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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바람
고은 지음, 백낙청 외 엮음 / 창비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어느 바람...
제목이 참 좋다. 근사하다.
어떤 시는 한 편의 드라마 같고, 어떤 시는 소설 같으며, 또 어떤 시는 노래 같다, 그림 같다.
엄청난 저항이기도 하고, 울분과 격분이기도 하며, 성찰과 조화이기도, 끊임없는 애정이자 사랑이
기도 하다. 언제나 그의 시집을 덮으면 시들이 모두 이야기가 되어 버리고, 수필이 되어 버려, 정작
시는 없어지는 듯 하다. 신기하다.
역시 긴 장시들은 내겐 좀 난해하다. 난 그의 짧은 시들이 좋다, 순간의 꽃 같은 류의, 한자 없는 시.
이 시집에선 한자를 독음없이 한자만 그대로 올려 두어 별 하나를 제한다. 읽다가 모르는 한자 찾
느라 그 흐름이 깨져서 제법 성가셨다.
-휴전선 언저리에서
북한여인아 내가 콜레라로
그대의 살 속에 들어가
그대와 함께 죽어서
무덤 하나로 우리나라의 흙을 이루리라.
아~ 너무 감탄스러워 구절구절 한참을 쳐다 보았다. 어려운 말 하나 없고 덕지덕지 붙은 말이
없다. 그러나 이 안에 모두 다 있다. 그는 천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