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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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책들은 한결같이 제목이 근사하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백 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등등...

 

그리고 이 책,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흐아~ 아름답다.

 

인터넷서 떠도는 영혼없는, 말만 잘 엮어서 만든 듯한 글들은 그닥 즐기지 않는 편이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 살짝, 떠도는 그런 글들 부류인가 싶은 마음이 일었으나, 책의 마지막에

 

곁들인 류시화의 글이 이런 마음을 싹~ 덮어주었다.

 

그가 애송하는 이 책에 실린 잠언시들보다 나는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그의 글이 훨씬 더 재미

 

졌다.

 

 

"겨울 내내 밥도 제대로 먹지 못 하고 방안에 누워 시름시름 앓던 나는,

어느 날 방문의 열고 바깥을 내다 보았는데 봄빛이 완연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마당으로 내려가

화단의 흙을 살살 파보았더니

연초록 싹들이 흙을 밀치며 일제히 올라오고 있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온 나는 엎드려 '봄'에 대한 시를 썼다.

그리고 곧 병이 나았다.

시를 쓰면서 나는 내 자신이

치유되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가 사용한 언어들이

'다른 어떤 장소'에서 온 언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언어들은 내가,

그리고 사람들이 주위에서 늘 쓰는 그런 언어가 아니었다.

훗날 나는 그것이 영혼의 목소리임을 알아차렸다."

 

 

그는 천상 애초의 싹부터 시인이었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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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8 12: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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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9 1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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