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사랑, 가족
최석태.최혜경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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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가 이중섭, 넘치는 가족애와 사랑의 화신


   이중섭이라는 작가는 대한민국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대중적인 화가입니다. 그런데 이중섭을 아는 사람들 중에 그의 작품을 좋아하고 아껴서 그를 아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위작 논란 때문에 그이 이름을 알게 된 분들이 의외로 많은 화가이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중섭의 작품이 어떤지 평을 할 입장도 아니고 솔직히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그의 작품을 봐도 뭐 그렇게까지 훌륭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 평론가나 전문가들이 높이 평가하고 훌륭하다고 거의 억압에 가까운 평을 쏟아내면서 이걸 모르면 무지렁이인 것처럼 하니까 적당히 장단은 맞춰야 하겠으나 저는 그냥 대충 그린 쉽게 재밌는 그림 정도로 느껴집니다.


   제가 이중섭 작가에 대한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대단하다라고 느끼는 지점은 그의 작품에 있는 아닙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절절한 그의 가족사랑에 있습니다. 노 여사도 몸서리를 쳤을 만큼(아, 노 여사는 원래 그런 걸 싫어합니다만...), 손발 정도가 아니라 목덜미가 빳빳해질 정도로 오골오골 한 표현들이 넘쳐납니다. 감정 과잉도 이런 과잉이 없어요. 이 양반 완전 애정결핍인데?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개중에 넘치는 감정을 배제하고 비교적 이성적으로 쓴 편지글의 일부분을 보면 작가가 아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그림을 그리는 태도가 어떠한지 엿볼 수 있습니다.


"아고리는 그대처럼 멋지고 사랑스러운 아내와 오직 하나로 일치해서 서로 사랑하고, 돌이 한 덩어리가 되어 참인간이 되고, 차례차례로 훌륭한 일(참으로 새로운 표현을 시도하는 것, 계속해서 대작을 제작하는 것)을 하는 것이 염원이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소중한 아내를 진심으로 모든 걸 바쳐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결코 훌륭한 일을 할 수 없소. 독신으로 제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고리는 그런 타입의 화공은 아니오. 자신을 바르게 보고 있소. 예술은 무한의 애정 표현이오. 참된 애정으로 차고 넘쳐야 비로소 마음이 맑아지는 것이오." p124


   이 양반의 엄청난 오글오글 글 중에 그나마 엄선하고 엄선한 부분입니다. 제가 옮겨 적으면서 그나마 참을 수 있을 정도의 글 말입니다. 참, 여기서 아고리는 중섭 작가 자신을 표현하는 애칭입니다. 가족사랑에서 민족 사랑으로까지 나아가는 김중섭 작가는 어떤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 작가라고 하기에 적합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작가의 특징이 좋습니다.




#2. 죽을 만큼 사랑하는 가족도 포기하게 만든 작가로서의 상실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지점이 바로 작가로써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천재가 무너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시대가 시대니만큼 형편이 한없이 나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림쟁이가 할 수 있는 변변한 일은 없었을 겁니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봉양하는 일이 녹녹치 않았겠지요. 이런 피난통에 가난하고 고단한 상황에 놓인 중섭 가족은 그 와중에도 끈끈한 가족애로 버텨냅니다. 부인 마사코는 그때가 비록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가족이 함께 모여 살 수 있어 행복했다고 회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후 피난민이 겪는 생활고는 끝이 없었고, 고민 끝에 부인 마사코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돌아갑니다. 이때부터 이중섭 작가가 헤어져 지내는 부인과 가족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시작됩니다. 해방 직후 일본인 부인과 결혼한 대한민국 남자다 보니 함께 일본으로 건너갈 수 없는 형편에 있던 그는 그리움을 전하고자 엽서에 그림과 글을 써보내게 됩니다.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낼 수 있던 유일한 희망은 작가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어 작품이 비싸게 팔려나가고 작가로써 성공해서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는 기대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떳떳하게 가장의 역할을 하고 싶었겠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기가 시기였던지 두차례의 전시회는 완전 실패로 끝납니다. 유일한 희망이 꺾인 작가는 그렇게도 애타게 기다리고 사모하는 가족도 포기할 만큼 깊은 좌절을 맛보았던 것 같습니다. 이때 이후로 정상궤도로 돌아오지 못하고 병원을 전전하다가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앙리 루소가 그러했던 것처럼 시대를 앞서 간 비운의 천재화가는 결국 그렇게도 애타게 고대하던 가족과의 상봉을 이루지 못 합니다. 이 부분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솔직히 저였다면 성공, 실패를 떠나 가족을 찾아갔을 겁니다. 그 어떤 것보다 가족에게는 남편이, 아빠가 곁에 있어주는 것이 더 중요했을 테니까 말입니다. 면이 좀 안 서기는 했겠습니다만 자존심보다는 실존이 중요하죠.


