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 밀리언셀러 클럽 104
모치즈키 료코 지음, 김우진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1. 전개면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

 

   모치즈키 료코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습니다. 우선 책을 조금 읽으면서 저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당최 작가의 성별이 표시가 안되어 있는데다가 사진도 없어 알수가 없더군요. 작가의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가서야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성별이 궁금했던 이유는 필체는 선이 굵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분명 있는데 묘사하는 내용은 너무 섬세해서 도대체 남성적인 것인지 여성적인 것인지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작가의 데뷰작이라는 이 작품은 사실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소재이자 설정입니다. 주인공이 작가이거나 작가 지망생이고 게다가 무척이나 재능이 있어서 그냥 쥐어짜내고 수정에 수정을 가하는 노력파가 아니라 하늘에서 뚜껑이 열리고 쓸꺼리와 아이디어를 쏟아부어주는 그런 신의 재능을 부여받은 선택받은 자라는 점 말입니다. 그리고 출판계의 여러가지 양상이나 사정을 잘 묘사하고 있는 부분까지 저의 Favorite 소재 중 하나입니다.

 

   사실은 이 작품이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애초의 저의 기대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미스터리니 뭔가 비정상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서 놀랄만한 결말을 보여주는 것이 미덕이겠으나, 이 작품은 좀 과한 설정인데도 불구하고 작가가 지닌 문학적 힘 때문에 그걸 또 의미있고 아름답고 깊이있는 여운이 남도록 마무리를 해주고 있다보니 참으로 뭐라고 하기 애매한 상황까지 가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작가를 소재로 한 누쿠이 도쿠로의 "신월담"이라든가, 김영하 작가의 "옥수수와 나" 같은 작품과는 결이 무척 다릅니다. 기존 작품들보다 이야기가 안개속을 끝없이 맴도는 듯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상대적으로 뭐랄까? 좀더 기담스러운 이야기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튼 신선함은 좋은 것이니 좋은 쪽으로 흥미롭다고 해두겠습니다.

 

 

 

#2. 작품성이냐 대중성이냐?

 

   미스터리류 장르소설이 가벼울 필요는 없지만 역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미덕은 가슴 쫄깃하게 만드는 빠른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가독성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라는 감상이 절로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 이 책은 솔직히 그리 가독성이 좋지는 않습니다. 전개가 빠르지도 않고 긴장감 넘치게 흘러가지도 않습니다. 완급조절에서 '슬로우 슬로우 고고'스러운 진행을 보여주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녹녹치 않은 리듬입니다.

 

   게다가 상당히 문학적입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다각적이고도 섬세하고 깊이있는 통찰이 많이 녹아 있습니다. 게다가 그 통찰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분히 시적이고 디테일이 넘칩니다. 그러다보니 문장이 상당히 좋습니다. 때때로 감탄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표현들이 제법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사랑한다고 믿어 오던 아내에 대해 새삼 의구심을 품게 된다는 것. 안정돼 보이는 생활에도 사실은 꽤 심리적 모순 위에 이루어져 있다는 겁니다. 안정을 지키기 위해, 인간은 사물을 단순화해 인식하려 합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그렇게 살아가죠. 위선이나 포기, 그 가정을 지키기 위해 희생해 온 무언가...... 외면하고 있던 사실과 잊고 있던 과거의 일들이 제각각 인간 앞에 끔찍하고 흉악한 모슴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 그들은 상대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중입니다. 인간은 모두 긴 인생에서 그런 무언가를 지니고 있습니다. 타인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본인 속에선 이상한 모습으로 커져 버리는 것을." p106

 

   그런가 하면 사회적인 문제를 슬쩍 언급하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시간은 감정을 씻어 내린다. 유아에게 일어난 불행, 그게 주는 슬픔에 계속 몰두하는 건 어느 시점 이후론 강박관념으로 변 할 수밖에 없다. 감정적 짐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미치코는 생각했다. 20년 전의 지역 사회였다면, 아니 지역 문화였다면 사람 하나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그 사실이 가진 무게를 모두가 조금씩 등에 짊어지고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흔적도 없이 지워진 팻말, 사건에 대해 알 수 있는 물건 한 조각도 남지기 않는 이 공원에 그런 상냥함은 없었다. 미치코는 현대 사회에서 문득문득 느껴지는 '방해물'에 대한 냉담함을, 질서정연하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공원과 거리에서 느꼈다. p158

