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첫 문장
하성란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1. 어느 대목에서든 그들의 첫 문장을 읽듯 설레었다.


   저는 하성란 작가님을 잘 모릅니다. 사실 국내작가님들 책을 거의 읽어본게 없어서 잘 모르는 작가님이 많아요. 하성란 작가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사실 내지 디자인이 예쁘고 제목이 와닿아서 샀습니다. 별로 계획적이지 않는 저는 신중하게 책을 고르지 않아요. 딱히 안목이 없어서 신중하게 고르지 않아야 뜻하지 않게 좋은 책을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도 바로 그런 책입니다. 저희 취향이라면 절대 살 책은 아니니까요.


   딱 책을 많이 읽고 쓰시는 분이라는 느낌이 서문에서부터 스물스물 올라옵니다. 그리고, 위트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굉장히 차분한 글이 이어집니다. 아무래도 작가님이 밤에 아이들을 재워놓고 나와 책을 읽고 글을 쓰시기 때문에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글은(특히 소설이 아닌 에세이의 경우) 그사람의 성격을 대변해주는 경우가 많으니 원래 차분하신 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책과 이야기를 소중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라는 느낌을 책을 읽는 내내 받아서 무척 좋았습니다. 저와는 완전 결이 다르긴 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분은 왠지 모르게 정이가고 소중한 분이라는 선입관과 편견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편견을 그냥 계속 편견으로 가지고 있고 싶은 편견이 있으니까요. 어느 대목에서든 그들의 첫 문장을 읽듯 설레었던 저자의 감상을 읽으며 저도 살짝 설레었습니다. 너무 살짝이긴 하지만요.




#2. 서평집이냐... 감상문이냐.. 일상 에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책은 장르가 참 애매합니다. 형식으로만 따지면 서평집에도 가깝고 감상문에도 가까운 것이 여튼 북에세이라 봐야할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건 50명이나 되는 작가의 작품이나 산문을 발췌하고 그 발췌글에 대한 작가의 감상을 적은 것이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내용을 좀 따지고 들자면 좀 헤깔리기 시작합니다. 왜냐면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일부 발췌해 놓기는 했으나, 그 작품에 대한 감상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관련이 딱히 없는 글들이 붙어있는 경우가 꽤 있어요. 발췌글 중 단어 하나에 꽂혀 옛 추억을 적어두기도 하고 말이죠. 오히려 짧은 글을 남기기 위해 무언가 관련있는 글을 발췌해서 덧붙인 듯한 느낌을 갖을 수도 있는 글이 아닐까 해서요.


   그래서 저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다양한 작가의 글을 발췌함으로써 충분히 표현을 했다.' 정도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덧붙은 50개의 산문은 일상 에세이다'라고 생각하면 딱 적당한 것 같습니다.


   좀 덧붙이자면 이 책 "당신의 첫문장"은 제가 잘 모르던 다양한 작가님들과 그분들 글의 특징들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부대효과가 있어요. 마치 베스킨 라빈스에 가서 숫가락으로 종류별로 맛보기 찬스를 쓴 것만 같은 느낌이죠. 거참, 저같은 사람은 다 사먹어보고 말지 맛보기 찬스 이런건 못쓰겠더군요. 꼭 나쁜소리라도 쓸까봐 주기는 하는데 밉살쓰러워 보이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제가 판매원이면 표정관리 힘들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을 읽는 건 누구 눈치 볼일은 없느니 좋지요.




#3. 저자의 정서가 담북 담긴 마음을 가라앉히는 글들


   앞에서 언급했듯이 하성란 작가님의 글은 상당히 차분하고 교양있습니다. 헤벌레 하는 저같은 사람이 읽으면 약간 힘들수도 있지만 의외로 또 잘 녹아나요.  마치 제가 차분하고 교양미 넘치는 사람이 된 듯한 착각에 살짝 빠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습니다. 이분의 글을 읽다보니 제가 잘 아는 이웃님 중에 "자목련"님이 자연히 떠오르더군요. 사실 "자목련"님은 차분차분 열매 대 능력자세요. 저와 거의 극단에 서 계신 분이기도하고 말이죠. 저자는 그런면에선 "자목련"님보다는 살짝 유머가 미세량 함유되어 있는 분입니다. 한 큰술 정도 더 들어가지 않았나 싶어요. 



자목련님 블로그:  http://littlegirl73.blog.me/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 책은 자목련님의 "치유하는 책읽기"와 비교해서 읽으면 좋을 듯 합니다. 엄청 닮은 듯 다르거든요. 묘하게 유사한 패턴이 있으나 감성도 조금 다르고 형식도 조금 다른데 두 책 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기도 하고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이나 작가들에 관심도 같고 견문도 넓히고 "아는척 하는 능력치"가 5정도 상승하는 효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조용하고 따스한 밤, 홀로 조용히 다양한 작가들의 글도 접하고 저자가 들려주는 경험담이며, 생각이며, 관심사들을 함께 나누며 위로받고 용기내고 싶다면 한번 쯤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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