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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앤 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4월
평점 :
말잔치...라고 할까, 말의 유희...라고 할까.
이 책을 읽어보니 유튜브 동영상에서의 그의 쉼없는 말 솜씨가 이해된다.
그런 빠르기로 그렇게 끊임없이 말 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동영상 댓글에는 말이 너무 빠르다는 내용은 하나 없고,
대신 "He is a genius."라는 댓글들을 보게 된 것이, 내가 그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는
동기가 되었지 싶다.
과연 말에 관해서는, 글에 관해서는 굉장히 유희적일 것 같은 그를 이 책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뱉어지는, 끊임없이 이어나갈 수 있는 천부적 재능!!
이런 책을 번역하는 일은 여느 번역보다 쉬워 보이는 일은 아닐 것 같은데, 번역을 잘 모르는
나지만 이 책은 번역이 상당히 잘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읽는데 무리가 없으면서 작가의
유희적인 말재주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으니 말이다.
사랑,
그것이 어디 그 사람을 잘 안다고 되는 일일까. 그 사람을 잘 모른다고 잘 안되는 일일까.
<신영복>은 출소 후 첫 선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했다. 모두들 선을 더 본 후에 결정하지 그랬
냐고 했으나 그는, 자신은 모든 사람에게 다 맞출 수 있다는 말로 일축했다. 차원 높은 사랑
이지 않나!! 자서전 운운하며 이사벨을 알아나가는 것이 사랑의 요소는 아닌 것이다.
내 보기에 이 책은 사랑시리즈물은 아닌 듯 싶네.
제목으로 <kiss and tell>보다는 <자서전에 대하여>가 더 어울리는 듯 싶다.
덕분에 자서전에 대하여, 자서전 작가에 대하여 아주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는 되었다.
<글렌 굴드>와 <오프라 윈프리>의 자서전을 읽으며 느꼈던, 자서전의 기준, 3자가 적는
자서전의 한계와 객관성, 정확성의 여부 등등에 대한 생각들이 다시 올라왔다.
막연히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글이 되어 책에서 읽혀질 때의 그 즐거움, 글이 되어 있는
그것을 발견하는 즐거움, 이 책이 내게 주는 즐거움은 그것으로도 별5개는 충분하지 싶다.
나는 그저 one of them이더라는 것, 그것이 주는 편안함이 가끔은 참 좋다. 편안해서 편안하니
참 좋다.
*음악적 자신감이 조금도 없다는 내용을 곡조에 담아 노래로 부르려면 얼마나 큰 음악적
자신감이 필요할까? 여유 있는 태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자기중심적인 야비한 놈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큰 자신감이 필요한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전에는 귀엽기만 하던 비하가 다른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그 비하엔
날카로운 발톱이 돋는다.
*기억이 현실만큼 강할 때는 삶을 순차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살게 된다. 시간의
두 구역을 동시에 살게 된다.
*잠을 자려 했지만 더위와 바로 옆방에 다른 몸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잠이 드는 데 필요한
평화를 얻을 수가 없었다.
*우리의 친구나 동료를 이해하는 일에서 우리가 아무리 부족한 면을 보이더라도 운명적
으로 우리가 가장 이해를 못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아무 그림이나 두 점을 골라 집으로 가져와 자기 방을 장식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림을
보라는 것이었다.
*굳이 가서 확인할 필요도 없이 어떤 사람이 어떤 것에 어떻게 반응할지 정확하게 아는 것,
이것이 어떤 사람을 충분히 잘 안다는 완벽한 상징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