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니 참 좋았다
박완서 지음, 김점선 그림 / 이가서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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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 봐라. 자연이 비바람, 천둥 번개, 가뭄이나 홍수로  사람들한텐 심술 부린 적은 있어도

한 번이라도 사람들한테 먹을 거라고 약속한 열매에 독을 친 일이 있나. 지구상엔 수많은

열매가 있지만 단 하나의 좁쌀알 속에도 먹을 거라고 약속한 이상 독을 치는 것 같은 실수는

한 일이 없는 것이 자연이야. 이런 자연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들이 자연과 싸우는 법을 먼저

배워서 써먹는다는 것이 어찌 두려운 일이 아니겠니."

 

 

...

잎이 가렸을 때보다 잎을 떨어뜨린 후의 나무는 제각기 참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가장귀가 분수

줄기처럼 유연하게 땅으로 휜 나무도 있고, 곧장 하늘을 향해 힘찬 선을 뻗은 나무도 있고, 온몸으

로 자유롭게 춤추는 나무도 있습니다.

그 많은 나무가 다 다르게 생겼으면서도 한결같이 의젓하고 만만찮은 의지를 감추고 있는 것처럼

힘세어 보이는 것도 겨울입니다.

나무는 큰 나무도 있고, 작은 나무도 있고, 가장귀가 복잡한 나무도 있고, 단순한 나무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중 한가장귀도 보태거나 꺾어 낼 수 없도록 그 나름대로 완성되어 있음에 새삼 놀라게 되

는 것도 겨울나무일 때입니다.                  

                                                                          -'산과 나무를 위한 사랑법' 중

 

 

아기 오는 날이 가까워질수록 할머니의 나날은 저녁 노을처럼 찬란해집니다. 깜깜한 밤이 오기

전에 잠깐이나마 노을이 있다는 것은 참 놀랍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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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2-01-27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름답게 보는 세상을, 아름다운 글로 나타내어 읽는 이도 아름다운
가슴으로 세상이 찬란하게 보이도록 하는 그녀, 박완서, 그래서 그녀는 '작가'다.
나의 허접한 생각들을 감히 덧붙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김점선의 그림들은 색감이 따스해서 마음이 절로 천진해지는 듯한 그림들도
있는 반면, 가끔은 초등학생의 생각없는 낙서같은 그림들도 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