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 풍월당 주인 박종호의 음악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김자옥의 '노란 손수건'이란 라디오 프로가 인기였다. 중학생때였을거다.

 

그 즈음 한창 난 팝송과 세미클래식이 좋았더랬다. 결국 난 그 '노란손수건'을 버리고

 

FM라디오로 고정 시키고 말았다.

 

어느날 문화교실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았고, 올리비아 핫세의 청순하고 환상적인 외모를

 

흠모하면서 그 영화의 OST에 매료되어 있던 즈음, FM라디오에서 예고를 한다, 내일은 '로미오

 

와 줄리엣'을 들려 드리겠다고! 반드시 녹음해야 한다는 집념에 방법을 강구해 본다.

 

그렇다. 아버지!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이셨고, 아마 학교에 여유분 카셋트가 있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 결국 나의 방법은 대단히 성공적이어서 대망의 그날 저녁, 내 방의 카셋트와

 

아버지께서 가져다 주신 카셋트, 그렇게 2대를 책상위에 올려 두고 어서 그 시간이 되기를

 

조바심 내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카셋트가 왜 필요한지 궁금하셨던 아버지께서 내 방으로 오셨고, 나는 녹음을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드렸는데... 아버지, 화를 내신다, 그것도 모르냐시면서!!!  아니, 뭘??

 

ㅋㅋ 한 대의 카셋트만으로도 녹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난 녹음 하는데 두 대가 필요한 줄 알았지. ㅋㅋ 한 대는 라디오를 틀어 두고, 나머지 한 대로는

 

녹음을 하는 것으로...

 

그때가 내가 처음 녹음 버튼의 사용법을 알았던 때이다. 참 다행이었지. 아직 '로미오와 쥴리엣'

 

의 녹음 전이었으니 말이다. 더 기분 좋았다. 더욱 좋은 음질로 녹음 할 수 있을것이니!

 

숨죽여 듣는다. 언제쯤 나올려나... 아~ 로미오와 쥴리엣... 앞으로 내가 듣고 싶을 때 마음껏

 

들어도 될터이다.... 매일매일 들어야지... 드디어 안내가 나온다...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대로

 

벌써 녹음버튼에 일시정지까지 눌러 두었으니 이제 pause만 누르면 녹음, 녹음이 된다...

 

유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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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데... 이건 내가 극장에서 듣던 그 로미오와 쥴리엣이 아닌데...

 

ㅋㅋ 결국 그건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쥴리엣이었나 보다.

 

내가 간절히 고대하고 기대하고 바라던 것은 그 영화의 OST였던거였다.

 

클래식이 이때만큼 나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준 적이 또 있었으랴!

 

이 책을 읽으니 그때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중학생때부터 나는 클래식, 샹송, 칸소네, 팝송, 가곡, 클래식 기타, 피아노, 트럼펫 등등에

 

귀를 열기 시작했다. 독서보다는 음악을 더 많이 접했었다. 고등학교때는 집에 굴러 다니던

 

가곡집을 펼쳐서 모두 불러대곤 했다. 또한 그 시절 음악시간엔 참 꼼꼼히 가르쳤던 것 같고,

 

지금도 내 머리속엔 어지간한 가곡들은 다 들어 있을 것이다.

 

엄마는 늘 살림하느라 허덕이셨고, 돈없다는 말씀은 들어 본 적 없다. 다만 항상 낡아서 해진

 

엄마의 속옷을 보고 절로 일찍 철이 들어 뭐하나 해달라는 요구를 스스로 하지 못했다.

 

초등학생때는 인형 옷입히기란게 있었는데 그것조차 사지 않고 스스로 인형과 그 옷들을

 

마분지에 그리고 오려서 놀았다. 칼라풀한 판매 종이 인형들에 비하면 내가 만든 것은 흑백에

 

가깝고 그림실력 또한 형편없었으니, 그 상상성, 환상성이 떨어져서일까, 그닥 재미나게 가지고

 

놀았던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중학생이 되어서 그것을 처분할 때, 선뜻 버릴 수 없었던 마음은

 

기억한다. 나는 그랬다. 돈에 묶여 있었다. 어리지만 지레 스스로 돈을 묶어 버렸던 것 같다.

 

아마 그 시절, 나도 이 책의 저자 박종호처럼 집에 전축이 있고 음반을 살 수 있었으면, 아마

 

그 세계에 누구보다 훌륭하게 빠져 그 황홀함과 슬픔을 모두 느낄 수 있었으리라!

 

학창시절 나의 음악생활은 딱 그만큼 뿐이었다. 더 깊이있게 나아가질 못했다. 클래식이란

 

큰 바다는 보지도 못하고 세미 클래식이라는 작은 개울에서 발만 담가 퐁당거리고 말 뿐이

 

었던 것 같다. 열정이 돈에 밀려버린 것일라나...

 

음반이 사고 싶어지더라. 이 책을 읽고 난 직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이!

 

클래식 음악에 얽힌 여러가지 몰랐던 뒷이야기들도 좋았지만, 드문드문 작가의 학창시절과

 

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읽는데 더 흥미가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자꾸만 나의 그 시절과 대비

 

되면서, 나는 왜 나의 흥미를 더 끌고 가지 못했던가에 대한 스스로의 연민으로 몹시 가슴 절이

 

기도 하였다. 그 시절의 나보다 더 감성적이고 실천적인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자신을 더 애잔하게

 

바라보도록 하였다.

 

책의 곳곳에 실린 사진들도 흔히 우리가 보아 오던 그런 베토벤, 브람스, 비발디, 리스트,

 

모짜르트등등의 사진이 아니어서 좋더라. 파비오 비욘디, 다니엘 바렌보임, 마리안 앤더슨,

 

주세페 시노폴리...등등 이제 이들의 이름을 예전보다 더욱 정확히 머리 속에 넣어 둘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사진을 보면서 암기하기도 했다.ㅎㅎ

 

크게 네부분으로 나눈 그 하나하나의 부제가 또 얼마나 근사한지!

 

1. 봄, 세상의 모든 사랑을 위하여

2, 여름, 싱그러운 꿈과 낭만을 위하여

3, 가을, 홀로 남은 자의 슬픔을 위하여

4, 겨울, 고독한 영혼을 위하여

 

아~ 너무 멋지지 않은가! 슈베르트, 모짜르트, 베토벤, 바흐... 이런 식으로 나누지 않았으니

 

저자의 감수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또하나의 도끼로 다가 와 나의 가슴을 쩍~하니 갈라 준 이 책이 너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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