 

   작품성이 먼저인가 대중성이 먼저인가를 논할 것도 없이 작품성이 뛰어나지만 대중들이 쉽게 읽고 접근하기 쉽도록 해주는 것이 최선의 방향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 [신의 손]은 대중성보다는 작품성 쪽으로 더 치우쳐진 느낌이 있습니다. 아마도 데뷰할 때 공모전이나 작품상 같은 것을 염두에 두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고, 그저 작가의 스타일 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작품을 일본의 많은 독자들이 열광했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사실이라면 일본 독자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이 아닌가 생각 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물론 독자층 자체가 많고 탄탄한 탓이겠지만 말입니다.   

 

 

#3.장점이 단점이 되고 단점이 장점이 되는 순간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그 섬세함을 문장으로 잘 형상화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장점은 문장을 하나하나 음미할 때 작품 전체에 상당한 힘을 실어줍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전체적인 스토리가 탄탄하게 잘 살기가 어려운데 스토리 라인을 잘 짜도 읽어나가는 독자가 한 호흡으로 쭈욱 이어가기가 불편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우기 저처럼 한번에 다 읽을 수 없고 여러번에 걸쳐 나눠 읽는 경우 상당히 크게 느껴지는 단점이 됩니다.

 

   반면 뭔가 끝을 알 수 없는 인물들의 행적과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는 지나치게 홀린듯한 행동과 표현들은 또 하나의 불편함으로 다가 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런 불편함을 특유의 표현력으로 커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뭔가 이상한 듯 하고 완전히 공감은 안되는데 자꾸 그렇다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이런 느낌은 결말 부분에서 사실 더욱 커지기만 합니다. '응? 왜에~~?' 이런 소리가 절로 나는 결말이랄까...

 

   한편으로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조가 주인공 기스키 교코의 "꽃의 사람" 도작 사건과 아동 납치사건 두가지를 소개하고 어떻게 연관되고 결착지워지는가를 보여주는 것인데, 냉정하게 보면 두가지 이야기 축이 비슷한 비중의 사건이 아니라 아동 납치 사건은 그저 도작 사건과 주인공의 캐릭터, 기묘함을 돋보이도록 하는 하나의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근데 아동 납치에 대한 내용은 왜 이렇게 자꾸 나오는거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역할은 결국은 전체 사건의 연결점을 찾아내고 실마리를 풀어내는 역할을 하는 미치코가 사건을 파헤치는 단서를 제공하는 정도입니다. 이 미치코라는 여기자가 이 작품에서는 가장 동화적인 사람인데, 기자라 사실관계를 철저히 파악하는데 익숙하다는 설정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똑똑해서 거의 셜록 홈즈 급입니다. 복잡해 보이는 단서들을 단번에 통합하고 실수 없이 원하는 정보를 분석해서 결론을 도출하는데 너무 정확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보고 파악하는 능력도 발군입니다. 겁도 드럽게 없어서 여자가 산중에 목숨의 위협이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막 거침없이 나갑니다. 그리곤 모든 사건을 하나로 연결지어 해결해 버립니다. 대단한 여성입니다. 이것이 지나치게 비 현실적이죠.

 

   초반에는 흥미롭다가 결말 부분에서 황당했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저는 사실 반대로 초반 200페이지까지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뭔 뜬구름 잡기같은 소리를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좋은 소재인데 너무 벌려놓고 수습이 되겠나 싶기도 하고 그랬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종반으로 가면서 흡입력이 많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져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마지막 결론 부분은 뭐.. 좀 거시커니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대회화전도 평이 분분한 것 같은데 한번 읽어봐야 이 작가의 스타일을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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