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꽃 - 고은 작은 시편
고은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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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내가 찬란한 '고은'이라 제목을 달아도 되나, 최소한 찬란한 고은 '선생'이라 해야지 않나 

 

싶다가 글로는 표현 할 수가 없지만 찬란한 고은이 주는 느낌이 그를 더욱 찬란하게 하는 듯해 

 

그대로 두기로 한다.

가슴이 뭉클거려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한 번으로 넘어갈 수가 없어 다시 읽어 보게 된다. 

 

아니 이것은 읽는다는 표현보다는 마음으로 그린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두 세줄의 

 

글이 어찌 이리도 내 온 마음을 휘어 잡는지, 나를 지배해 버리는지, 아~ 이럴수도 있는거구나 

 

싶다!

 



해가 진다
내 소원 하나
살찐 보름달 아래 늑대 되리

기막히지 않나! 난 벌써 늑대가 되어 버린거라!//

 



가난한 집 마당
달빛이 환하여 떡 치고 있네

가난한 집 마당이라 하나 환한 달빛은 전혀 고달픈 가난은 아님을 떠올린다. 안분지족의 

어느 한 가족이 저  집에 살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차라리 저 달빛 환한 마당이 내 것처럼 

여겨져 즐겁다. 그래, 저 달빛 가득한 마당은 내 것이여! //

 



어쩌란 말이냐
복사꽃잎
빈집에 하루 내내 날아든다

어쩌란 말이냐 어쩌란 말이냐, 이 말에 모든 것이 다 포함되어 있다. 어쩌란 말이냐!//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늘 느끼는 것을 그는 불과 17개의 글자에 다 담아낼 수 있다니! 위대한 시인이시여!//

 



봄바람에
이 골짝
저 골짝
난리 났네
제정신 못 차리겠네
아유 꽃년 꽃놈들!

그가 꽃으로 만발한 봄산을 얼마나 즐거워 하는지 다 알겠다. 아유 꽃년 꽃놈들에서 그의 

활짝 핀 미소가 다 보인다. 나도 어느새 그의 미소를 따라가고 있다. 만개한 꽃년 꽃놈들 

속에서!//

 



어쩌자고 이렇게 큰 하늘인가
나는 달랑 혼자인데

갑자기 푸른 하늘이 더욱 광대해진다. 나는 또 너무나 작아져서 달랑 작은 점이 되어 버렸다. 

아~~~!!!//

 



비 맞는 풀 춤추고
비 맞는 돌 잠잔다

나도 봤다. 그러나 풀이 춤추는 줄 몰랐고, 돌이 잠자는 줄 몰랐다. 비오는 날 나도 다 봤다. 

나는 몰랐다.//

 



사진관 진열장
아이 못 낳는 아낙이
남의 아이 돌사진 눈웃음 지으며 들여다본다

애잔함이 심금을 울리고도 남는다. 저 눈웃음 속에 담긴 슬픔에 와락 저 아낙을 껴안아 

주고 싶다. 괜찮을리야 있겠냐만 그래도 괜찮다고, 괜찮다고...//

 



시란 모름지기 이러해야 하지 않나? 어려운 말이 하나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표현이다. 

베베 꼬인 것은 하나도없다. 너무너무 쉽다. 그러나 감동은  어쩌자고 큰 하늘만큼인지!

눈을 좋아하고, 꽃을 좋아하고, 달을 좋아하는  그의 작은 시들에서 법정스님이 보인다. 

 

스님 생전 어쩌면 두 분은 절친 사이가 아니었을까? 

나는 고은 시인의 뒤만 졸졸 따라 다녀도 좋을 것 같다. 그가 뒤를 한번도 돌아보지 않는다 

 

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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