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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홀림길에서 ㅣ 우리 시대 젊은 만인보 10
최종규 지음 / 텍스트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한 권의 책에 작가의 이야기 하나, 이렇게 해서 91개의 책당 91개의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란 것이 <책은 도끼다>처럼 제시한 책들에 대한 설명들이리라 예상했으나
온전히 작가의 말들이다. 그의 삶과 생활, 가치관 등이, 제시하는 책과 살짝 얽혀있다.
1995년 작, 멜 깁슨 주연의 "Brave Heart"를 몇일 전 다시 보고 한참을 곰곰 생각해지더라.
영화의 주인공같은 훌륭하고 대단한 용기는 아니더라도 나에게 있어 brave heart란
어떤 것일까, 나는 brave heart를 가진 적이나 있었던가?...
이 책을 읽고 나니 작가와 brave heart가 겹친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 나는 기가 죽지 않는다.
내가 기가 죽을 때는, 내 자신이 가난함을 느낄 때는, 나보다 훨씬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여전히 당당함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법정스님의 이 말씀 속에 있는 사람, 나보다 훨씬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여전히 당당함을 잃지 않을 것 같은 숲노래님이야말로 이 시대의 Brave Heart일
것 같다.
제시 된 91개의 책 중에 정태춘 노래모음집 '시인의 마을'이 있어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고는
감회에 젖기도 했네. '양단 몇 마름'과 '저 들에 불을 놓아'는 처음 듣는 곡이었다. 특히 '양단
몇마름'은 단어 자체가 무지하게 오래된 느낌이여서 웃음이 났다. 2016년에 양단 몇 마름
이란 노래라니! ㅎㅎ
사진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을 보고나니 그가 제시해 준 사진집도 몇 권 보고
싶고, 만화책도, 헌책방도 찾아 보고 싶어진다. 헌책방에 들리면 항상 나는 냄새, 그 퀴퀴한
곰팡내가 싫었는데 이 책이 그런 냄새쯤이야! 하고 날려 버릴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오타는 한 군데 밖에 없었고, 대부분 우리말로만 되어 있어 읽기 편하기도
했으나, 신문배달을 신문딸배로, 컴퓨터를 셈틀등으로 쓴 부분에선 오히려 우리말임에도
불구하고 살짝 어색했다. 마일리지는 그대로 마일리지로 해 놓았는데 이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없는가 보다.
어린이 책이니 모두가 사 볼 수 있도록 싸게 책을 만들어 달라던 권정생작가의 말이 생각나게
하는 이 책의 겉모습이 좋다. 책장이 두꺼워 잘 넘겨져있지 않는 요즘의 책에 비하면 이 책은
읽기에 아주 용이하다.
*많이 배운 이들은 내가 가방끈이 짧아 같이 일할 수 없다 하고, 적게 배운 이들은 언제나
내 겉차림을 따지며 함께 일할 수 없다 했다. 대체 어떤 학교에서 어떻게 배웠기에 이렇게
생각이 굳어 버렸을까.
*남자만 제 꿈을 키우고 여자는 제 꿈을 갉아먹듯 얽매인 채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두동지고
그릇된 노릇인가. 보람있는 집일이라면 함께할 노릇이고, 아름다운 꿈이라면 다 같이 키울
노릇 아닌가.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껴안으며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도록 이끄는 법이 아니라
한다면 어느 법도 지키고 싶지 않다.
*'낮은 자리, 가난하고 수수한 사람들 집터'가 재개발에 묶이지 않고 언제까지나 '적은 살림으
로도 이웃하고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누릴 권리는 어느 만큼 지켜질 수 있을까요.
*재미없는 책은 (...) 거짓말을 하면서 돈 냄새를 피우는 책..
*우리는 살림을 옮기는 데에 돈과 시간과 품을 들이지 말고, 우리 삶을 가꾸는 데에 돈과
시간과 품을 들여야 합니다.
*제가 살고자 하는 집이라면, 햇볕에 빨래를 말릴 수 있어야 하고, 차 소리하고는 많이
떨어져야 합니다.
*제대로 철이 안 든 어르신들은 혼인을 해야 사람 된다고 하지만 혼인은 안 해도 되고(혼인
관계가 아니어도 좋으니) 아이는 낳아야 어른이 된다고 깨달았어요. 아이를 낳는 나이도 그다지
따질 일이 못 됩니다. 어려서 낳을 수도 있고 나이가 한참 들어서 낳을 수도 있어요. 정 몸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다른 아이를 받을 수도 있고,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여도 내 둘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으면 되며, 아이들이 없다면 둘레에 있는 여느 사람을 사랑할
수 있으면 됩니다.
*저마다 스스로 좋아하는 대로 살면 되잖아요.(...) 언제까지나 좋아하고 아낄 수 있는 길을
걸어가면 그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