 

 

#3. 적당한 장서는 어느 수준인가?

 

   이 문제는 참 누가 나서서 딱 정해줄 만한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사람마다 환경이 다르고 사정이 다르니 말입니다. 그러나 몇만권씩 있는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책이 나를 잠식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듯 합니다. 그리고 상당한 압박감을 받게 됩니다. 마치 처음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취하기 시작하면서 술이 사람을 마시는... (아니 술이 술을 마시는 건가?) 상황이랑 비슷하죠. 여튼 언제부터인가 탄력이 붙어서 스스로 제어가 안되는 지경에 이르고 맙니다.  이 책에서는 적당한 수준을 꼭 필요한 책 5백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 5백권이란 칠칠치 못하다거나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어지간한 금욕과 단념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실행하려면 보통 정신력으로는 안된다."p150

 

   결국 몇권을 소장하느냐의 문제는 욕망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어떻게 보면 홈쇼핑 중독이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사고 사고 또 사는 건 똑같은 거니까요. 다만 책을 산다는 이유로 조금 덜 나빠보이고 덜 세속적으로 보인다고 해야할까나. 어쨌거나 5백권은 대단한 금욕과 절제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저같은 범인에게는 불가능한 조건인 듯 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부부가 모두 장서가 기질이 있으니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수집 자체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합니다.

 

"수집을 통해 수집된 물건으로부터 자신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고 생각의 방향성을 얻는 일이 종종 있다. 사람은 스스로 목적을 알 수 없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하지만, 수집한 물건은 언젠가 언어가 되고 문맥이 되어 사람을 지혜로운 길로 이끈다. 자신도 분명히 알 수 없는 어떤 호기심이 지혜의 결정체가 되어 간다."p170

 

   약간 궤변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일정부분 공감이 가는 표현입니다.  책을 모으는 행위 자체는 맹목적일수도 있지만 이 책을 잘 활용한다면 장서가를 지혜로운 길로 이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책을 과감히 정리하는 지혜로운 길로 이끄는 것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4. 이 책의 한계들..

 

   이 책의 가장 큰 한계는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한국인인데 말이죠. 이 사실에서 파생되는 이 책의 문제는 첫째, 주요 예시로 등장하는 인물과 작품이 모조리 시대를 넘나드는 일본인들이라는 것입니다. 당췌 그 많은 인물들 중에 제가 알아들은 인물은  하루키, 가쿠다 미쓰요, 마츠모토 세이초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언급되는 작품들은 하나하나 생판 첨 들어보는 작품들이고 유명인들인 듯 한데 전혀 모르니 흥미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두번째로는 모아두었던 장서가 소실되는 아픔에 대한 챕터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전쟁당시의 공습에 대한 묘사는 약간의 불편함을 동반했습니다. 물론 이 책에서 공습을 받는 부분에 대한 역사적 가치판단은 전혀 없지만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공습으로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취'라는 묘한 표현인데 이게 참 언제적 이야기인가 싶을 만큼 기묘했습니다. 한마디로 '자취'란 책을 제본부분을 절단해서 낱장으로 만든다음 그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스캐너로 스캔해서 디지털 파일화 하고 전자문서로 변환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장서의 괴로움을 해결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책을 팔아서 처분하는 것 외에 이렇게 전자문서로 소장하는 것을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가만 생각하면 정말 할일 없는 사람들이나 할만한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300페이지 쯤 되는 책을 절단해서 페이지마다 스캔을 뜬다면 그 한권을 스캔하는데만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됩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 언급된 예시를 보면 4200권의 책을 '자취'하는데 1년 반이 걸렸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일본은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가 안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해결책입니다.