   천재적이고 비범한 예술가들은 대체로 이중섭 화가처럼 세상이 알아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낙심 또는 스스로의 정서적 민감함 때문에 요절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이 분도 마찬가지 형국인데 그때 만약 전시회가 잘 되었더라면 가족과 상봉하고 오랫동안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겼을 텐데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3. 이중섭 작가를 개괄적으로 이해하기 좋은 초반의 평전 부분


   저처럼 이중섭 작가에 대해 아는 게 이름뿐이고 황소 같은 유명 작품 한두 개뿐인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의 초반에 이중섭 작가 전반에 대한 평전이랄까? 개괄적인 해설이 나옵니다. 이 부분으로 작가의 생애 전반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어서 상당히 좋았습니다. 짧은 내용에 작가의 성장기부터 환경, 형편, 작품 활동 등등 잘 간추려 소개하고 있어요.


   당연히 중간중간 거의 찬양에 가까운 내용도 있어서 조금 불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글을 쓰신 분이 이중섭 작가에게 많은 애정과 사랑을 가진 분일 테니 당연한 것입니다만 찬양 일변도랄까? 그렇습니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저는 이 분의 그림 자체가 그리 대단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유화 부분에서는 좀 더 좋게 느끼기는 했습니다만, 정말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의 작품을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잘 몰라서 그런 거다'라는 부분에서는 좀 껄끄러웠습니다. '에.. 저는 잘 모르기는 해도 폄하하지는 않아요~~'라고 변명하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니까요.


   사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어떤 그림을 보고 별로라고 평하는 건 폄하가 아닙니다. 그냥 그 사람에게는 별로였던 거지요. 소위 전문가들이 보기에 훌륭하니 모두가 그렇게 보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아주 엉망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죠. 애정이 지나치면 역효과가 납니다. 여하튼 저에게 이 양반 그림은 그냥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양반의 삶은 무척 안타깝고 애달프고 그랬습니다. 이 분 이름이 오르내릴 때마다 이런 애잔한 아픔이 잔잔히 느껴질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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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IT 융합 스마트카 전쟁 - 미래 자동차를 둘러싼 기업 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박기혁 지음 / 동아엠앤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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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왜 뜬금없이 이 책을 읽게 되었나..


   일단 저는 자동차 광도 아니고 딱히 자동차의 미래에 대해서 그닥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귀중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어떤 차를 타느냐로 자신의 경제적 여유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려 모양새가 자동차를 대하는 전통적 태도가 아니었나 싶어요. 최근에야 실용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쉽게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저나 노여사는 자동차를 소모품으로 보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크게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니죠. 그러다 서점에서 이 책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호로록 훑어보니 상식 차원에서 자동차 산업의 전반적인 동향이나 향후 흐름 정도는 살포시 알고 있을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근에 테슬라 모터스와 엘론 머스크를 주목하는 책도 출간되고 해서 조금은 알고 있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또 이 양반 전기처럼 두꺼운 외서 번역 책은 읽기가 싫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국내 저자가 쓴 책이라 해외 여러 동향도 있고, 국내 형편에도 균형 있게 비중을 잘 맞춘 데다가 너무 전문적이지 않아서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2. 석유 연료의 한계와 미래 자동차 동향..


