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이영도 SF판타지 단편선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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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만나는 이영도 작가의 작품들, 작가의 공력이 명불허전이구나...

 

   이영도 작가님은 오래전부터 명실상부한 국내 SF의 대표작가라고 합니다. "라고 합니다"라고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저로써는 이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한권도 안 읽어봤거든요. 사실은 최근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 예전엔 책 자체를 안읽기도 했고, 영화는 볼지언정 책으로 SF판타지를 접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는 다른 책도 안읽었지만 특히 SF나 판타지쪽은 '읽어도 아무짝에 도움이 안되는 책들'로 분류되어 있었으니까요. 물론 그중 최고봉은 무협이었겠지만... 왠지 작가의 이름부터 그다지 세련되지 않을 것만 같다는 선입관을 주는데 한몫 하시기도 했습니다. 껄껄...

   작가님의 다른 시리즈 장편은 양도 방대하여 읽어볼 엄두가 안나서 못 읽어봤지만 계속 궁금하던 차에 때마침 전자책이고 단편집인 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단편을 워낙 좋아하는 편인 저는 당장 솔깃해서 읽어보기 시작했죠. 읽어보니 역시나 대단한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대체로 SF를 읽고선 "아,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여튼 훌륭하고 재미있다"라고 생각한다면 무척 대단한 작품인 것입니다. '녹스 머신'같은 책도 역시나 '뭔지는 확실치 않고 생소하나 책은 좋은거 같아...'​뭐 이런 반응이 오지 않습니까? 그런 관점에서 이 단편선은 무척 훌륭했습니다.

#2. 일관성 있는 설정에서 오는 연작의 재미.

 

   이 작품집은 기존의 웹진이나 잡지등에 이미 기고했던 단편들을 모아서 순서에 맞게 정리하고 짜맞춰 출간한 단편선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첫 단편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부터 "복수의 어머니에 관하여"까지 총 4작품은 지구보다 훨씬 과학이 발달한 우주의 선도자격인 단체 "범은하 문화교류촉진위원회"에서 맺어준 자매별인 "위탄"과의 교류 과정에서 벌어지는 "지구인"과 "위탄"인의 상호작용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연작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순간이동을 성공한 설정으로 순간이동의 의미를 고찰한 "순간이동의 의미에 관하여"와 지구인의 멸망을 막기위한 인간들의 사투와 지구를 차지할 다음 종족인 설어의 등장을 통해 인간의 존재에 대한 고찰까지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각 단편들 하나하나 마다 독특하고 놀라운 이야기가 가득한데 이러니저러니 설명하기가 난해합니다. 한번 읽어보시면 이 작품들의 매력을 쉽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얼마나 똑똑하시길래 이런 저런 상상과 그 상상에 기반한 논리를 흥미롭게 풀어가는지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작가의 창의적인 상상력이 참 놀랍습니다. ​

#3. 한국 SF의 독특한 지점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의 매력

 

   이 작품으로 이영도 작가의 간보기를 한다면 당연히 합격입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또 ​골치가 아픕니다. 그렇지 않아도 전작을 읽어 보고싶은 애정작가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최근 관심 급상승중인 SF, 그것도 한국형 SF와 환타지라니요. 또 한명의 애정작가가 늘어나는 셈인데 이분 문제는 작품수도 많지만 시리즈 하나하나가 대작... 책읽을 시간 확보가 빠듯한 저로써는 참으로 부담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읽어보니 분명 유명하고 인기많은 작가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싶습니다.

   ​단편 하나하나 리뷰를 하고 싶지만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다른 위성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위성의 동요를 번역해서 알아야 한다는 독특한 발상이 톡톡튀는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라든가, 지구에서만 바라보던 별자리를 넘어서 직접 우주에 나가서 빛이 도달하는 시간차 등을 이용해 별자리를 만들어내는 "별뜨기에 대하여"라든가, 인간복제와 복제품의 존재의 독립적 자아의 문제를 흥미롭게 다룬 "복수의 어머니에 관하여" 등등 모두가 너무나 신기한 이야기입니다. 취향에 따라서는 뭔소리인가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도 모를 일이지만 SF를 많이 읽어보지 않은 초보자 입장에서는 꽤나 흥미로운 작품들입니다. 이영도 작가님의 다른 단편도 먼저 접해보고 드래곤라자부터 순서대로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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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매인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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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찰소설이라면 87분서처럼...

