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네 - 황금이삭 1
정현종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을 펼치면 딱 한 편의 시만 있다.

짧은 시라면 오른쪽 페이지에 그 시가 있고 왼쪽 페이지는 비어있는 것이다. 

여백, 공백 많은 책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그 공백이 오히려 시를 더 채워주는 듯하고

더불어 읽는 이의 마음도 그 공백으로, 비어있으나 꽉 찬 듯하다. 

공백 많은 책이 좋을 수도 있구나, 이런 매력을 자아낼 수도 있구나라는 걸 처음 알게 된다. 

말을 만들려고 애쓴 시집인 것 같지는 않다. 미사여구로 아~!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뭔가 닿는 듯한, 인생인 듯, 도(道)인 듯... 

아~, 뭔가 매력이 있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희한하게 하나의 시를 최소 두 번을 읽은 후에야 다음 시로 넘어가게 된다.



"...
괴강에 비친 산 그림자도 내
명함이 아닌 건 아니지만,
...
사람 미치게 하는
저 어스름 때야말로 항상
나의 명함이리!"  ('나의 명함' 중에서)

강에 비친 산 그림자가 자신의 명함이라니, 어스름 때를 자신의 명함이라니!!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 해서 나도 따라해 본다.

베토벤 운명 4악장을 나의 명함으로 할까?

베토벤 황제를, 베토벤 합창 4악장을, 아니 베토벤을?

사람 미치게 하는 저 달 그림자를, 작약을, 모란을?

쌓인 눈의 무게에 못 이겨 부러지는 나뭇가지 소리를?

저 구름 뒤의 높고 깨끗한 파란 하늘을?

<소림명월도>를, <주상관매도>를 나의 명함으로 하리?

 

 

 

...............................................

 

아, 그렇구나! 내가 정말 소망하는 건 지폐 명함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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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3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3 10: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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