 

   그리고 장서정리의 최후 수단으로 '1인 헌책시장'을 열 것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것도 저같은 개인이 책을 깔아놓는다고 얼마나 사 갈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따라하기 어려운 해결책이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는 뭐, 그냥 알라딘 중고매장에 가져가서 매도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책은 사고 싶고 사놓은 책은 읽었거나 안 읽었거나 한권도 내놓기 아까운 그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에서의 조언처럼 책을 줄일때는 하나하나 골라서는 불가능하고 과감하게 불타버렸다고 생각하고 막 뭉터기로 버리거나 팔아야하는게 맞나봅니다. 여튼 저는 오십보 백보이기는 하지만 장서가 보다는 애서가이자 독서가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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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세기
캐런 톰슨 워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1. '슬로잉'이라는 작품의 배경을 결정해주는 탁월한 소재설정

 

   이 작품은 지구의 자전이 느려져 하루가 길어지는 '슬로잉'이라는 이상현상을 소재로 삼은 소설입니다. 그렇다고 디스토피아 소설은 아니지만 작품속 현실을 보면 다분히 인류에 위협이 될만한 상황인 것은 확실합니다. 이런 상황은 인간들을 불안하게 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게 만듦으로써 사회에 대혼란을 야기하고 악영향을 줍니다. 이런 상황 설정을 통해 인간의 본연에 숨겨진 불안, 분노, 나약함, 공격본능, 이성상실 등 다양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장면들이 상당히 그럴듯하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슬로잉'이라는 소재, 상황 설정은 무척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한편으로는  '슬로잉'이라는 현상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작가가 묘사하는 장면들의 면면은 우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실상 아무도 앞날을 모르고 예측도 불가능한 상황이다보니 답답하기만 해 보입니다. 이와 동반해 '슬로잉 증후군'이라는 신체적인 이상현상까지 나타납니다. 이는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고 심리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병리현상으로 표현됩니다. 예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인간이 얼마나 불안해하는가를 간접적으로 잘 표현해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개인적인 사건도 아니고 지구의 자전속도 변화라면 이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대혼란, 모두에게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것이죠.

 

   사람들을 통제하고 나름의 규칙을 정해 끼워맞추려하는 것은 늘 권력 계층이고, 이 계층의 권력욕구를 뒷바침해주는 것은 일단 나의 생존이 중요하다 여기는 대다수의 사람들입니다. 무규칙의 상태, 규정할 수 없는 상태를 싫어하는 권력 기득권은 대자연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으므로 적어도 사람들의 행동만큼이라도 예측가능한 범주에 넣어두려 노력합니다.이에 응해 다수의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생존본능에 충실히 일단 통제를 따르도록 서로를 종용합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정치세력에 의해 규정되는 사회적 합의에 벗어난 선택을 하는 소수자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응징과 린치를 가합니다. 굳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런 행동을 통해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스스로 증명하려하고 정신승리를 꾀하는 것이지요.  이 작품은 이러한 인간들의 심리적 행동을 자연스럽게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2. 주인공의 회상을 통해 설명되는 세계는 담담하기만 하다.

    비록 '슬로잉'이라는 현상이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양식조차 바꾸어 놓을 만큼 강력하기는 하지만 이제 갓 성장하는 열두살 소녀에게는 그저 신기한 일일 뿐입니다. 소녀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 현상으로 인해 가정의 분위기가 변하고, 학교에서는 더욱 고립됩니다. 이 와중에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기존에는 전혀 몰랐던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한 남자아이를 좋아하는 감정의 홍역을 치루기도 합니다. 그렇게 소녀는 성장해갑니다.

 

"어쩌면 슬로잉 이전부터 시작되었겠지만 나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개비와 나의 우정이 허물어지고 있었다는 걸.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었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은 그 자체가 험난한 항해였다. 힘든 여정이 늘 그렇지만, 모든 것이 그대로일 수는 없었다."p132

 

   이렇게 힘든 성장과정에서 겪는 일들이 의외로 담담하고 잔잔한 가장 큰 이유는 서술자체가 과거회상식 서술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형식은 감정의 과잉을 방지하고 사건을 좀더 객관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감정에  대해 더욱 애틋한 감정을 느끼도록 해줍니다.  

 

 

#3. 성장은 험난하지만 그 기억은 아름답다. 

