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되었습니다 - 모든 미해결 사건이 풀리는 세상,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작
박하익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놀랍고도 참신한 설정...

 

  이 책에서 가장 좋은 점을 뽑으라면 바로 참신하고도 기발한 설정입니다. 평소에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시는 분들은 '그런건 나도 생각해봤던건데?'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지극히 건실하고 건강한 정신세계로만 살아온 저로써는 참 기묘한 생각을 했구나 하며 감탄했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도 하고 어느 책에선가 보았던 것도 같은' 설정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게 되면 무거운 주제가 더욱 이야기를 짓눌러 끝까지 끌고 가기 힘들텐데 이 책은 결말 부분까지도 '뭐지? 이게 어떻게 되는거지?'하는 생각으로 이끌려가게 됩니다. 누가 뭐래도 참신하고 독창적인 설정이 가져다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추리소설의 미덕...

 

  추리소설을 읽는 맛이라면 긴장감, 빠른 전개, 대반전 등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만, 저에게 있어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기대하는 가장 큰 미덕은 재미와 문제의식의 적절한 조화입니다. 사실 [종료되었습니다]를 읽을 때 이 정도의 묵직한 사회문제를 거침없이 다룰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없었습니다. 뭔가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그 원인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독자의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대 반전이 숨어 있을 것이라는 것이 [종료되었습니다]를 집어들며 기대했던 바입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이정도까지 강력범죄 처벌과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생각 못했는데 상당히 거침없이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문제를 던져주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뭐? 하는 애매함이 남습니다. 작가가 의도했던 것이 무엇일까요? 적잖이 혼란스러웠습니다. 곳곳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소 작위적으로 작가의 생각을 설명하고자 하는 부분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이렇다 저렇다 교훈을 던지려는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분더러 그에 대한 반응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이것참 다 읽고 나서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고민스럽습니다.  

 

 

#3. 용서하는자와 용서받은자...

 

"그 사람은 이미 용서를 받았대요. 근데 내가 어떻게 다시 그사람을 용서하냐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밀양"이 떠올랐습니다.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여주인공 신애의 아들을 유괴하고 죽인 범인을 교도소에서 마주 대한 장면입니다. 종교에 기대어 어렵게 범인에게 "주님의 사랑으로 당신을 용서하기 위해 왔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범인은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받아 마음이 너무나 평안하고 당신의 용서 따위는 아무 의미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입니다.  

 

  상처받은 자가 상처를 준 자를 용서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상처받은 자가 이를 극복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상처를 준 자를 용서해야 합니다. 이 때 상처를 준 자의 진심어린 사죄 없는 용서는 살얼음에 의지해 강을 건너는 행위와 같습니다. 피해자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밀양에서의 범인처럼 혼자 엉뚱한 데서 용서받았다는 소리를 지껄이게 두면 안되겠습니다. 죄책감이 결여된 사이코패스에 의한 범죄가 늘어나는 현실 앞에 직접 피해자는 물론 피해자 가족까지도 오랜세월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암담한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런 고통은 언제 누구에게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종료되었습니다]는 바로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소설 내용의 방법론을 그대로 가져가기는 물론 무리가 있지만 그 의의만은 고민해보아야 하겠습니다.  

 

 

#4. '일장춘몽'의 편리함...

 

  이 책의 긴장감 넘치는 가독성과 재미, 묵직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책의 마지막 챕터에 이르러 저를 당혹스럽게 했던 것은 바로 제가 궁금해했던 그 반전이었습니다. 물론 범인이 누구인가? 도 역시 반전이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 전체의 반전이자 결론은 결국 마지막 장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있어 이 마지막장은 잘 끌고가던 이야기를 한순간에 공중으로 날려버리는 안타까운 반전이었습니다. 이런 식이란 겁니다.  

 

작가 : "잘 들어봐. 내가 한번은 죽었다 깨어났어"

나 : "으잉?? 뭔소리야.."

작가 : "잘 들어보라니깐 사실은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하게 된거라니깐"

나 : "으응?? 그럴수가 있나? 진짜야? 진짜 그런일이???"

작가 : "파하하.. 꿈속에서!!!!"

나 : "A~~C~~~ 뒤질라고!!!!!"

 

  마지막 반전을 대한 저의 기분이 바로 이러했습니다. 실망이 상당히 컸습니다. 왜냐면 설정이 정말 독특하고 기발했고, 그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도 무난하고 재밌었기 때문입니다. 초반부터 중반을 지나 결말에 다가갈때까지도 계속 궁금했습니다. '와.. 이렇게 현실적이지 않은 설정들은 어떻게 설명하려고? 어떻게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있나?' 하면서 '이제 내용이 얼마 안남은거 같은데 슬슬 정리를 해줘야 될텐데...' 하고 있는데... "알고보니 [일장춘몽]이더라." 이거지요... 이런 반전은 안됩니다. 이런 식이면 아무 얘기나 막해놓고 마지막에 "꿈이라니깐"하면 다 끝나는 거죠. 차라리 반전으로 독자를 놀래키는 걸 포기하더라도 중간 중간에 아니면 초반에 힌트를 줘서 살짝 알려주었더라면 황당함이 덜 했겠습니다. 솔직히 이런 반전은 얼마든지 생각해낼 수 있습니다. 저도 이런 비슷한 류의 반전을 막장에 넣은 이야기를 생각해오고 있었습니다만 [종료되었습니다]를 읽고보니 절대로 해서는 안될 짓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첨언 : 그러나... 재미는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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