   석유 연료가 점점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은 어렴풋이 늘 생각하고 있는데, 지난 십수 년 동안에도 의외로 대체 에너지 개발이 계속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는 역시나 어느 분야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기득권의 영향력과 반대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술적인 한계의 극복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탓도 있었을 테고 말입니다. 사람들이 널리 사용할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가능하다'가 아니라 '값싸게 보편화시킨다'의 개념이기 때문에 제약이 무척 많습니다. 게다가 안정적이어야 하고 위험하지 않아야 하니 더욱 쉽게 될 일이 아니죠.


   이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석유 연료 자동차 대체 기술은 "전기 자동차".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태양광 자동차" 등입니다. 활발히 개발 중인 이 신 기술들의 가장 큰 장점은 환경오염이 적다는 점이고, 일부 몇몇 국가에 자원을 독점하지 않는다는 점 정도가 되겠습니다. 현재 지구 상에 싸돌아 댕기는 자동차가 뱉어내는 매연과 열을 상상해보세요. 특히 최근 자동차 업계가 주목하는 중국 같은 경우는 일단 규모 자체가 지구 생태계 따위는 금방 고사시켜 버릴 듯하지 않습니까?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어항이 생각나요. 물고기들이 좁은 어항 속에서 열심히 먹고는 지들이 사는 어항 물에다가 덩을 엄청 싸댑니다. 아무리 미생물이 여과 사이클을 통해 물을 깨끗이 해줘도 덩을 워낙 싸니 물이 계속 오염되죠. 결국은 사람이 관여해서 맑은 물로 환수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 됩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점점 그 꼴이 돼가고 있어요. 누군가가 새 공기를 갈아 넣어주지 않으면 생태계가 파괴되버릴 지경으로 치닫고 있잖아요. 이런 관점에서 자동차 기술의 변화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런 대체 에너지를 활용한 자동차 기술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얼마나 진행되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설명하고 있어요. 기술 자체의 설명은 있지만 그쪽으로 포커스를 맞춘 것은 아니고 오히려 각 기업들 간의 입장 차이와 포지셔닝, 대결 구조 등에 대해 더욱 초점을 맞춰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 업계 동향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고 설명하고 있죠.




#3. 가볍게 교양 차원에서 읽어볼 만한 내용들...


   이 책을 선택하기 잘 했다고 느껴진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인데 쉽습니다. 단순히 미래 자동차 기술만 기술하고 있지 않고, 자동차의 역사에서부터 석유를 사용한 내연기관 자동차의 개발과 성장, 전기 자동차 등의 시작과 현시점에서의 한계, 환경문제와 미래 동향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한번 스으윽 읽어보면 자동차를 둘러싸고 돌아가는 동향을 대충 감 잡을 수 있어요. 개 괄적으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에요. 전문 분야 종사자 거나 특별히 애정이 있는 덕후가 아닌 이상에야 이 이상 알 이유도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수준에서 잘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재밌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전문간데 너무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셨는지 중간 즈음에 기술적인 설명을 곁들이고 있어요. 전기자동차의 핵심적인 "축전지", "전동기", "제어장치" 등에 대해 개괄하고, 각각의 종류와 종별 특성 등을 정리해 두셨는데, 이게 전공자나 특별히 관심이 있어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 기본이 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릴 만한 내용이 꽤나 있습니다. 저는 지하철 "전동차"에 대해 충분한 지식이 있어 생소한 내용이 전혀 아닌데도 불구하고 무척 졸렸어요. 어지간하면 기술적인 설명 부분은 일반인이 알 필요도 이유도 없는 부분이니 그냥 스킵해도 될 듯합니다. 그냥 읽다가는 포기할 가능성이 있어요.