   에드 맥베인(본명 ​에반 헌터)의 87분서 시리즈는 그야말로 경찰소설의 효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에드 맥베인이라는 필명으로 87분서 시리즈만 57편이나 썼다고 하니 이 시리즈가 얼마나 방대한지(경찰서 이야기를 쓸 스토리가 그렇게 다양하게 나온다는 것 자체가 신기함) 볼 때마다 놀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유명한 시리즈인데 국내에 기껏 몇 작품만 소개된 데다가 그나마도 피니스아프리카에 출간작들 외에는 대부분 절판이니 이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87분서 시리즈를 처음 접한 작품이 [조각맞추기] 였는데, 내용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약간은 심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고, 그 다음 읽었던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노상강도] 역시 뭔가 무척 흡입력있게 끌고가는 힘이 부족한거 아닌가 싶어 이 시리즈 자체에 대해 의아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와 동시에 국내에 그다지 소개가 안 된 이유도 국내독자가 열광할 만한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이지 않겠나 싶었었죠.


   반면 시리즈 세번째 작품인 [마약 밀매인]은 이 시리즈에 대한 저의 의구심을 한번에 날려버릴 만큼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원래 에드 맥베인은 지금도 신선한 발상이지만 특정 주인공을 시리즈에 계속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87분서라는 경찰서 자체를 주인공으로 집단 주인공 체제를 고안했는데, 저는 이 발상자체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이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중 하나이구요. 대충 경찰서에 강력반 형사가 몇명인지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대여섯명 이상은 있을텐데 이상하게도 첫작품 [경찰혐오자]의 히어로 '스티브 카렐라'형사를 세번째 작품인 [마약 밀매인]에 재등장 시킵니다. 뭔가 두번째 작품 이후로 강한 임팩가 필요했었는지도 모르지만 돌려막기 치고는 순서가 너무 빠릅니다. (야구에서 포스트시즌에 위기상황에서나 4,5선발 로테이션을 무시하고 1선발이 3~4일만에 다시 등판 할 일이 있을까 말까한데 말이죠.)


  


 #2. 작품속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회상과 인간군상


   제가 유독 반응을 보이는 부분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사회상이라든가 인간에 대한 내면적 갈등묘사 같은 것들인데 이 작품은 이 부분에 대한 훌륭한 접근이 돋보입니다. 사실 어느 소설에나 "인간"에 대한 고찰은 등장하기 마련이지만 이상하게 미스터리나 추리소설 분야에서 이런 시도가 담겨있는 작품을 더 좋아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마약 밀매인]에는 제목처럼 당연히 마약문제에 대해 자세히 묘사되고 있는데, 사회 전반에 다양하게 깊이 침투해있는 마약 문제는 읽다보면 한숨이 절로 납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마약 문제는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또한 미국내 이민자 사회의 문제도 잘 드러나는데 이 작품에는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의 삶의 어려움을 전면에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경찰신분인 번스 경위의 아들이 마약을 하게 되면서 사건의 한가운데 놓이고 부자가 모두 위기에 처하는 설정을 통해 공과 사의 선택에 기로에 놓인 한 남자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죄책감 아래 억누르기 힘든 혐오감을 느끼며 아들의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딛기 시작했다. 아들은 마약쟁이였다. (중략) 번스는 그때, 자신이 아들에게 자기 돈만큼 남의 재산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느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자신이 잘못 처신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벌이라는 명목으로 아들에 대한 애정까지 격리했던 게 아닐까? (중략) 세월이 흐르면서 그간 얼마나 많은 사소한 사건들이 쌓여 온 걸까? 그 자체로서는 하찮은 일들이지만 그것들이 축적되어 길러진 힘이 공모하여 아이를 마약중독에 빠뜨린 걸까?" p147


   87분서 경찰들을 지위하는 번스 경위는 아들이 마약중독자인 것에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살인자일 수도 있다는 것과 아직까지는 그 사실을 자신과 은밀히 전화해온 사람만 알고 있다는 사실에 갈등을 계속합니다. 공직자로써 늘 해오던 데로 아들을 일단 살인혐의자로 냉정하게 대해야할지, 하나뿐인 혈육에 대한 정으로 일단 감싸주고 숨겨야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중년남성의 고뇌를 잘 표현해주고 있어 무척 공감이 갔습니다.

