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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평점 :
<데미안>을 언급하며 "줄탁동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신영복>의 글을 보다가
문득 다시 <데미안>이 강하게 읽고 싶어졌다.
언젠가 바자회에서 이 책을 단돈 500원에 내 것으로 만들고는 무척 좋아라 했던 것은 바로
오늘의 시절인연을 만들어 주기 위해선가 싶다.
도서관서 매번 책을 빌려읽을 때와는 달리, 이 책은 내 것이라 마음껏 줄 칠수 있음에서
뜬금없는 '풍요'를 떠올리니, 소유가 주는 기쁨은 역시 인정해야만 하겠다.
코엘료-17세에 정신 병원에 입원하고...
니체-정신병원에서 생애를 마쳤다...
헤르만 헤세-한때는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헤밍웨이-1961년 7월, 갑자기 엽총 사고로 죽었는데 자살로 추측한다...
다자이 오사무-칼모틴 다량으로 먹고 자살을 시도해...
무소로그스키-1881년 2월, 돌연히 발작하여 병원에 입원했다가 더 악화되어 작고...
반 고흐-고갱과의 공동생활 중 1888년, 병의 발작에 의해서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르는
사건을 일으켜 정신병원에 입원... 1890년 7월, 권총으로 자살했다...
이상, 김유정-"유정! 유정만 싫다지 않다면..."하고 이상은 귓속말로 동반자살을 제의했다.
그러나 '이 신성불가침의 찬란한 정사' 제의를, 유정은
"이것 좀 보십시오"하고 앞가슴을 풀어헤치고 앙상하게 뼈가 드러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영일의 희망이 이글이글 끓습니다."라며 끝내 거절했다.
이중섭-1956년, 정신이상과 영양실조로 그의 나이 40세에 적십자병원에서 죽었다...
고은-수차례의 자살시도가 있었고...
아~, 천재들의 영혼은 결코 평온하지 않은가 보다. 너무 보드랍고 연약해서 평온할
수만은 없나 보다. 그래서 신은 그들에게 코엘료의 '자아의 신화'를 몹시도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들의 <데미안>을 찾아내는 신화를 이루도록 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데미안>은 '자아'이며, 불교에서 말하는 '불성'이 될 수도 있겠더라.
나 속의 진실한 나, 본질의 나, 그 나를 나도 보고 싶다, 간절히 만나고 싶다.
또한 <데미안>은 줄탁의 인연이기도 해서 그런 인연을 만난다면 싱클레어처럼
드디어 자아성찰의 완성을 볼 수 있을지도.
첫 장, <두 세계>에서의 크로머 이야기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많이 겹쳐졌고,
그래서 싱클레어의 영혼이 얼마나 부드럽고 섬세하며, 또 연약한지를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오래 전, 학생 때와는 전혀 다른 감동과 온전한 몰입으로 다시 읽게 되니, 고난과 시련이
그간 볼 수 없었던 것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인지, 나이가, 세월이 그리 만든 것인지...
그래, 둘 다겠지...
몰입도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듯해서 학생 때 읽었던 헤세의 다른 책들도 다시금
읽고 싶은 생각 간절하네. 고전의 힘, 명작의 힘은 동서고금 불문이다.
줄탁의 인연 <데미안>이든, 본래면목 <데미안>이든, 나는 오늘도 나의 <데미안>을 간절히
꿈꾼다. 소망한다.
<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