   결론적으로 이 책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자동차 기술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상식적인 이야기들이 설명되고 있어서 그닥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기회가 되시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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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생각들 -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18가지 통념
오승현 지음 / 낮은산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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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가 살고 있는 이상한 나라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뭔가 상당히 매우 많이 억수로 이상하다는 것은 대충 감으로 다들 느끼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당장 이 책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좋은 내용에 상식적이고 꼭 읽고 정리해봐야만 할 훌륭한 책이 거의 안 팔립니다.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모르죠. 반대로 쓰뤠기 같지만 뭔가 그럴듯한 책은 엄청나게 팔려나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생각들"이라는 책은 매우 훌륭한 책입니다.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인데다가 심지어 얇고 쉬워... 이 시대에 대중적으로 좋은 책의 요건을 거의 다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저자가 생판 처음 듣는 분이고, 출판사는 영세해 보이는 데다가 찾아가 보니 영 돈이라고는 안될 만한 책들만 내고 있는 형편이어서 마케팅도 대대적으로 안되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이렇게 꼭 팔리고 읽혀야 할 책이 사장되는 현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현실이 아닐까 합니다. 제 블로그를 종종 들러주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테지만 과연 이 책이 출간되어서 서점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이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2. 이상한 나라에서 바른 생각을 한다는 것


   뭔가 이렇게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을 쓴다는 말은 고만큼 이 책의 내용에 공감을 했다는 뜻을 갭니다. 도대체 어머님이 누구신지, 어떻게 키우셨길래 저자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정리하고 책까지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을 관조하고 통찰하고 심지어 간단히 정리까지 하는 내공은 여느 대학자보다 낫다고 생각됩니다.


   책을 읽어보면 저자의 태도가 어느 정도 느껴집니다. 이 애티튜드라는 게 그 사람의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러 품격을 갖추기가 어려워요. 오승현 님에게는 불필요한 클레세? 후까시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무척 잔잔한 호수 같은 느낌입니다. 근데 뭔가 졸라 깊어.. 이런 느낌이죠. 개인적으로 책을 읽다가 가장 눈살을 찌푸리는 지점이 '후까시'가 느껴질 때입니다. 대중적으로나 한 분야에서 유명한 전문가가 책을 쓸 때 이런 게 나오잖아요. "지금부터 내가 책을 쓴다 홍홍홍~~~, 니네들은 모르지만 홍홍홍~~~, 이런 거 읽어도 잘 모르겠지? 홍홍홍~~~ 돈츄와라세이~~" 이런 느낌을 받으면 조용히 욕을 하곤 합니다. '머리에 든 건 많은데 애티튜드는 거지 군..' 이런 생각이 자연히 드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이 양반은 리스펙트 할만합니다.


 

#3. 혼란한 세상, 바른 생각


   그래서 바른 생각이 도대체 뭐냐 이거죠? 그건 이 책을 읽어보세요. 바른 생각인지 이상한 생각인지 금방 느끼실 겁니다. 더 좋은 점은 단순히 저자의 생각만 담겨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충분히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와 사례가 등장해요. 슬픈 일이지만 주로 유럽 쪽 선진 복지국가의 사례가 많이 등장하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GDP 같은 숫자로 나라가 발전했다고 우기는 그런 말장난 말고, 냉정하게 우리나라와 선진 복지국가들의 차이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사람이 가장 쉽게 수긍하는 방법은 더 나은 것을 직접 제시해주는 것이잖아요.


   이 책에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18가지 통념에 대한 반론과 대안이 주요 내용입니다. 개개인의 욕망을 자극하는 거지 같은 통념 말입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마치 태곳적부터 그래왔다고 심하게 착각하고 살아가는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만 통하는 통념이죠. 이 책에서도 예를 들고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남존여비, 여성의 수절 뭐 이딴 게 대단하고 견고한 사회적 통념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의 후손이 지금 우리의 사회적 통념을 접하면 콧방귀를 뀌게 되겠지요.


   대충 18가지를 나열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만히 챕터를 살펴보면 상당히 치밀하게 단계적으로 배열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가장 작은 단위인 개개인의 삶에서 가지는 이상한 통념으로부터 출발해서 산업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확장되면서 국가 단위의 자본주의 한계로 외연을 넓혀나가거든요. 그리고 말미에는 비판과 함께 대안을 제시하는 단계까지 나아갑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수준의 개선된 대안 말입니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부분적이지만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등을 소개해주고 있어요. 우리나라에 집중해서는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 마치 내걸 빼앗아서 나눠주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주고 정치 참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고 말해줍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옹이 설명한 바와 같이 이러니저러니 아무리 떠들어봐야 이미 자기 가치관이 성립된 꼰대들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오로지 다음 세대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만이 세상이 나아지는 유일한 방법이죠. 꼰대가 모여서 무슨 교육을 해서 다음 세대가 바뀌겠나 싶지만 말입니다. 요즘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돌아댕기면서 친구끼리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경악 그 자체입니다. 그 아이들의 생각이 어디서 나왔을까요? 다 부모들의 머리에서 나온 거겠죠. 초등학교 저 학년생이 "남자는 돈만 많으면 된다."라는 말을 한다는 게 이거 놀랄 일 아닙니까? 현명한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당신의 머리도 똥으로 가득 찼군요.


