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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4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9월
평점 :
"형, 하나만 물어보자. 정말로 어떤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을 보면서
누구누구는 살 가치가 있고 누구누구는 그럴 가치가 더 없다고
결정할 권리가 있는 걸까?"(p300)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도 이 물음에 대한 나만의 답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받은 치욕의 대가로 당신네들한테 돈을 받는다면,
우리 아이한테 뭐라고 말하겠습니까?"(p444)
2등 대위 스네기료프의 말이다.
나는 스네기료프가 돈을 받았으면 좋겠다에 간절함을 담았다.
그러나 그는 돈을 물리치더라.
스네기료프가 ...우리 아이한테 뭐라고 말하겠습니까?라며
알료샤가 건네는 돈을 물리치고 떠나는 장면은 정말이지 압권이었다.
그의 가족은 얼마나 돈이 절실한 상황인가 말이다.
그 절실한 돈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유혹을 물리칠 수 있었던 힘,
그 힘의 근원에 "가족"이 보이더라.
나라면 받았을 것이다.
내면의 소리와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결국 경제적인 현실에는 굴복하고
말았지 싶다. 나는 그러고 말았지 싶다...
스네기료프가 돈을 받아갔다면, 그 가족들은 그를 부끄러워했을까?...
아니면 십분 이해했을까?...
인류의 "고통"에 대한 예시를 어린아이들로 국한해서 말한 이반의 이야기는
상당히 설득력 있어 공감 되었다.
"저들이(아이들) 이미 고통으로 녹초가 되었건만
이 상황에서 지옥이 있다 한들 뭐가 달라지겠어?
그리고 지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도대체 조화는 또 무슨 놈의 조화냔 말이다.
나는 용서하고 부퉁켜안고 싶어.
더이상 사람들이 고통 받는 건 원치 않아.
그리고 아이들의 고통이 진리를 구입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고통들의 총액을
메워주는 데 쓰였다면, 미리 단언하건대, 진리라는 것 자체가 그만한 가치는
없는 거야."(p515)
"인간 존재의 비밀은 그저 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서 살 것인가에 있으니까.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에 대한 확고한 관념이 없다면 인간은, 설령 그의
주위가 온통 빵 천지라 할지라도, 사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지상에 남느니
차라리 스스로 박멸할 것이다."(p536)
아~ 나는 정녕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것인가?
내 주위는 온통 빵 천지도 아닐 뿐더러 삶에 대한 확고한 관념도 없다면
차라리 스스로 박멸의 길로 나아가야 하는 걸까?
번역이 좀더 자연스러웠더라면 훨씬 흥미진진했을텐데...싶다. 아쉽다.
2권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