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남편은 입원을 했고, 그의 후배가 이 책3권을 사서 병문안 왔다.
참 훌륭한 후배라는 생각을 했다. 병문안 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선물을 가져온거라 지금껏 여겨진다. 음료수를 사들고 오는 것 보다
책을 들고 오는 모습에서 더욱 쾌유를 비는 그의 찐한 우애가 느껴지는
것은 너무 주관적인 생각인가? 그후 한번 더 그는 제차 책을 들고 병문안 왔다.
그 후배의 훌륭한 선물은 좋았지만 퇴원 후 유독 나는 이 책들엔 손이 가지 않더라.
그때의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과 고단함이 고스란히 이 책들에 배여 있는 것 같아
일년 반이 지나도록 들추지 않다가 친구들이 먼저 빌려가서 읽게 되는 바람에
결국 나도 읽게 되었다.
읽은 후의 느낌은 제각각이었다. 한 친구는 중국어를 배워야겠다하고, 다른 두 친구들은
중국 가고 싶은 맘이 싹 사라진다하는데, 책을 읽기 전에 그럼 나는 어떤 생각이 들라나
무척 궁금했다.
누군가의 리뷰엔 책을 읽고 나니 우울터라두만, 이유야 같지 않겠지만 나도 정말
우울터라! 슬며시 짜증도 나서 빠르게 휙휙 읽어버리기도 하였다. 책장은 무척 잘
넘어 가는데 읽을수록 젠장, 뭐 이래!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쏟아져 그만 읽을까란
생각도 했다. 삶이 마른 땅의 흙먼지처럼 너무 팍팍하다 싶으니 내 목이 다 타는
것 같고,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굳이 계속 더 알아가고 있는 듯해서 그만
들려 달라고, 그게 다는 아니잖는가라고, 미담도 많을텐데 왜 그런 고약한 이야기만
골라서 해주냐고 되받아치고 싶은 느낌이 끊임없이 일렁거렸다. 이건 단지 소설일
뿐이야라고 하기엔 중국의 사실들도 너무 많이 담겨 있으니, 그저 소설로만 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중국을 가 본적 없는 나로선 경험도 없이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깡그리 무너지니 작가는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일 것 같은 것이다.
김현곤과장의 말을 그들, 중국인들이 알아차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텐가! 그러나
개발바람에 들뜬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을터이다. 과거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요런 멍청한 친구들아, 투자 좋아하고 돈 좋아하지 말어. 이 아까운 도시를 어쩌자고
이렇게 망쳐대는 거야. 이런 도시는 돌 하나 손대지 말고 그대로 둬야 해. 당장 좀 가난
하게 살면 어때. 이런 도시를 잘 보존해서 매연 없고 공해 없는 깨끗한 도시, 청정한
도시로 관광사업에 올인하는 거야. 그럼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난개발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살 수 있게 돼. 요런 바보 멍텅구리들아. 프랑스 파리를 봐. 그 도시의 옛것들
을 마구 다 때려 부수고 느네들처럼 고층 빌딩들만 세웠으면 어떻게 됐겠어?
한 해 1억씩 관광객이 몰려들까? 이태리 로마도 마찬가지잖아. 세계적으로 관광인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중국에도 해매다 많아지고 있잖아. 그 사람들이 북경 거쳐 이
시안으로 다 오게 되어 있는데 이게. 무슨 짓이야. 지금이라도 안 늦어. 개발 당장 때려
치워. 그게 느네들 살길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