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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별 - 가장 낮은 곳에서 별이 된 사람, 권정생 이야기
김택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1. 이 책의 주인공 권정생 선생은?
"강아지똥별"은 오랜기자생활을 하셨고
[김대중 자서전]을 집필하셨던 김택근 선생님이 우리나라 동화 역사상 가장 많이 알려진 책 중 하나인 [강아지똥]의 저자 권정생 선생님을
인터뷰하고 자서전 및 여러 자료를 토대로 동화형식으로 쓴 책입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데뷔작
'강아지똥' 표지>
처음 아무런 정보없이 이 책을 받았을 때,
제목을 읽고 띠지의 '성인 동화'라는 표현에 걸려서 마뜩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몇 페이지를 넘기고 나자 바로 저자신이 부끄러워졌고, 깊은 공감과
아픔과 존경으로 이 책을 끝까지 읽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상상을 초월하리만큼 아프고 상처받고 외로운 삶을 살아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아끼고 사랑하며 아름다운 동화를 써내셨습니다. 인지세로 남부럽지 않을 만큼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푼도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안동소재 작은 교회의 예배당 종지기 일을 계속하셨습니다. 마지막까지 아끼고 아낀 10억이 넘는 인지세를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하시고 이 땅을 떠나셨습니다. 이 책을 통해 드러난 권정생이라는 한 인간의 삶의 모습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이 책은 성인(成人) 동화가 아닌 성인(聖人) 동화였습니다.
#2. 전쟁에서 기인된 수많은 아픔들, 어그러진
삶의모습들...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권정생 선생님은 어릴 때 이미 두번의 전쟁을
경험합니다. 한번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으로 인한 일본의 패전을 두눈으로 보셨고, 그리고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을 온몸으로 경험합니다.
누구보다 전쟁의 위험과 잔인함을 가까이에서 겪었습니다. 전쟁통에 본인을 비롯한 배고픈 사람들은 생존본능으로 남의 것을 빼앗고 훔치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타인의 어려움을 애써 외면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보다도 더 인간성이 상실되는 현실을 몸소 겪으며 인간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셨던거 같습니다. 부산에 거주하며 일할 때 유일하게 친하던 기훈이 의문을 안은채 죽음을 맞고, 늘 성경을 품에 안고 정생을
전도하려 하던 명자는 어느새 윤락가 직업여성이 되어 버리는 상황을 겪으면서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지금도 이땅에는 전쟁의 공포를 빌미로
권력을 위해 사람들을 사상과 이념으로 가르고 서로의 대치를 조장하는 이익세력들이 존재합니다. 이 들을 향한 권정생 선생님의 목소리는 일관되고
명확합니다.
"어디서 빌어먹던 뼈다귀 귀신인지 모르는, 사상이니 이념이니 이데올로기니 하면서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p.158
#3. 권정생
선생이 꿈꾸던 세상은..
선생은 교회 종지기로 있으면서 어스름 새벽녁에 종을 칠때마다 염원하고 염원합니다.
"전쟁이
없어지고, 주림이 없어지고, 슬픔과 괴로움이 없어지고, 사막에도 샘이 솟고, 무서운 사자와 어린애가 함께 뒹굴고, 독사의 굴에 어린이가 손을
넣어 장난치고, 다시는 헤어짐도 죽음도 없는 그런 나라가 오기를....." p.132
그러나 이런 막연한 꿈만 꾼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행동했습니다.
"나는 여지껏
사람을 사랑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여태까지는 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어 했는데, 지금은 반대로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외로운 만큼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p133
그리고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라는 작품속에서 자기방에 놀러온 생쥐의 입을 통해 세상에 말합니다.
"우리들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모두가 나눠서 먹고 입고 즐기며 살아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답니다. 그래서 하루 먹을 것만
먹고, 입을 것만 입으면 되는 거지요. 하니까 우리들은 가난하지 않아요 모두가 부자예요. 아저씨, 사람들은 거지가 있고 왕이 있고
양반이 있고 상놈이 있고, 왜 그렇게 아래위가 복잡한 거예요? 복잡한 건 모두가 가짜랍니다. 속이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저렇게 눈가리개를 만드는
거죠. 참 뻔뻔스러워요." p.147~8
선생은 혼자 잘 살겠다고 이웃을 팽개친
사람들, 뭇 생명을 죽이면서 태연히 생명의 존엄을 입에 올리는 인간들, 총칼을 들고 평화를 얻어보겠다는 어리석은 무리들, 신의 말씀을 팔아먹는
어둠의 세력들, 그리고 이념에 갇혀 이념을 무기로 휘두르는 시대의 폭군들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아름다운 지구촌이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
안타까워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터전인 땅을 버린 도시화 시대를 걱정스럽게 바라봅니다. 농촌이 거대한 감옥처럼 변해버리는 현실을 우려합니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물려줄 아름다운 미래가 없는 것과 그 속에서 살아갈 가여운 어린아이들을 걱정합니다.
평생 결혼도 하지않고 병마와 싸운 선생은
이런 안타까움을 수많은 동화에 담으시고 이 땅을 떠나셨는데, 참으로 다행인 것은 이분의 생각과 가치가 그의 동화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까지도 사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던 것이 참으로 다행입니다.
"하느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
<강아지 똥> 중에서
#4.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마지막장을 넘기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고민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두가지 정도가 걱정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첫째는, 과연 일제시대부터 6.25전쟁
시기를 거치며 겪었던 선생의 이야기를 지금 세대가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입니다. 특히나 역사의 왜곡과 소모적인 이념 대립이 끊이지 않는 이
나라에서 선생의 의지와 삶으로 보인 교훈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요? 과연 지금의 10대가 이 이야기를 저와 같은 울림으로 받아들이게
될지요...
둘째는, 이 책 전반에 걸쳐 기독교적
색채가 너무도 짙다는 점입니다. 색체가 없는 다자키 스쿠루가 유행중인 이 시점에, 기독교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세속화되어
전방위적으로 공격받고 있는 이 시대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설득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박한 천민자본주의의
세례를 너무나 깊이 받은 우리 세대가 이 책을 통해 선생의 아름다운 마음을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서서히 조금씩이라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 2007년 3월 31일에 쓴 마지막 유언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