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술래잡기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1. 지극히 중국스러운 고전 추리소설의 맛을 살린 작품


   몽실북스에서 출간된 "사신의 술래잡기"는 상당히 묘한 작품입니다. 아직까지 생소한 중국 추리소설의 특징을 정의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 두가지 힌트를 안겨줍니다. 먼저 출간된 중국 추리소설 "13.67"과는 전혀 다른 성향의 작품이라 일반화 자체가 무리가 있지만 "사신의 술래잡기"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중국 추리소설의 특징은 전형성과 전통성입니다.


   "사신의 술래잡기"는 거의 셜록 홈즈와 닥터 왓슨의 오마주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아주 초기의 탐정 추리소설의 교과서적인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어서 무척 전형적입니다. 전건우 소설가의 추천사에 나온 표현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주인공 탐정 모삼은 셜록 홈즈와 비교될 만큼 명석하고 탁월한 탐정이면서 성격적으로도 괴팍하고 사회성이 결여된 특징적인 캐릭터입니다. 모삼의 절친 법의관 무스선은 왓슨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부분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메이저 버전 업이라고 해야할 만큼 전방위적인 업그레이드 캐릭터입니다. 심지어 집안도 좋고 외모도 탁월하다고 되어있더군요. 이 두 콤비는 짧은 시간에 어려운 사건을 서로 콩닥콩닥, 주거니 받거니, 이심전심, 브로맨스 넘치도록, 마치 치트키를 쓴 것처럼 호로록 말아 후루룩 드십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전통성인데 한국이나 영미권, 일본 추리소설과 느낌이 상당히 다른 가장 큰 이유기도 합니다. 전반적인 배경에 집안을 중시한다거나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이 자주 언급되기도 하고, 저자의 도덕적 내지는 상황적 가치판단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매우 전통적인 인과율에 따른 인과응보를 당연시 하고, '차카게 살자'식의 개몽적 태도 등을 통해서 마치 우리나라의 과거 유교윤리를 도입한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이런 부분들이 뭔가 "중국스럽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지점이 있어요. 어떤 면에서는 저자의 영혼이 무척 순수하게 느껴진달까?... 뭐 그렇습니다.




#2. 초저 중종고인 이유...


   에 그러니까 독자입장에서 이 작품의 초반 도입부를 읽으면서 무언가 어색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특히 초반 100페이지 안쪽까지 그런 현상이 있어요. 뭐냐면, 한국사람으로써는 약간 고리타분하게 느낄 수도 있고, 아주 일반적이지 않은 작가의 가치관, 세계관, 도덕관 같은 것이 초반에 좀 나오는데 이게 뭔가 어색해...쫌 옛스러워요. 심한 것도 아니고 사알짝 불편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합니다.


   또 한가지 초반에 독자가 불편한 부분은 주인공 모삼 때문입니다. 책의 시작부터 너무 들이댄다고나 할까? 그런거죠.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지인의 소개로 그 바닥에 유명한 사람을 만났어요. 오늘 초면입니다. 이 양반 이름이 모삼이래. 서로 인사를 합니다. "안녕하세요~~ 모삼입니다." 그러고 서로 자리에 앉자마자 모삼이 말합니다. "저는 사실 얼마전에 애인이 끔찍하게 죽었습니다. 저는 무서운 범인에게 집에서 칼로 푹푹 찔렸고요.. 너무나 괴로웠고 죽고싶었습니다. 좀 더 상세히 설명드리자면~~~" 이러는 느낌이죠. 오늘 첨 만났다니까 모삼씨... 서로 친해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잖아요? 시작하자마자 고생했다고 너무 들이대니까 독자입장에서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촘 부담스럽다니까요.


   다행히도 뭔가 생경한 분위기도, 모삼식 들이대기도 100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익숙해지고 점점 호감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사건에 집중해서 즐길 수 있었고 심지어 전통적인 나열식 사건 전개인데도 불구하고 재미집니다. 가독성도 훌륭하고 말입니다. 몰입도도 무척 높아져요. 이 작품은 그래서 초반은 약간 "저'고 중반과 종반은 "고"입니다.




#3. 중국 추리소설 하면 떠올릴 시리즈 소설이 될...


   초반을 넘어서면 사건에 집중하면서 무서운 미지의 범인 "L"이 모삼과 무스선 콤비에게 어려운 사건을 하나씩 던져 줍니다. 이게 단순히 잔인한 사건을 던져서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사건의 범인은 왜 그런 잔혹한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는지 밝히면서 사회파 추리소설의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의 등장하지도 않는 강력한 라이벌의 존재, 그리고 그 범죄자가 주인공을 통해 던져주는 사회에 대한 통찰과 주제의식이 이 작품을 상당히 의미있는 사회파 추리소설로 분류하기에도 무리가 없도록 해주는 것이죠. 끝까지 읽어보면 끝인데 끝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음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었기 때문에 무척 잘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이런 식으로 끝나면 용두사미의 어설픈 작품으로 느껴지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시리즈 다음 작품이 궁금해져요.

   "L"이 또 어떤 잔혹한 사건을 통해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고 풍자할지가 무척 기대됩니다. 너무 잔혹하고 잔인하다보니 현실성이 좀 결여되면서 소설을 소설로 읽을 수 있는 것도 장점 아닌 장점입니다. ​그나저나 이 소설에서 진정한 위너는 일단은 "L"이네요. 거리낌없이 천재 탐정 브라더를 가지고 놀았으니까요. 그래도 시리즈 첫 편에서 모삼이 "L"의 실마리라도 잡아서 조금이라도 흔들어주는 모양새로 갔어야 더 긴장감이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좀 듭니다. 악당이 지나치게 넘사벽인 구조는 주인공을 부각하기에 좋지 않잖아요?

   제가 꼰대스러워서 그런지 소설속 주인공이 좀 지맘대로 행동하면 묘한 대리만족이 있어서 모삼을 왠지 마음에 드는 캐릭터입니다. 이 시리즈가 계속 출간된다면 중국 추리소설에 주요한 시리즈로 자리잡을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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