   사실 누구나 쉽게 공과사를 구분할 것을 이야기하지만 그 주인공이 나와 내 아이 혹은 내 가족이 될 경우, 자신이 그 상황에 직접 막닥들일 경우 아무도 함부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정말 쉽게 예상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고 내 아이입니다. 잘난 정의감과 도덕심에 내 아이를 감옥에 쳐넣는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말입니다. 그런데 참 다행하게도 드라마처럼 우리의 번스 경위는 부하 카렐라 형사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참으로 이상적이게도 최상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결국 아이와의 관계도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잘 굴러가는데도 불구하고 작위적으로 보이기보다는 다행스럽게 여겨집니다. 이 지점에서 이 작품이 짜임새 있게 잘 쓰여졌다는 인정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3. 믿고 보는 87분서 시리즈


   사실 [노상강도]를 읽었을 때만해도 일단 애정하는 피니스아프리카에 출판사에서 지속적으로 이 시리즈를 출간할 계획이 있어서 책 장정도 디자인도 마음에 드니 일단 계속 사재끼기는 하겠지만 다 읽겠나?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충동적으로 꺼내들었던 [마약 밀매인]의 재미에 푹 빠져서 앞으로 87부서 시리즈는 다 읽어보도록 해야겠습니다.

   뭔가 상당히 훌륭한 작품을 두고 그 매력을 못 느꼈다가 이제야 알게 된 느낌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아가지고 나름 읽어볼 의사가 확실해졌습니다. 아직 몇작품 안읽었고 출간도 몇권 안되었지만 앞으로도 스티브 카렐라 형사 이야기를 자주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스포가 될까봐 자세히 말은 못하겠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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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밟기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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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카레스크식 피카레스크 소설


   말장난 같지만 피카레스크식 피카레스크 소설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피카레스크(picaresque)라는 것은 원래가 악한(악당)이 주인공이 소설을 의미합니다. 경찰소설의 대표적인 작가인 요코야마 히데오의 신작 [그림자 밟기]는 주인공이 "도둑"입니다. 악당과 도둑은 약간 뉘앙스가 다르지만 나쁜이가 주인공이라는 의미에서는 일맥상통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동일한 주인공에 동일한 주변인물, 그리고 배경과 공간까지 동일한데 패턴화된 사건이 반복되는 연작소설 형식입니다. 그러니 원래 피카레스크라는 의미를 넘어 연작소설을 의미하는 피카레스크식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악한이 등장하는 연작소설" 즉, 피카레스크식 피카레스크 소설이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게 뭐 중요해?"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하겠네요. 그냥 말장난을 좀 해보았습니다. 여튼 이작품은 도둑이 주인공인데다가 연작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집은 좋아하지만 연작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아주 잘 읽고 재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64"를 읽으며 느꼈던 감탄까지는 없었던거 같습니다.



#2. 인간을 그리는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 그러나..


   요코야마 히데오 작품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인간에 대한 묘사가 매우 진중하고 정밀하다는 점입니다. 그가 경찰소설로 명성을 날리기는 했지만(그리고 무척 탁월하지만) 사건을 추적하고 해결하는데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라는 조직에 속해 있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주는 능력이 있었기에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아마도 작가로서는 자신이 그려내는 이야기의 외연을 더욱 확장해보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경찰이라는 직업군에 한정되어 있던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깨는 동시에 신선한 작품을 써보고 싶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삶에 녹아있는 여러가지 관계와 환경, 거기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군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는 정해진 한계는 없죠. 이번 작품에서 히데오님은 "도둑"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이 "도둑" 주인공에게 독특한 성격과 이력과 사연을 부여했습니다. 그 바운더리 내에서 주인공은 행동하고 갈등하고 선택합니다. 이 흐름을 지켜보는 독자는 묘한 동질감과 공감을 얻기도 하고, 이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바로 이지점이 이번 작품 [그림자 밝기] 평가에 대한 개인취향차가 명확하게 갈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저같은 경우는 읽는동안 재미는 있었지만 주인공의 형편과 과거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완전히 공감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도둑이 너무 도둑으로써의 덕목에 어긋나기도 하고 현실감이 약간 떨어지는 느낌으로다가 너무 선하달까... 생각하기 나름인데 저는 약간 작위적인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동생의 사념이 귀에 들리고 대화를 나누는 설정 자체도 계속 불편하기만 합니다.