   굳이 오버한다면 이 책의 저자도 바우만 옹과 동급입니다. 왜냐면 이 책을 성인 대상으로 쓰지 않고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구어체로 쓰고 있거든요. 어차피 어른 꼰대들은 이 책을 안 읽을뿐더러 읽어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자조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한편으로는 유일한 희망은 자라나는, 아직은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들에게 바른 생각을 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저자의 판단이 돋보입니다. 물론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을지는 더욱 미지수지만요.


   애고 어른이고 할 거 없이 드럽게 짧고 간단하고 쉽게 쓰인 이 책은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읽어볼까? 하고 미루면 안 읽는 거 당신도 나도 잘 아니까 그냥 바로 읽어봐요. 너무 안 팔려서 절판되기 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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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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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챔피언, 그리고 강남스타일....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전세계적인 유명인이 되었을 때, 저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싸이 인생에 국민의 파이팅송 "챔피언"을 능가할 만한 히트송을 만들어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자신의 대표작을 넘어서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재미있게도 싸이는 이런 대단한 일을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강남스타일"이라는 만리장성급 메가히트송의 벽에 다시 갇혀 버렸습니다. 벽을 넘은 줄 알았더니 더 높디높은 넘사벽이 버티고 있는 형국이더란 말이죠.


   찬호께이형님의 "13.67"을 만났을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상당히 훌륭한데, 이 보다 더 좋은 작품을 써 낼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죠. 결과적으로 한스미디어에서 선보인 두번째 작품은 단순히 비교하기에는 조금 결이 다른 특징이 있기는 하지만 대표작의 벽을 넘어서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작품이었다는 생각입니다.



#2. 필력으로 커버하는 가독성, 잘 준비된 배경지식


   초반부터 상당히 익숙한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식상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저는 의외로 이런 류의 작품을 많이 읽은 편이 아니라 그럭저럭 다음 내용이 궁금해져서 계속 읽게 되었습니다. 이야기의 구성도 독자입장에서 상당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잘 짜여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인데다가 상당히 치밀하게 서술하고 있어서 허점이 없다고나 할까요? 역시나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느낌이 옵니다.


   이 작품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은 전체의 스토리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심리학적 디테일입니다. 주로 "기억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있는데, 작품 전반에 매우 광범위하게 소개가 됩니다. 또한, 이 스토리 전체가 이 심리학적, 의학적 용어에 거의 지배되다시피 합니다. 이 작품을 읽는 독자는 좋던 싫던 이 기억장애니 해리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용어와 내용에 대한 강의를 계속 들어야만 합니다. 읽다보면 작가가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상당히 꼼꼼하게 이 부분을 공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3.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 작품이 저에게는 참 애매했던 이유는 결국 설정과 반전 때문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재미있기만 했던 것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는데 이를테면, 기억이 뒤엉켰다거나 혹은 한 사람안에 두사람의 기억이 공존한다거나 하는 식의 설정을 대하면 이런 생각이 드는거죠. '뭐 이런 식으로 설정놓으면 무슨 이야기를 써도 말이 안된다고 할 수 없도록 쉴드를 치는거 아닌가?'하는 생각이요.


