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대장 망개 ㅣ 높새바람 9
유타루 지음, 전종문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불대장 망개'라는 제목에서 어떤 골목대장이 나올 것이고, 표지의 그림으로 보건대 옛날이야기일
것이라 짐작하면서 별 기대없이 책을 펼쳤으나 기대이상이었다.
옹기 속에 깃든 건강한 우리 민족의 삶-딱 이것이었다.
지금은 옹기를 거의 볼 수도 없을 뿐더러 옹기가 그러하니 옹기장이는 더욱 그러할 듯 하다.
시골하면 으레 맨드라미가 피어있는 장독대가 떠올려진다.
초등학교때는 방학만 하면 할머니댁으로 갔었다. 대구에서 경남 합천의 묘산까지 멀미를 어찌나
해가면서도 꾸역꾸역 늘상 찾았다. 그때 경험한 모든 자연은 지금껏 내 머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부지깽이로 불을 지피며 그 벌건 불의 위력에, 아름다움에 사로잡히고, 호박꽃과 그 줄기을 유심히
관찰하며 못난 사람을 호박에 비유하는 것은 부당하다 여겼으며, 고추밭 참깨밭에서 나는 향내,
비온 뒤 흙에서 맡을 수 있는 향내와 모든 풀내음은 지금도 그립다. 대청마루에서 바라보는 먼 산,
처마 아래로 떨어지는 빗방울, 부엌에서 부지깽이로 불과 놀고 있는데 불현듯 밖을 보니 펑펑
눈이 내리고 있던 그 어느날... 고드름, 썰매, 채송화, 맨드라미, 달맞이꽃, 감꽃, 함지박, 싸리문,
싸리비, 철철 흐르던 도랑, 창호지 위로 흘러가던 달 그림자, 감자밥, 까만 밤(night), 대청마루,
옥수수, 우물, 우물가에 많이 있던 청개구리, 느릿느릿 움직이던 두꺼비, 무섭게만 보이던 소,
그 큰 짐승을 겁도 없이 끌고 다니던 동네 아이들......
그리고... 그리고 그 훌륭한 할머니의 기와집, 마당 넓은 할아버지의 집, 우리들의 집...
지금은 남의 집이 되어버린...
나의 유년시절의 모든 추억이 서려 있지만, 남의 집이 되어버린...
이 책을 보면서 유독 그 유년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비록 이 책은 그보다 훨 더 옛날이었을 적의
이야기이긴 하나 공기 맑고 물 깨끗한 그 시절, 모든 어르신은 예와 공경의 대상이었을 시절임
에는 매 한가지기로서니!
망개의 노력을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생면부지의 노인을 따라 나선 이유는 '밥'이었고,
'밥'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밥'이 해결되고 있는 봉이는 일하지
않고 있다, 아버지만 그리워할 뿐. 만약 봉이도 '밥'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일하지 않았
을까?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밥'걱정은 없다. 밥뿐이겠는가, 반찬걱정도 없다. 그러니 얼마나
나약할까를 생각해보게 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절박하면 기운이 생기고 힘이 생기고 용기가 생기거늘, 우리의 아이들은 도저히 절박할 수가
없으니 무엇이 그들을 튼튼하게 할까 고민이지 않을 수 없다.
망개에게서의 '밥'이, 내아이들에겐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더 넓은 세상, 한양으로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 건 '정'이라고,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진대
우리 아이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것 또한 사랑이다 싶으니,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또한 진리다.
훌륭한 동화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