 

"그 시기를 회상할 때 머리속에 떠오르른 것 하나는 우리가 정말 빠르게 적응했다는 사실이다. 한때 익숙했던 것이 점점 낯설어졌다. 우리의 해가 정해진 시간에 드고 졌다는 사실이 놀랍게 생각되었다. 내가 한때 외로움도 수줍음도 덜 타는 행복한 소녀였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나간 시절에 대해서는 언제나 신화가 덧입혀진다고 나는 생각한다."p.147

 

   유래없는 변화속에서 성장통을 겪는 소녀의 상황은 그야말로 혼란하기만 합니다. 그 와중에 부모의 외도까지 목격하면서 더욱 불안정한 상태로 치닫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모습은 참으로 빛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녀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주인공 줄리아가 느끼는 감정은 지극히 일반적이고 공감할 만한 감정들이고 독자들의 어린시절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주인공이 예뻐보이고 사랑스럽고 대견하기까지 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지구 자전이 느려지건, 빨라지건 어떤 환경에 처하건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겪어왔던 애틋한 그 지난 시절의 기억은 과히 기적의 세기라 부를 만 합니다. 줄리아가 느낀 그 경험들은 바로 우리 모두가 겪고 아름답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기억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언젠가 소중히 꺼내 보듬을 지난날의 기억은 즐거움이든 슬픔이든 상관없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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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7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1. 경찰소설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것 같은 경찰소설...

 

   요코야마 히데오가 '항복'을 선언했다는 광고 문안에서 불안한 마음은 사실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경찰소설의 새 장을 열었다고 할 만큼 독특하다는 설명에서 한 껏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대하며 읽으려했던 내용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경찰소설이란 뭐다'라고 누가 정해주는 건 없지만, 적어도 경찰소설이라하면, 경찰이라는 조직이 중심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그 과정 중에 사회정의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보여지고, 등장 인물간의 소리없는 경쟁과 이해관계의 대립, 팀원끼리의 끈끈한 우정, 가정사와 직장생활에서의 갈등 등등. 경찰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놓고 벌어지는 수많은 이야기꺼리를 얼마나 잘 엮어서 전달하는가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경찰소설의 백미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범죄자의 악랄함 또는 지능적인 모습, 누가 범죄자랄 것도 없이 어그러진 우리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도 좋은 접근 포인트입니다.

 

   이 소설 [교장]은 그 어디에도 해당사항이 없는 소설입니다. 그래서 경찰소설이 아니라거나 경찰소설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경찰학교소설이라고 표현을 해야만 문제없이 이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찰이 되어 일선에서 활약하기 이전의 신분인 경찰학교에서의 에피소드 연작집 같은 성격이므로 참으로 애매모호합니다.

 

 

 

#2. 말할 수 없는 과장과 부자연스러움이 불편하게 하는 작품.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장에 한계가 지어지면 굉장히 어려운 법입니다. 사사키조가 제복수사를 쓰면서 평생 교통사고 한건 안날 것 같은 한적한 시골을 무대로 이야기의 배경을 한정 지은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를 털어놓은 것을 염두에 두면 작가가 뭔가 새로운 경찰소설을 만들어 내기 위해 경찰학교를 다루는 것까지는 참신했는데 경찰학교내로 한정된 공간에서 뭔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재미있을지, 뭔가 색다를지에 대해 히스테릭하게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은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좀 지나쳤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뭔가 새롭기는 했습니다. 경찰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니, 그런건 어차피 일반인이 잘 알지는 못하는 내용이니까요. 그러나 이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답답했던 것은 뭔가 말할 수 없는 부자연스러움입니다. 가끔은 극적인 설정에서 오는 부자연스러움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한정된 상황에서 극적효과를 위해 지나친 설정을 하고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쇼킹한 일들이 연속되는 것인데 가만히 따지고 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가령 예를 들어 첫번째 에피소드를 보면, 생명의 은인인 경찰 때문에 경찰학교에 오게된 주인공이 그 은인의 아들과 같은 학교 같은 기수로 입학합니다. 그런데 그 아들은 성적이 나쁘고 당연히 스트레스가 많겠지요. 반면 주인공 입장에서는 그 아들이 반갑고 한편은 마음이 쓰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뜬금없이 그 아들이 주인공을 붙들고 자기를 동정하는 것이 기분나쁘다며 동반자살을 시도합니다. 이거 이해가 되는 스토리입니까? 제가 이상한건가요?

