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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랑별 때때롱 (양장) ㅣ 개똥이네 책방 1
권정생 지음, 정승희 그림 / 보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랑랑별 때때롱> 이야기를 다시 읽어 보니 재미있다가, 없다가, 어쨌든 그다지 잘 쓴
동화 같지는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2007년 5월 권정생"
책 머리말의 마지막 부분이다. 죄송합니다란 말에 작가의 순진무구함까지 느껴져 미소
가 지어졌는데, 가만! 작가는 2007년 5월 17일 돌아가셨는데, 그럼 이 머리말은 바로 그
직전에 쓰신 것이란 말이잖아! 미소가 당장에 날아가 버린다. 슬픔만 둥둥하니 뜬다.
이 책이 작가의 마지막 책이라 얼마나 힘겹게 쓰셨을까 싶었는데, 죽음 바로 그 직전이라니!
너무나 숙연해져서 마음이 자꾸자꾸 가라앉는다.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과학을 잘못 알고 과학을 마음대로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 앞으로
사람도 복제하려는 과학자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 갑자기
사람이 마음대로 생명의 질서를 깨뜨린다면 앞으로 큰 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작가는 이를 경고하고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들을 위한 <랑랑별 때때롱>을 적으셨다.
발전이 극에 달해 결국 다시 농경시대로 돌아간 랑랑별. 언젠가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 발전의 끄트머리엔 원시시대가 턱하니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차라리 그리되면 좀 좋아!
더이상 발견 그만, 발명 그만하라던 고은의 시가 생각난다. 또 누구던가? 건축도, 개발도 제발
그만 하라던!
'우 조티카 사야도'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는데, 그럼 이 큰 재앙을 어찌할꼬?
권정생 작가의 책에선 유독 잘못 된 삽화를 많이 보았는데, 이 책의 그림들은 책의 내용과도
잘 맞으며 그림 보는 즐거움도 크다. 책의 재질도 내가 본 권정생 작가의 책 중에서는 단연
최고구만. 살아계셨으면 아이들 보는 책인데 책값 비싸진다고 싫어라 하셨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