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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사고 싶은 책이다.
안도현이 추천하는 시들이 그의 설명과 함께 있으며, 더해 김기찬의 사진까지 곁들여 있으니
금상첨화다.
표지의 사진에 있는 활짝 웃는 소녀는 어쩌면 소녀였을 적의 나인가? 싶기도 하고, 내가 아니라면
어릴적 내 친구 누구쯤일 것 같기만 하다. 소녀의 미소가 참 이쁘고 사랑스럽다. 나도 꼭 저렇게
웃었을 것만 같다. 그 외의 사진들도 참 좋다. 그저 참 좋기만 하다.
시를 설명하는 안도현의 글도 무척 좋다. 나처럼 혜안이 없고 시를 보는 눈이 낮은 사람에겐
이런 설명글이 더없이 좋다.
여기 수록 된 시들은 제목처럼 나도 노트에 베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두 제목 중 하나가 없었다면 참 서운 할 뻔 했다.
거듭 사고 싶은 책이다.
*독자의 머리 속에 말끔한 장면 하나를 떠올리게 하는 시는 대체로 좋은 시이다.
*감꽃 -김준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돌 하나, 꽃 한송이 -신경림
꽃을 좋아해 비구 두엇과 눈 속에 핀 매화에 취해도 보고
개망초 하얀 간척지 농투성이 농성에 덩달아도 보고
노래가 좋아 기성화장수 봉고에 실려 반도 횡단도 하고
버려진 탄광촌에서 중로의 주모와 동무로 뒹굴기도 하고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
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 꿈도 꾸면서
*아, 오월 -김영무
파란불이 켜졌다
꽃무늬 실크 미니스커트에 선글라스 끼고
횡단보도 흑백 건반 탕탕 퉁기며
오월이 종종 걸음으로 건너오면
아, 천지사방 출렁이는
금빛 노래 초록 물결
누에들 뽕잎 먹는 소낙비 소리
또 다른 고향 강변에 잉어가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