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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5.18광주민주항쟁>에서 사망, 실종, 상이자등이 7200명,
이 7200명과 그 가족의 고통에 대해 나는 여지껏 몰랐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몰랐던
내가 죄스럽다. 그건 같은 민족으로서 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죄스럽다.
중3때던가, 학교 운동장에서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너무 끔찍해서 한 두개 보고
더 보질 못했다. 그저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만 했다. 어린 생각으로는 사실일 수가
없었다. 더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무서워서!
그 사진들이 5.18 사진들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5.18은 짧게 나를 지나갔다.
그리고 지금 다시 길게, 깊게, 아프게, 슬프게 5.18은 <소년이 온다>로 나를 지나간다.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권정생)>으로 슬픔도 깊으면 아프다는 걸 느꼈다.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
분노를 담은 슬픔은 어떻게 표현하면 될지 도무지 모르겠다. 아프다는 말로는 너무 부족해서,
더 강하고, 더 깊고, 더 진하고, 더 예리하고, 더 날카롭고, 더더더 어떠한 것을 찾아 적고
싶은데, 도대체 모르겠다.
<연을 쫓는 아이>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고는 아프가니스탄의 비탄에 젖어,
그저 안일한 내 나라의 평온에 감사해마지 않았던 나는 너무 부끄럽고 죄스럽다.
그들, 7200명과 그의 가족들 앞에 나태하고 무지한 나는 고개를 못 들겠다.
20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고 <신영복>, 추방 당한지 23년 만인가에 되돌아 온
<홍세화>... 7200명의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 역사의 희생자들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지 싶다. 그들은 민족과 겨례를 위해 자신의 전부를 희생한 것이니 그 위대함을 우리는
꼭 알고 새겨야 할 것이다. 그들의 가족이 평안할 수 있도록 도울 일이다. 그 수많은 영혼
들을 위해 기도할 일이다.
잠시도 느슨한 부분없이 훌륭하게 책을 엮은 작가는 과연 용기있는 훌륭한 사람이지 싶다.
책 표지의 안개꽃이 너무 슬프다. 그 "유리같은" 수많은 영혼들 같다.
<소년이 온다...온다...온다>
소년이 5.18이고, 온다는 것이 기억한다는, 잊지 말자는 뜻처럼 느껴져 제목이 책과
아주 잘 어울린다. 책과 제목이 이만큼 계합되기도 어렵지 싶네.
5.18의 아픔이 제목에, 표지의 안개꽃에 흠씬 담겨있다.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