   "기억나지 않음, 형사"에서도 주인공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였기 때문에 이런저런 해프닝이 일어난 것이라고 계속 독자에게 강요를 해요. 그런 장면이 떠오르는겁니다. 작가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이죠. 이걸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억지스러움을 없애기 위해서 관련된 지식을 공부하고 그걸 계속 설명해요. '이런 현상이 생기면 그럴 수 있다니깐!!!' 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방식은 말미에 연속으로 등장하는 반전과 반전의 연속선상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합니다. 또 다른 사람에게도 동일한 정신학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하도록 해놓고 "그럴 수 있다니깐!!!"하고 강요를 하는 형국이예요. 이럴 때는 참으로 난감합니다. "그럴수도 있잖아?" 라고 물으면 어느누구도 "그건 절대로 아니야"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모든 케이스를 다 확인한 것도 아니고 독자가 그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일 확률도 낮으니까 말입니다.


   저는 체질적으로 지나친 반전이 취향에 안맞습니다. 이 작품은 반전이 대단한 작품중에서도 상당히 지나친 반전에 의존한 작품입니다. 그 반전을 그냥 '와~~ 대단한 반전이야~~'라며 넘어갈 수 있다면 이 작품은 무척 훌륭한 작품으로 기억되실 겁니다. 저처럼 '상식을 벗어난 설정을 강요하는군..'하고 느낀다면 실패한 반전입니다. 상당히 억지스러웠고 부자연스러웠어요. 역시나 좋은 이야기는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독자가 어색한 느낌을 전혀 받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잘 생각해보면 이러저래 작가가 노력도 많이 했고 좋은 작품이라고 평해주고 싶은 마음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설정의 냄새가 많이나서 편치 않은 작품입니다.


   좀 더 심하게 얘기하면 아무 얘기나 막 해놓고 마지막에 "사실은... 주인공이 정신병자야.. 그래서 그럴수 있다니깐?"이라고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거죠. 다만 작가의 필력과 노력으로 정신이 가출할 뻔한 사람들은 불러모아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아슬아슬 이어가고 있다보니 너그럽게 읽어주면 대박 재미진 작품으로, 저처럼 불편한 지점이 걸리면 어색하고 억지스러운 작품으로 받아들여지는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죠. 솔직히 책 마지막에 전문가들의 평이나 해설을 보면 하나같이 찬양일색인데, 오히려 너무 그러니까 더 어색한 느낌입니다.


   일단 제입장에서는 이번 작품은 실패... 다음 작품으로 "13.67"을 넘어설 메가히트를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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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술래잡기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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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지극히 중국스러운 고전 추리소설의 맛을 살린 작품


   몽실북스에서 출간된 "사신의 술래잡기"는 상당히 묘한 작품입니다. 아직까지 생소한 중국 추리소설의 특징을 정의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 두가지 힌트를 안겨줍니다. 먼저 출간된 중국 추리소설 "13.67"과는 전혀 다른 성향의 작품이라 일반화 자체가 무리가 있지만 "사신의 술래잡기"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중국 추리소설의 특징은 전형성과 전통성입니다.


   "사신의 술래잡기"는 거의 셜록 홈즈와 닥터 왓슨의 오마주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아주 초기의 탐정 추리소설의 교과서적인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어서 무척 전형적입니다. 전건우 소설가의 추천사에 나온 표현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주인공 탐정 모삼은 셜록 홈즈와 비교될 만큼 명석하고 탁월한 탐정이면서 성격적으로도 괴팍하고 사회성이 결여된 특징적인 캐릭터입니다. 모삼의 절친 법의관 무스선은 왓슨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부분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메이저 버전 업이라고 해야할 만큼 전방위적인 업그레이드 캐릭터입니다. 심지어 집안도 좋고 외모도 탁월하다고 되어있더군요. 이 두 콤비는 짧은 시간에 어려운 사건을 서로 콩닥콩닥, 주거니 받거니, 이심전심, 브로맨스 넘치도록, 마치 치트키를 쓴 것처럼 호로록 말아 후루룩 드십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전통성인데 한국이나 영미권, 일본 추리소설과 느낌이 상당히 다른 가장 큰 이유기도 합니다. 전반적인 배경에 집안을 중시한다거나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이 자주 언급되기도 하고, 저자의 도덕적 내지는 상황적 가치판단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매우 전통적인 인과율에 따른 인과응보를 당연시 하고, '차카게 살자'식의 개몽적 태도 등을 통해서 마치 우리나라의 과거 유교윤리를 도입한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이런 부분들이 뭔가 "중국스럽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지점이 있어요. 어떤 면에서는 저자의 영혼이 무척 순수하게 느껴진달까?... 뭐 그렇습니다.




