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산처럼 - 이오덕의 자연과 사람 이야기 나무처럼 산처럼 1
이오덕 지음 / 산처럼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숲노래님 서재에서 보고 빌려 보았다.

더 많은 그의 책들을 보아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나의 아버지도 초등학교 선생님이셨지만 그 뜻은 두 분이 많이 다르다.

구름을 보고 칠십 넘은 연세에도 여전히 상상할 수 있는 선생님이라면, 감나무에 대한 글을

54쪽이나 적을 수 있는 분이라면 하루 진종일 같이 있어도 난 좋을 것 같다. 

그의 시집, <무너미마을 느티나무 아래서>에 보면 <감자를 먹으며>란 시가 나온다. 

이 시를 읽고 집에 감자가 있다면 당장 삶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 역시 감자 3개를

전자렌지에 넣고 10분을 돌렸다. 전자렌지라 낭만이 좀 떨어질지 모르나 후우 후우 불어 

먹는 그 맛은 엇비슷할 것이며, 어서 빨리 그 시의 감자맛에 동참하고 싶다면 전제렌지에 

삶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시에서 처럼 후우 후우 불어 먹으며 눈은 다시 책으로 가는데

선생님과 내가 같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온전히 책 속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이런 책

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표지를 어루만지고 볼에 대어도 보고 가슴에 품어도 본다.

선생님의 책에는 다양한 의성어가 많이 나와 재밌다. <종달새 우는 아침>이던가?에서,

"지지골지골삐일비일지지골삐지골..." 종달새는 이렇게 운다니, 참 재밌었는데, 이 책에서

꾀꼬리 소리를  "니하래비코끼다래용", 보리매미는 "이초강 이초강 이초강..."이라 하니 

 

하하하 웃었다.

 

"비타민 C"를 "비타민 시"라 하였으니, 그의 고집이 보여 또한 웃었다.


<자연을 몰라도 글을 쓸 수 있겠지. 그런데 문학이라고 하는 글, 더구나 시라든가 동화와
같은 글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자연을 몰라도 돈벌이야 할 수 있겠지. 그러나 정치를,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다.>

숲노래님은 ,
<손수 집일이나 집살림을 꾸리지 않고서 어떤 글재주를 부릴 수 있을까요 / 스스로  삶을 
지으면서 즐겁게 쓰는 글이 아니라면, 스스로 살림을 가꾸면서 기쁘게 쓰는 글이 아니라면...>

과연 그렇기만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처럼 자연에 대한 동경이 많고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는 반면, 과학이나 음악, 미술, 기계, 철학, 봉사, 여행, 음식, 우주, 종교 등등에 관심을 더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사람을 살리는 교육이나 정치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닐 것이며, 그들의 동화나 동시가 진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겠나.

글쓰는 사람이 꼭 살림을 지으며 즐겁게 글을 써야만 한다는 것도 어쩌면 자기 고집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으면 결코 즐겁지 않았을 작가를 떠올릴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사람의 이면을 헤아릴 줄 안다면 미워하고 싫어 할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걸 배울수 있었으니, 어찌 글 쓰는 사람이 꼭 기쁜 마음이

어야만 하겠는가 말이지.

자연을 사랑하고 가꿀 줄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더욱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살림을 꾸리면서 쓰는 글은 더욱 즐겁고 기쁠 수 있다는 딱,

요기까지만의 글이었다면 더 설득력있고 공감하는 글이 되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호불호가 강해서 잘 따지게 되는 성격인데 이런 글을 보면서 내가 항상 옳

은 것은 아니며, 남이 항상 틀린 것도 아니라는 것을 거듭 새길 수 있게 된다.

이오덕 선생님도 호불호가 분명하신 듯 해서 그의 노년의 시들이 더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

진것인가 싶기도 하다. 바람이 나를 지나가게 하지 못하면 내가 힘들다. 

이 책을 보며 글이란 이렇게 쓰고 또 이런 시선으로 보아야 하는구나 라는 걸 배운다.

군 고구마 3개를 먹고 굶는 사람들이 떠올라 죄스러웠다는 이오덕 선생님, 목련잎 한 장으로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가 곁에 오신 것인가를, 칠순이 넘은 나이에 어린이처럼 떠올리는 이오

덕 선생님!

<누구든지 어린이 마음을 가지지 못하면 결코 하늘나라에 갈 수 없다.>하니 선생님은 분명 

참꽃이 온 산을 물들인 하늘나라에서 당신의 하느님과 감자를, 팥죽을 드시고 계실 것이니, 

내 기분도 편안하실 선생님이 기분좋게 그려져서 그저 좋다.


 

 





*4월은 참꽃이 피는 달이다. (...) "나 오늘 뒷산에 가서 참꽃 핀 거 봤어" 하는 것이 
가장 큰 자랑거리가 되었던 꽃. 아직은 감자 놓기에도 이른, 찬바람 부는 아느 날 나무 
하러 갔던 이웃 할아버지가 지고 오는 나뭇단 위에 한 아름 빨간 참꽃이 꽃혀 있는 것을 
본 조무래기들이 기쁜 소리를 지르면서 따라갔을 때, 할아버지는 마당 한쪽에 나뭇단을 
내려놓고 다시 없는 좋은 선물로 입이 벙글어지는 아이들에게 한 가지씩 나눠주던 꽃.

*나는 구름의 모양을 천 분의 일도 만 분의 일도 글에 옮기지 못한다. (...) 나는 그저 구름을 
쳐다보고 감탄할 뿐이고 흐느낄 뿐이다.

*지구에 산이 있어서 아름답다고 어느 시인은 말했지만, 나는 지구에는 나무가 있어서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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