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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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까?

 

마지막 페이지, 이덕무가 몸져 눕고, <아, 정말이지 이제 나도 늙었는가, 감기가 쉬이 낫지를

 

않는다.>로 마무리를 하는데... 내 마음 속에선 설마 그럴리가... 안된다...란 생각이 피어오르

 

자 마자 눈은 벌써 그 옆 페이지의 <뒷이이야기 - 1793년 1월 25일 아침, 이덕무는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쉰세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 >를 순식간에 훑는 순간,

 

뜨뜻한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진다. 왜일까... 내가 왜 이러는 것일까... 이 눈물은 왜 이렇게

 

그치지 않는 것일까?...

 

서자로 인한 신분제의 부당함을 가슴 아프도록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한

 

그의 애국 애족, 君을 향한 그의 충절, 붕우를 향한 우정과 신뢰, 후세에 대한 염려와 희망,

 

어느 하나 놓치지 않는 그의 삶에 나는 한없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그의 가난을 보니 나는 그야말로 엄청난 부자였다. 정말로 지금의 우리는 죄스러울 정도로

 

흘러 넘치고 있다.

 

이덕무가 벼슬 길에 오르니 그의 아버지는 임금이 계시는 곳을 향하여 절을 한다. 지금 이

 

시대와 너무 비교되지 않나! 공무원이 된 자식에 대해 대통령에게 감사해 하는 마음을 가지

 

는 부모가 있기나 하겠는가 말이다.

 

이덕무가 몸져 누웠으니 손자가 지극한 마음으로 할아버지를 위로하는 모습도 가히 우리시대가

 

본받아야 할 모습이었다.

 

이 책을 보는 동안 민족의 뿌리가 되어야 할 충과 효가 지금은 사라져버린 것이 너무 안타까

 

웠다. 나부터 충효를 가정교육의 근본으로 가르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더라.

 

역사에 대해선 젬병이다. 밑줄 그으라기만 하던 국사시간이 그렇게 재미없었다. 그 때문이던가,

 

지금도 사극은 아예 비켜간다.

 

그러한 내가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들은 서자 출신이며, 그 시절 서자의 위치가

 

어떠했는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며, 박지원, 홍대용과 가까운 사이였음을 알게 되고,

 

그로인해 실학사상의 근본을 쉽고 재미있게 접해 보며, 모짜르트의 시대와 비교도 해보니

 

'역사'가 그리 재미없지는 않게 된다. 학교 수업 시간에 그렇게 지루했던 역사가, 책들은 어쩜

 

이렇게 재미있고 감동적이게 보여 주는지, 우리 선생님들은 왜 그렇게 못하는지, 애재라~

 

이렇듯 이 시대의 언어로 쉽고 재미있게 엮어 준 저자, 안소영님이 그리 감사하다. 이러한 책들이

 

더 많이, 더 더 많이 나온다면 좋겠다.

 

우리시대의 모든 역사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이렇듯 재미있게 풀어 주면

 

나처럼 역사에 젬병인 사람들이 많이많이, 아주 많이 줄어들 것이다.

 

또 한 권의 훌륭한 책을 접하게 되어 연일 즐겁다.

 

 

 

 

 

 

 

 

*이 방의 문고리를 잡을 때마다 나는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등을 보이며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들이 모두 한꺼번에 나를 향해 눈길을 돌리는 것만 같다.

눈과 눈이 마주치는, 책 속에 담긴 누군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마주치는 설렘.

 

<친구 집에서 16권의 책을 빌려 왔다.

"책 속에 담긴 누군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마주치는 설렘"

책상 위에 쌓아 둔 이 책들을 보니 이 구절이 꼭 내 마음인 듯 반갑다.>

 

*책을 읽을 때도, 날이 추울 때도, 먼 곳에 계신 아버님이 그리울 때도, 온전히 햇살만을 의지

하며 보낸 날들이 있었다. 그날처럼 햇살은, 하얗게 서리가 내린 내 머리를, 주름진 내 얼굴을,

붓대를 하도 쥐어 굳은 살이 박인 손가락을 차례로 쓰다듬어 주었다.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과 마음이 책에 집중하면서 천만 가지 근심이

모두 사라진다.

 

*나는 책 속에서 소리를 듣는다.

나는 또한 그림을 보듯 책을 본다.

어떨 때는 책에서 냄새가 나기도 한다.

 

 

*간혹 주의를 물리고 돌아앉아 긴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뵐 때마다, 내 마음은 몹시 아려 왔다.

내가 맡은 일만이라도 차질 없이 하여 전하를 기쁘게 하고, 조금이라도 쉬게 해 드리고 싶었다.

 

*늘 변방으로 떠돌아다니던 아버님은, 내가 고을 수령으로 내려가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눈물

을 흘리며 대궐을 향해 절을 올리셨다.

 

*아버님의 시대보다 나의 시대가 더 나아졌듯, 나의 아들들의 시대는 좀 더 나아지리라. 머지않

아 태어날 나의 손자의 시대는 더욱 그러하리라.

 

*틈나는 대로 유득공은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역사는 책장 속에 고이 모셔져 있기

보다, 팔딱팔딱 뛰는 아이들의 가슴속에 자리해야 한다고 여기는 그였다.

 

*시간을 나눈다는 것은, 반드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는 사람들끼리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옛사람들로부터 나는, 그들의 시간을 나누어 받기도 한다. 옛사람들이 살아온 시간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들, 그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산과 들을, 내 안에 스며 있는 그 시간들을

느낄 때면 나는 그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어떻게 그런 일을 겪을 수 있었을까, 나라면 그

순간 이런 마음이었을텐데 하며 겪어 보지 못한 아득한 옛일이지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샘솟듯

흘러 나오는 건, 내 안에 이미 그 시간이 스며든 까닭일 것이다.

 

*어린 손자의 근심스런 얼굴이 눈앞에 다가왔다. 자그마한 손의 따스한 기운이 아직도 이마에

남아 있다. 눈을 뜨자 아이의 얼굴에 반가움이 활짝 피어나면서도, 얼핏 눈에 물기가 어렸다.

"할아버지......"

아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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