 

   두번째 스토리도 말할 것도 없고, 새번째로 넘어가자 더 황당합니다. 힘든 경찰학교에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상황이 특수할수록 감정은 더욱 크게 느끼는 것이니까요. 그런 친한 두 사람 중 한명이 억울하게 무단으로 학교내를 탈출했었다는 모함을 받는 상황에 놓입니다. 주인공은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수 있지만 사정이 있어 부인합니다. 그 사정이란게 경찰학교 일기에 써놓은 글 때문에 알리바이를 증명해주면 본인이 퇴교당하는 상황이란 것입니다. 몇주 후에 알리바이를 부인한 세번째 이야기 주인공은 억울한 일을 당한 친구에게 양쪽 고막이 다 파괴되는 린치를 당합니다. 그것도 그냥 폭력이 아니라 상상하기 힘든 악랄한 수법으로 말입니다. 이런 상황 '그럴 수도 있겠구나, 워낙 억울했겠어...'하고 이해하고 넘어가야 되는 이야기입니까? 아니 유치원생도 아니고 곧 경찰이 되겠다고 지원한 사람들이 평생 동지가 될 동기들끼리 조금 못마땅하면 말도 안되는 보복을 일삼고 그냥 때려치고 나가버리고 그러는겁니까? 이거 도무지 현실감이라곤 없습니다. 웃기게도 강력범죄라고 해도 좋은 린치를 막 가하고는 그냥 나가버립니다. 그 뒷이야기는 없죠. 이게 경찰소설이 되려면 그 나간 가해자를 어떻게든 잡아서 그에 응당하는 죄를 법적으로 물어야지요. 교장안에서 경쟁하다가 목숨을 위협해도 봐주는 겁니까?

 

   저는 작가가 특수한 상황이라는 한계에서 오는 압박감에 너무 과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장르소설이라도 있을 법한 상황, 누가 읽어도 납득이 되고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판단이 동의가 되어야 하는 법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 균형을 잃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방식의 이 작품을 저로써는 도저히 좋은 평을 하기 힘듭니다. 좋은 점이 있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쉽고 빨리 읽을 수 있게 가독성이 좋았던 점 정도입니다.

 

   제가 너무 한쪽 시각으로 좋은 작품을 폄하했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좋게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경찰학교 지원생도 사이코패스처럼 맘에 안들면 동기들을 막 죽이려하고 피도 눈물도 없다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모르겠지만 꽉 막힌 제 상식으로는 그저 그럴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기엔 너무 비상식적인 이야기들의 나열이었습니다.

 

   이런 작품을 놓고 요코야마 히데오나 혼다 테츠야와 나란히 비교하기엔 애초에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에겐 미안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별로 밀도없는 이야기의 나열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작품입니다. 대부분 이웃분들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쓰셨던 것을 생각하면 개인의 취향에 안맞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세상은 넓고 경찰소설은 많고, 꼭 이분 작품이 아니어도 재밌게 읽을 책은 많으니 '특색있고 좋은 작품을 하나 읽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을 위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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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 밀리언셀러 클럽 104
모치즈키 료코 지음, 김우진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1. 전개면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

 

   모치즈키 료코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습니다. 우선 책을 조금 읽으면서 저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당최 작가의 성별이 표시가 안되어 있는데다가 사진도 없어 알수가 없더군요. 작가의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가서야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성별이 궁금했던 이유는 필체는 선이 굵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분명 있는데 묘사하는 내용은 너무 섬세해서 도대체 남성적인 것인지 여성적인 것인지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작가의 데뷰작이라는 이 작품은 사실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소재이자 설정입니다. 주인공이 작가이거나 작가 지망생이고 게다가 무척이나 재능이 있어서 그냥 쥐어짜내고 수정에 수정을 가하는 노력파가 아니라 하늘에서 뚜껑이 열리고 쓸꺼리와 아이디어를 쏟아부어주는 그런 신의 재능을 부여받은 선택받은 자라는 점 말입니다. 그리고 출판계의 여러가지 양상이나 사정을 잘 묘사하고 있는 부분까지 저의 Favorite 소재 중 하나입니다.

