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 신영복의 언약, 개정신판
신영복 글.그림 / 돌베개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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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의 <강의> 와 <담론> 이 주는 감동이 무척 크고 깊었다. 


"테러는 파괴와 살인이고 전쟁은 평화와 정의라는 논리가 바로 강자의 위선입니다. 
테러가 약자의 전쟁이라면, 전쟁은 강자의 테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은 '테러와의 전쟁'이란 모순된 조어가 버젓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그 사회를 인간적인 사회로 만드는 일입니다. 
사람은 다른 가치의 하위개념이 아닙니다. 
사람이 '끝'입니다. 
절망과 역경을 '사람'을 키워 내는 것으로 극복하는 것, 이것이 석과불식의 교훈입니다. 
최고의 인문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담론>에 나오는 위의 두 문장은 지금도 가끔 새겨보곤 한다. 이후 그의 책을 더 읽어

보고자 했지만 어쩐일인지 선택에서 밀려났고, 그러다 고인이 되신 그를 애닯아 했다.

몇일 전, 올드보이님 서재에서 <신영복>의 책을 보니 문득 그의 책이 다시 보고 싶어

지더라. 그래서 빌린 책이 노란 색의 <처음처럼>.

 

문사철시서화(文史哲詩書畵), 어쩌면 이 모든 방면으로 다재다능할 수 있는지 천재란 이런 

 

사람들이지 싶다. 이렇게 유능한 사람이 20년 20일을 감옥에서 보내다니, 청춘을 그렇게 

 

보내다니...

글은 벌써 <강의>와 <담론>에서 반해버렸고, 서예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다. 

"삶"이란 글자를 어찌 적으니 "사람"으로도 읽을 수 있었고 덧붙인 글에서, 사람의 준말이

삶이며, 우리의 삶은 사람과의 만남이라 한 부분에선 탄성이 절로 나왔다. 

두 사람이 손 잡고 있는 글자가 "나란할 병(竝)"이 되더라. 

다양한 서체들까지, 이런 걸 보니 서예가 참말로 매력적인 것으로 둔갑해 버린다.

붓은 힘이 없어 연필처럼 내 마음대로 사용하기가 어렵더라. 해서 아주 어릴 때부터 붓은

나에게 매력적이지 못한 물건이었고 그러니 미술이 재미없었다. 그러하니 서예야 두말할 

필요도 없지. 

그.런.데. 이 책에서 보는 붓글씨는 하나같이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그의 그림은 또 어떻고! 그림까지 잘 그리다니 시샘이 날 지경이다. 

이오덕 선생님 글처럼 순수 한글 위주의 글들은 읽기가 쉽고, 이해하기도 쉽다는 것을,

한자 한글이 많은 책은 다소 무겁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또한 알게 된다.

어찌하든, 사람을 향한 그의 따뜻한 시선이 참 좋은 것만은, 사람을 향한 내 가슴까지

 

뭉클하게 하는 것은 책이 무게감과는 상관없는 것 같다.

읽을거리뿐만 아니라 볼거리까지 풍만해서 빌려 읽기보단 사야하는 책일 것 같은데

ㅉㅉ, 안타깝지만 나는 빌려 읽기로 그친다.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 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한 그루 나무가 되라고 한다면 나는 산봉우리의 낙랑장송보다 수 많은 나무들이 
합창하는 숲 속에 서고 싶습니다. 한 알의 물방울이 되라고 한다면 나는 바다를 선택
하고 싶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지막한 동네에서 비슷한 말투, 비슷한
욕심, 비슷한 얼굴을 가지고 싶습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함께 비를 
맞지 않는 위로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위로는 위로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가
위로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평화(平和)는 밥(禾)을 고르게 나누어(平) 먹는(口) 것에서 시작됩니다. 쌀을 고루 나누어 

먹는 것이 평화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바다는 모든 시내를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바다'입니다.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입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큰 물입니다. 바다가 물을 모으는 비결은 자신을
가장 낮은 곳에 두는 데 있습니다. 

*컵으로 바닷물을 뜨면 그것이 바닷물이긴 하지만 이미 바다가 아닙니다.

*공부의 옛글자는 사람이 도구를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농사 지으며 살아가는 일이 공부입니다.
공부란 삶을 통하여 터득하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인식입니다.
그리고 세계와 인간의 변화입니다.
공부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의 존재형식입니다.
그리고 생명의 존재형식은 부단한 변화입니다.

*일생 동안의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머리 좋은 사람과 마음 좋은 사람의 차이,
머리 아픈 사람과 마음 아픈 사람의 거리가 
그만큼 멀기 때문입니다.

*독서삼독(讀書三讀)입니다. 

텍스트를 읽고 필자를 읽고 최종적으로는 자신을 읽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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