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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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가 잘 나지 않아 다 읽는데 사 오일정도 걸렸지 싶다. 이런 편지글을 왜 굳이

책으로 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니 책장이 잘 넘어가지가 않았다. 너무나 사적인

편지글들, 책으로 낼 것 까지야!

그러나 후반으로 접어 들면서 급기야 마무리에서는 눈물을 쏟아내며 이 책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 <몽실언니>를 읽은 후보다 더한 불덩이가 목을 꺽꺽이게 한다.

 

어쩌면 '죽음'이 나를 그렇게 몰아가는지도 모를일이다.

권정생이란 훌륭한 인격을 만날 수 있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겹다.

숲노래님의 글을 보고 그가 건강하지 않았다는 건 알았지만 이토록일 줄이야!

 

어찌 한 평생을 병과 싸우며 살 수 있단 말인가!

 

내가 화를 내고, 미워하고, 속상해하고, 언짢아하는 모든 부정적인 것들이 얼마나 덧없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용서하고, 관대하고, 보살피고, 아껴주고, 사랑

 

하는 그 모든 긍정적인 것에 인색하다. 인생살이가 살아도 살아도 얼마나 서툰지 모르겠다는

 

권정생님의 말은 꼭 이런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편지글이지만 다 읽고 나니 그 어떤 자기 계발서보다 더한 반성이 밀려온다.

 

4개의 삽화가 있는데 누가 그린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마지막 삽화를 보면서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은 슬픔때문에 그 여운이 너무 길어 한참을 훌쩍였다. 아~ 두 분의 '죽음'때문

 

이리라!

 

나에게 이 책은 이오덕님보다는 권정생님의 책인 듯 느껴진다. 병마와 싸운 그의 삶이 너무

 

처절해서, 맑은 가난과 깨끗하고 순수한 영혼이 너무 순결한 듯해서 그외의 것은 내 눈에

 

잘 들어오질 않았다. 이렇게 살다가 갈 수도 있구나! 이런 인생도 있구나! 다시 태어나면

 

건강하게 태어나고 싶다고, 25세에 23세 정도의 여자와 건강하게 연애하고 싶다고! 말하는

 

부분에선 나의 눈물이 절정을 이루었다.

 

아! 정말이지 겸손할 일이다. 정말이지 나는 너무 많이 가졌다!

 

 

 

 

 

 

*이발을 꼭 한 달 반 만에 한 것 같습니다. 싹싹 깎아 버리고 살았으면 가장 좋겠습니다.

옷도, 속옷 겉옷 필요없이 자루처럼 하나만 입고 음식도 하루 세끼는 너무 많아요.

한 끼만으로 살 수 있게, 그리고는 잠들지 말고 눈을 감은 채 오래 오래 앉아 있고 싶습니다.

 

*자신이 왜 이렇게 부끄러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못 배운 것도, 그리고 가난한 것도

병든 것도 제 잘못이라면 너무도 억울합니다. 그런데도 역시 책임은 제게 있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제가 여태까지 죽지 않았던 것은 쌀밥을 먹지 않고, 고기를 먹지 않았기 때문임을 깨달았

습니다. 누구한테라도 채식을 적극 권해야겠어요. 잡념을 없애고 깨끗한 머리를 가질 수 있고

쉽게 피로하지 않게 하는 비결은 채식입니다.

 

*생활에서 도피한다는 것, 저는 찬성하고 싶지 않습니다. 생활이 없이 어떻게 글을 씁니까?

제 동화가 무척 어둡다고들 직접 말해 오는 분이 있습니다만, 저는 결코 제가 겪어 보지

못한 꿈 같은 얘기는 쓸 수가 없습니다. 쓰려고 노력도 하지 않겠습니다.

팔 병신은 팔 병신다웁게 몸을 움직이고, 다리병신은 다리병신다웁게 절뚝거리는 것이

정상이라 봅니다. 잘못된 교육은 인간의 결함을 숨기려는 데서 비인간화시켜 버린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생활을 유지해 가려면 많이 갖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각 사람의

마음 깊이 새겨져야 할 것입니다.

과잉 생산이란 과잉 소유욕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지, 절대 고루고루 잘 살기 위한 방법이

아닙니다. 인간이 도대체 '생산'을 한다는 것이 잘못된 말일 것입니다. 생산은 어디까지나

자연이 만들어 낸 소산이며 인간은 다만 수확을 하는 것 뿐입니다.

 

*삶이라는 건 아무리 살아도 역시 서툴기 마련인가 봅니다. 감정이라는 것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숨기지 않아도 되는 생활은 참으로 편합니다. 왜 사람은 필요 이상의 것을 가지려고 하는지요?

가지면 가질수록 자꾸 불행해지는 것을 몰랐던 것이 이렇게 세상을 파멸에 몰아넣게 된 것이

지요. 자유라는 것은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인간에게 있어서의 행복은 결코 물질적인 풍요가 아닌 땀 흘리며 일하는 노동과 자연 속에

묻혀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참다운 행복이라는 것, 저도 무척 공감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이 언덕빼기 집이 그래도 가장 편안하고 누워 있을 수 있으니, 서글프지만 괜찮

아요.

어딜 가도 무엇을 해도 누구와 같이 있어도 자꾸 목이 메고 눈물겨워집니다. 요즘처럼 울면서

지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병원은 자꾸 겁이 납니다. 죽는 것만큼이나 싫어집니다. 그리고 육식보다 채식이 훨씬 낫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가난하게 사는 것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훨씬 좋은 거지요.

굶주림만 없다면 가난해져야만 해요.

 

*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스물다섯 살

때 스물두 살이나 스물세 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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