 

   사실은 이 작품이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애초의 저의 기대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미스터리니 뭔가 비정상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서 놀랄만한 결말을 보여주는 것이 미덕이겠으나, 이 작품은 좀 과한 설정인데도 불구하고 작가가 지닌 문학적 힘 때문에 그걸 또 의미있고 아름답고 깊이있는 여운이 남도록 마무리를 해주고 있다보니 참으로 뭐라고 하기 애매한 상황까지 가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작가를 소재로 한 누쿠이 도쿠로의 "신월담"이라든가, 김영하 작가의 "옥수수와 나" 같은 작품과는 결이 무척 다릅니다. 기존 작품들보다 이야기가 안개속을 끝없이 맴도는 듯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상대적으로 뭐랄까? 좀더 기담스러운 이야기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튼 신선함은 좋은 것이니 좋은 쪽으로 흥미롭다고 해두겠습니다.

 

 

 

#2. 작품성이냐 대중성이냐?

 

   미스터리류 장르소설이 가벼울 필요는 없지만 역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미덕은 가슴 쫄깃하게 만드는 빠른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가독성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라는 감상이 절로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 이 책은 솔직히 그리 가독성이 좋지는 않습니다. 전개가 빠르지도 않고 긴장감 넘치게 흘러가지도 않습니다. 완급조절에서 '슬로우 슬로우 고고'스러운 진행을 보여주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녹녹치 않은 리듬입니다.

 

   게다가 상당히 문학적입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다각적이고도 섬세하고 깊이있는 통찰이 많이 녹아 있습니다. 게다가 그 통찰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분히 시적이고 디테일이 넘칩니다. 그러다보니 문장이 상당히 좋습니다. 때때로 감탄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표현들이 제법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사랑한다고 믿어 오던 아내에 대해 새삼 의구심을 품게 된다는 것. 안정돼 보이는 생활에도 사실은 꽤 심리적 모순 위에 이루어져 있다는 겁니다. 안정을 지키기 위해, 인간은 사물을 단순화해 인식하려 합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그렇게 살아가죠. 위선이나 포기, 그 가정을 지키기 위해 희생해 온 무언가...... 외면하고 있던 사실과 잊고 있던 과거의 일들이 제각각 인간 앞에 끔찍하고 흉악한 모슴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 그들은 상대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중입니다. 인간은 모두 긴 인생에서 그런 무언가를 지니고 있습니다. 타인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본인 속에선 이상한 모습으로 커져 버리는 것을." p106

 

   그런가 하면 사회적인 문제를 슬쩍 언급하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시간은 감정을 씻어 내린다. 유아에게 일어난 불행, 그게 주는 슬픔에 계속 몰두하는 건 어느 시점 이후론 강박관념으로 변 할 수밖에 없다. 감정적 짐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미치코는 생각했다. 20년 전의 지역 사회였다면, 아니 지역 문화였다면 사람 하나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그 사실이 가진 무게를 모두가 조금씩 등에 짊어지고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흔적도 없이 지워진 팻말, 사건에 대해 알 수 있는 물건 한 조각도 남지기 않는 이 공원에 그런 상냥함은 없었다. 미치코는 현대 사회에서 문득문득 느껴지는 '방해물'에 대한 냉담함을, 질서정연하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공원과 거리에서 느꼈다. p158

 

   작품성이 먼저인가 대중성이 먼저인가를 논할 것도 없이 작품성이 뛰어나지만 대중들이 쉽게 읽고 접근하기 쉽도록 해주는 것이 최선의 방향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 [신의 손]은 대중성보다는 작품성 쪽으로 더 치우쳐진 느낌이 있습니다. 아마도 데뷰할 때 공모전이나 작품상 같은 것을 염두에 두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고, 그저 작가의 스타일 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작품을 일본의 많은 독자들이 열광했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사실이라면 일본 독자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이 아닌가 생각 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물론 독자층 자체가 많고 탄탄한 탓이겠지만 말입니다.   

 

 

#3.장점이 단점이 되고 단점이 장점이 되는 순간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그 섬세함을 문장으로 잘 형상화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장점은 문장을 하나하나 음미할 때 작품 전체에 상당한 힘을 실어줍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전체적인 스토리가 탄탄하게 잘 살기가 어려운데 스토리 라인을 잘 짜도 읽어나가는 독자가 한 호흡으로 쭈욱 이어가기가 불편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우기 저처럼 한번에 다 읽을 수 없고 여러번에 걸쳐 나눠 읽는 경우 상당히 크게 느껴지는 단점이 됩니다.