#3. 누구나 겪는 인생의 굴곡, 그림자를 만드는 것은 빛을 밝히는 방향과 거리


   요코야마 히데오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큰 충격에 빠뜨리는 사건을 대하며 겪는 아픔과 좌절, 그리고 이에 대한 리액션으로써의 선택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관찰합니다. 그리고 독자들로 하여금 고민하게 합니다. '이 친구는 왜 이러는거야? 쿨한거야, 멍청한거야?' 이런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어떻게 극복해나가는가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인생의 측면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어두움 또는 외부환경에 의해 겪는 어두움 속에서 내가 드러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와중에 필연적으로 반대편에 생성되는 나의 그림자. 이런 나의 그림자를 숨기는 방법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계속해서 숨겨도 내가 모습을 드러나면 반드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나의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주인공 "미카베"는 한 여인을 놓고 쌍둥이 동생과 경쟁하던 때, 동생이 죽은 사실을 애도하기 보다 경쟁자가 사라진 것을 더 마음쓰던 자신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가지게 된 듯 합니다. 또한, 똑똑하고 성실하던 자신보다 사고만 치던 동생을 더 끔찍히 아끼던 어머니에 대한 원망감도 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건전하지 못한 마음이 그림자를 만들었습니다. 사랑하던 여인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동생의 사념을 품고 이중 인격자처럼 대화를 하는 이상행동을 지속하고, 스스로 도둑이 되어 남이 물건을 훔치러 다니는 사회의 쓰레기같은 밑바닥 인생이 됩니다. 일종의 자학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완전 자포자기 한 것은 또 아니어서 그 와중에 계속 다른 사람들을 돕는 오지랖을 펼칩니다. 자신이 위험에 처하는 부담을 안아가면서 과하게 돕는 태도를 계속 취합니다. 정신줄을 완전히 놓지 않았고, 언제든 극복할 준비를 해가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드라마의 완성을 위해서라도 예상가능하듯이 주인공은 이야기의 말미에 과거와 어느정도 화해하고 극복하는 모습으로 해피엔딩에 가깝게 마무리됩니다.


   변한 것은 없는데 차츰차츰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또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바뀝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이미 도둑이라는 위치를 바꾸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남아있겠습니다만, 정말 동생의 목소리던 자신의 상상이건 동생의 목소리로 손을 씻고 새로운 인생을 살라는 이야기를 계속 듣는 것처럼 스스로 새삶을 살기를 간절히 바라는 남자의 모습은 멋있습니다. 그림자의 방향은 빛이 비췰 때 내가 어디에 서고,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주인공의 행보는 우리에게 약간의 위로를 안겨주는 것도 같습니다.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연작 하나하나 마다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 주인공의 능력이 지나치게 대단한 것도 볼거리입니다. 그냥 척 둘러보면 사건의 내막과 범인을 금새 알아채버립니다. 너무 과하게 똑똑이 설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 때문에 짧은 분량안에 이렇게 많은 사건을 풀어내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읽는 중에는 상당히 흥미롭고 긴장감 있게 읽기는 했습니다만 사실 저에게는 기대치보다는 조금 심심하고 약간은 불편함도 남았던 작품입니다. 요코야마 히데오님의 다른 작품들을 좀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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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첫 문장
하성란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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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대목에서든 그들의 첫 문장을 읽듯 설레었다.


   저는 하성란 작가님을 잘 모릅니다. 사실 국내작가님들 책을 거의 읽어본게 없어서 잘 모르는 작가님이 많아요. 하성란 작가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사실 내지 디자인이 예쁘고 제목이 와닿아서 샀습니다. 별로 계획적이지 않는 저는 신중하게 책을 고르지 않아요. 딱히 안목이 없어서 신중하게 고르지 않아야 뜻하지 않게 좋은 책을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도 바로 그런 책입니다. 저희 취향이라면 절대 살 책은 아니니까요.


   딱 책을 많이 읽고 쓰시는 분이라는 느낌이 서문에서부터 스물스물 올라옵니다. 그리고, 위트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굉장히 차분한 글이 이어집니다. 아무래도 작가님이 밤에 아이들을 재워놓고 나와 책을 읽고 글을 쓰시기 때문에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글은(특히 소설이 아닌 에세이의 경우) 그사람의 성격을 대변해주는 경우가 많으니 원래 차분하신 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책과 이야기를 소중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라는 느낌을 책을 읽는 내내 받아서 무척 좋았습니다. 저와는 완전 결이 다르긴 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분은 왠지 모르게 정이가고 소중한 분이라는 선입관과 편견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편견을 그냥 계속 편견으로 가지고 있고 싶은 편견이 있으니까요. 어느 대목에서든 그들의 첫 문장을 읽듯 설레었던 저자의 감상을 읽으며 저도 살짝 설레었습니다. 너무 살짝이긴 하지만요.