#2. 초저 중종고인 이유...


   에 그러니까 독자입장에서 이 작품의 초반 도입부를 읽으면서 무언가 어색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특히 초반 100페이지 안쪽까지 그런 현상이 있어요. 뭐냐면, 한국사람으로써는 약간 고리타분하게 느낄 수도 있고, 아주 일반적이지 않은 작가의 가치관, 세계관, 도덕관 같은 것이 초반에 좀 나오는데 이게 뭔가 어색해...쫌 옛스러워요. 심한 것도 아니고 사알짝 불편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합니다.


   또 한가지 초반에 독자가 불편한 부분은 주인공 모삼 때문입니다. 책의 시작부터 너무 들이댄다고나 할까? 그런거죠.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지인의 소개로 그 바닥에 유명한 사람을 만났어요. 오늘 초면입니다. 이 양반 이름이 모삼이래. 서로 인사를 합니다. "안녕하세요~~ 모삼입니다." 그러고 서로 자리에 앉자마자 모삼이 말합니다. "저는 사실 얼마전에 애인이 끔찍하게 죽었습니다. 저는 무서운 범인에게 집에서 칼로 푹푹 찔렸고요.. 너무나 괴로웠고 죽고싶었습니다. 좀 더 상세히 설명드리자면~~~" 이러는 느낌이죠. 오늘 첨 만났다니까 모삼씨... 서로 친해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잖아요? 시작하자마자 고생했다고 너무 들이대니까 독자입장에서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촘 부담스럽다니까요.


   다행히도 뭔가 생경한 분위기도, 모삼식 들이대기도 100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익숙해지고 점점 호감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사건에 집중해서 즐길 수 있었고 심지어 전통적인 나열식 사건 전개인데도 불구하고 재미집니다. 가독성도 훌륭하고 말입니다. 몰입도도 무척 높아져요. 이 작품은 그래서 초반은 약간 "저'고 중반과 종반은 "고"입니다.




#3. 중국 추리소설 하면 떠올릴 시리즈 소설이 될...


   초반을 넘어서면 사건에 집중하면서 무서운 미지의 범인 "L"이 모삼과 무스선 콤비에게 어려운 사건을 하나씩 던져 줍니다. 이게 단순히 잔인한 사건을 던져서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사건의 범인은 왜 그런 잔혹한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는지 밝히면서 사회파 추리소설의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의 등장하지도 않는 강력한 라이벌의 존재, 그리고 그 범죄자가 주인공을 통해 던져주는 사회에 대한 통찰과 주제의식이 이 작품을 상당히 의미있는 사회파 추리소설로 분류하기에도 무리가 없도록 해주는 것이죠. 끝까지 읽어보면 끝인데 끝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음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었기 때문에 무척 잘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이런 식으로 끝나면 용두사미의 어설픈 작품으로 느껴지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시리즈 다음 작품이 궁금해져요.

   "L"이 또 어떤 잔혹한 사건을 통해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고 풍자할지가 무척 기대됩니다. 너무 잔혹하고 잔인하다보니 현실성이 좀 결여되면서 소설을 소설로 읽을 수 있는 것도 장점 아닌 장점입니다. ​그나저나 이 소설에서 진정한 위너는 일단은 "L"이네요. 거리낌없이 천재 탐정 브라더를 가지고 놀았으니까요. 그래도 시리즈 첫 편에서 모삼이 "L"의 실마리라도 잡아서 조금이라도 흔들어주는 모양새로 갔어야 더 긴장감이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좀 듭니다. 악당이 지나치게 넘사벽인 구조는 주인공을 부각하기에 좋지 않잖아요?

   제가 꼰대스러워서 그런지 소설속 주인공이 좀 지맘대로 행동하면 묘한 대리만족이 있어서 모삼을 왠지 마음에 드는 캐릭터입니다. 이 시리즈가 계속 출간된다면 중국 추리소설에 주요한 시리즈로 자리잡을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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