 

   반면 뭔가 끝을 알 수 없는 인물들의 행적과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는 지나치게 홀린듯한 행동과 표현들은 또 하나의 불편함으로 다가 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런 불편함을 특유의 표현력으로 커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뭔가 이상한 듯 하고 완전히 공감은 안되는데 자꾸 그렇다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이런 느낌은 결말 부분에서 사실 더욱 커지기만 합니다. '응? 왜에~~?' 이런 소리가 절로 나는 결말이랄까...

 

   한편으로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조가 주인공 기스키 교코의 "꽃의 사람" 도작 사건과 아동 납치사건 두가지를 소개하고 어떻게 연관되고 결착지워지는가를 보여주는 것인데, 냉정하게 보면 두가지 이야기 축이 비슷한 비중의 사건이 아니라 아동 납치 사건은 그저 도작 사건과 주인공의 캐릭터, 기묘함을 돋보이도록 하는 하나의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근데 아동 납치에 대한 내용은 왜 이렇게 자꾸 나오는거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역할은 결국은 전체 사건의 연결점을 찾아내고 실마리를 풀어내는 역할을 하는 미치코가 사건을 파헤치는 단서를 제공하는 정도입니다. 이 미치코라는 여기자가 이 작품에서는 가장 동화적인 사람인데, 기자라 사실관계를 철저히 파악하는데 익숙하다는 설정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똑똑해서 거의 셜록 홈즈 급입니다. 복잡해 보이는 단서들을 단번에 통합하고 실수 없이 원하는 정보를 분석해서 결론을 도출하는데 너무 정확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보고 파악하는 능력도 발군입니다. 겁도 드럽게 없어서 여자가 산중에 목숨의 위협이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막 거침없이 나갑니다. 그리곤 모든 사건을 하나로 연결지어 해결해 버립니다. 대단한 여성입니다. 이것이 지나치게 비 현실적이죠.

 

   초반에는 흥미롭다가 결말 부분에서 황당했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저는 사실 반대로 초반 200페이지까지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뭔 뜬구름 잡기같은 소리를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좋은 소재인데 너무 벌려놓고 수습이 되겠나 싶기도 하고 그랬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종반으로 가면서 흡입력이 많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져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마지막 결론 부분은 뭐.. 좀 거시커니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대회화전도 평이 분분한 것 같은데 한번 읽어봐야 이 작가의 스타일을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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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제주 여행 - 관찰력, 표현력, 창의력을 키우는 가족 체험 여행 가이드 우리 아이 여행 시리즈 1
김성희 지음 / 시공사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1. 이거슨 아이와의 제주여행에 특화된 참 실용서인가봉가~~

 

 

   갑작스럽게 약간의 여유가 생겨 다음주 주말즈음에 휴가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디를 갈까? 집에서 쉴까? 노여사와 심도있게 고민해 보다가 노여사가 최근에 사들인 [우리아이 제주여행]을 훑어보면서 "하은이가 7살쯤되니 예전과는 다르게 제주도에서도 가 볼만한 곳이 많겠다"라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제주도 여행을 하게 되었고, 저도 자연스럽게 이 책을 펴보게 되었습니다.

 

   차근 차근 살펴보니 일단 주제에 너무도 충실한 책입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제주여행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말 꼭 필요한 것들이 빠짐없이 다 들어있습니다. "관찰력, 표현력, 창의력을 키우는 가족 체험 여행 가이드"라는 부제가 딱 어울립니다. 물론 개인적으론 여행은 여행에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만 여행중에 보고 느낀 것들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일 테지요.

 

 

#2. 한번만 훑어보면 여행견적이 나와요.