#2. 서평집이냐... 감상문이냐.. 일상 에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책은 장르가 참 애매합니다. 형식으로만 따지면 서평집에도 가깝고 감상문에도 가까운 것이 여튼 북에세이라 봐야할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건 50명이나 되는 작가의 작품이나 산문을 발췌하고 그 발췌글에 대한 작가의 감상을 적은 것이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내용을 좀 따지고 들자면 좀 헤깔리기 시작합니다. 왜냐면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일부 발췌해 놓기는 했으나, 그 작품에 대한 감상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관련이 딱히 없는 글들이 붙어있는 경우가 꽤 있어요. 발췌글 중 단어 하나에 꽂혀 옛 추억을 적어두기도 하고 말이죠. 오히려 짧은 글을 남기기 위해 무언가 관련있는 글을 발췌해서 덧붙인 듯한 느낌을 갖을 수도 있는 글이 아닐까 해서요.


   그래서 저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다양한 작가의 글을 발췌함으로써 충분히 표현을 했다.' 정도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덧붙은 50개의 산문은 일상 에세이다'라고 생각하면 딱 적당한 것 같습니다.


   좀 덧붙이자면 이 책 "당신의 첫문장"은 제가 잘 모르던 다양한 작가님들과 그분들 글의 특징들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부대효과가 있어요. 마치 베스킨 라빈스에 가서 숫가락으로 종류별로 맛보기 찬스를 쓴 것만 같은 느낌이죠. 거참, 저같은 사람은 다 사먹어보고 말지 맛보기 찬스 이런건 못쓰겠더군요. 꼭 나쁜소리라도 쓸까봐 주기는 하는데 밉살쓰러워 보이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제가 판매원이면 표정관리 힘들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을 읽는 건 누구 눈치 볼일은 없느니 좋지요.




#3. 저자의 정서가 담북 담긴 마음을 가라앉히는 글들


   앞에서 언급했듯이 하성란 작가님의 글은 상당히 차분하고 교양있습니다. 헤벌레 하는 저같은 사람이 읽으면 약간 힘들수도 있지만 의외로 또 잘 녹아나요.  마치 제가 차분하고 교양미 넘치는 사람이 된 듯한 착각에 살짝 빠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습니다. 이분의 글을 읽다보니 제가 잘 아는 이웃님 중에 "자목련"님이 자연히 떠오르더군요. 사실 "자목련"님은 차분차분 열매 대 능력자세요. 저와 거의 극단에 서 계신 분이기도하고 말이죠. 저자는 그런면에선 "자목련"님보다는 살짝 유머가 미세량 함유되어 있는 분입니다. 한 큰술 정도 더 들어가지 않았나 싶어요. 



자목련님 블로그:  http://littlegirl73.blog.me/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 책은 자목련님의 "치유하는 책읽기"와 비교해서 읽으면 좋을 듯 합니다. 엄청 닮은 듯 다르거든요. 묘하게 유사한 패턴이 있으나 감성도 조금 다르고 형식도 조금 다른데 두 책 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기도 하고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이나 작가들에 관심도 같고 견문도 넓히고 "아는척 하는 능력치"가 5정도 상승하는 효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조용하고 따스한 밤, 홀로 조용히 다양한 작가들의 글도 접하고 저자가 들려주는 경험담이며, 생각이며, 관심사들을 함께 나누며 위로받고 용기내고 싶다면 한번 쯤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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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우주 출판사의 책은 아직 접하지 못했지만 피니스아프리카에, 불새 출판사는 제가 격하게 애정하는 출판사입니다. 한결같이 큰 돈 안되도 꾸준히 좋은 책 출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니스아프리카에 87분서 시리즈는 가장 애정하는 시리즈중 하나입니다. 57권모두 완간해주세요~~~ 그리고 POD방식으로 알라딘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한정판중 한정판 SF출판사 불새는 무조건 믿고 사는 책들입니다.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지만 언젠가는 미스터리, SF 독자층이 주류가 되는 그날까지 힘내시기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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