  

   이 책을 보면 여행전 준비할 것부터 함께 가는 구성원 및 테마별 추천코스 10가지가 우선 소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족이 여러번 가본 곳과 다시 가보고 싶지는 않은 곳이 섞여 있어서 똑같이 따라 갈만한 코스는 없군요. 파트2로 넘어가니 좀더 자세한 소개가 등장합니다. 동부, 남부, 서부, 북부 및 중부지역 등 지역별로 주요 여행지를 추천해줍니다. 이 중에서 가볼 곳을 읽어보고 선별하는 것은 아주 유용했습니다. 특히 각 지역별 추천코스 마지막에 아이들과 함께 먹기 좋은 맛집 정보와 아이와 머물기 좋은 숙소를 따로 소개해 둔 것이 무척 좋더군요. 참고해서 식당을 골라야 겠습니다.

 

   여기에다 추가적으로 오름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고, 올레길 정보도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아이 제주여행]이란 제목에 걸맞게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올레길을 끊어서 다녀올 수 있는 좋은 코스들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둘째가 아직 두돌도 채 안되서 오름이나 올레길은 무리인지라 다음 여행때 오름과 올레길 위주로 다녀오기로 하고 오름, 올레길은 내년이나 내 후년으로 미뤄둡니다.

 

  저희는 요번 여행은 에 7살 하은냥 위주로 박물관이나 체험 등을 하는 여행을 하려고 생각중입니다. 그 사이에 둘째 뉼냥의 취향도 조금(아주 조금) 고려해주고 말입니다.

 

   그래서 여러번 가본 곳은 다 제외하고 이번 여행에 저희 가족이 대충 예상하는 여행경로는 첫날 제주북부(국립제주박물관 -> 제주민속자연사 박물관 -> 삼양검은 모래해변) -> 제주서부(소인국 테마파크 -> 다빈치 뮤지엄) -> 제주남부(테디베어뮤지엄 -> 이중섭거리 -> 서귀포매일올레시장) -> 제주동부(신풍신천바다목장 -> 김영갑 갤러리) -> 제주북부(김녕미로공원 -> 만장굴) => 집으로...

 

이정도 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네요.

 

  

#3. 여행은 다 같이 떠납시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보면 저자께서 아이들을 위해 남편없이 한달간 제주여행을 떠나서 겪은 것들을 토대로 정리한 책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약간의 쇼크를 받았습니다. 저는 아내와 아이들 없이 한달간 지내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가족은 정말 어지간하면 다 같이 있어야 하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기억과 장소와 시간을 공유해야 한다고 믿는 편이라 '아이들이 엄마와 제주에서 멋진 경험을 한달간 할 동안 아빠는 뭐하나?' 하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들더라구요. 형편상 남편께서 한달이나 회사를 비우고 함께 떠날 수는 없을거란건 말하지 않아도 알겠고, 그러니까 저자나 아이들도 그렇게 여행을 가면 안된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여튼 조금 충격적이긴 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만 아이들 공부시킨다고 기러기 아빠니 뭐 이런거 딱 질색입니다. 절대 반대입니다. 이런 부분은 노여사와 동일한 입장인데 가족은 정말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할 수만 있으면 함께 있어야 한다' 라는게 제 지론입니다.합니다. (아... 괜히 이런소리하니 꼰대같다...)  여튼, 나이들어 따로놀기 신공 펼치지 말고 여행은 가족끼리 다 함께 떠납시다.

 

 

#4. 아, 김영갑 갤러리...

 

   제가 좀처럼 어디에 꽂히거나 메이거나 하는 일이 없는데 이상하게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는 저도 이해하기 힘들정도로 저를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제주도에 갈 때마다 여기를 들르게 되고, 이 양반의 인생에 대해서도 찾아보게 되고 묘한 메임이 있습니다. 김영갑 갤러리에 들어가 있으면 정말 기묘한 기분이 듭니다. 그 어둡고 쓸쓸한 기운에 휩싸이고 무언가 동화되는 느낌이 들죠. 제가 전혀 예민한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아내도 정말 신기해합니다.

 

   이 장소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조그만 무인 카페 때문입니다. 잘 따지고 보면 별로 특별한 맛도 없었는데 무인 카페의 네스프레소 캡슐 머신커피의 맛과 코코아 맛은 이상하게 끌립니다. 갤러리 안의 분위기와 상반되는 따뜻한 분위기라 더욱 아늑합니다. 이번 여행도 테마에 안맞아서 이 곳을 들를 계획이 없었는데 제가 부탁해서 마지막 날 들르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어떤 느낌일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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