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별을 500개라도 클릭하고 싶다.

고인이 되지 않았다면 당장 그녀의 손이라도 잡고 싶어서 상경하고 있을 나를 충분히 그릴 수

있다. 내가 그렇게 얕은, 허접한 시간들을 보낸 20대, 그것이 그냥 그대로 최선인양 보냈던,

그 청춘의 대학4년을 그녀처럼 보낼 수 없었던 나의 지능이 한스러울 뿐이다.

은근히 나는 지능이 높은 이들을 동경한다. 그들은 흔들리지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수 있었던

사람들이고 그래서 다량의 책들 속에 거룩하게 늘 존재하고, 나는 그저 읽어내려가면서 감탄만

연발할 뿐이다. 장영희교수도 아이큐가 153이랜다. 아인쉬타인은 180, 괴테가 210 이라나...

나의 아이큐는 두자리일텐데...말이다.

흡사 오쿠다 히데오의 아리부시리즈를 읽고 있는 듯한,

가슴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내가 평소 마음속에서 늘 불같이 끓어오르는, 동경해마지않는

그런 인생이 그녀의 인생이었던 것이다.

'데미안'이, '모비딕'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변신','갈매기의 꿈'이, '어린왕자'가 무엇때문에

그렇게 유명한지를 나는 알지 못했다. 글로 쓰여진 주제만이 와 닿아서 겨우 '아, 그런거였구나!'

하고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내겐 그저 그런....

내가 이럴때, 이리 멍청할때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고,  그 깊이를 측정하고도 남음이 있으며 세계의 존재를 벌써 가슴속에 넣어 두고 있었던

것이다.

첫 몇페이지를 읽고는 비약이 너무 심해서 책을 잘못 선택했다 싶은 마음에 그만 책을 덮었었다.

장영희 교수의 책들을 먼저 후딱 읽어버렸다.

딱히 잡고 있을 책이 마땅하지 않아서 다시 들었는데, 이건 뭐... 빠지고도 남아서 흠뻑 적셔진 채

허둥대고 있는 나를 본다.

나의 지능이 이들과 비슷했더라면 나도 과연 그녀와 같은 삶을 살 수 있었을까, 내 마음껏?

누구는 '성격'이라고 말하겠지..... 나는 '지능'이라고 말한다.....

 

-밀가루와 기름만 있어도

밀가루와 기름만 있어도 멀마나 좋을까. 내 동생한테 맛있는 요리를 해줄 텐데. 아프가니스탄, 가뭄과 전쟁으로 초토화된 회색빛 먼지 벌판을 두 어린이가 걷는다. 손을 잡고 걷는다. 아무런 문명의 잔재가 남아 있지 않다. 들판에 듬성듬성 풀들이 작라고 그걸 뜯는 양떼조차 없다. 양이 먹을 만큼의 양도 되지 않게 자라는 풀들을 그 어린이들이 먹는다. 어린 여자아이는 입주변이 초록색이다. 풀물이 들어서 그렇다. 조금 큰 오빠는 그조차도 없다. 풀조차도 동생을 먹이느라고 조금 덜 먹었나 보다. 여자아이는 여섯 살쯤이고 오빠라는 소년은 한 열 살 돼 보인다. 전쟁으로 고아가 되어 벌판을 떠돌고 있다. 그래도 슬퍼하지 않는다.

오빠는 열심히 풀을 뜯어 모은다. 찌그러진 코펠 같은 걸 줍는다. 어디선가 물을 구하고 마른 풀들을 쓸어 모은다. 두 개의 돌로 부싯돌을 만들어 부딪친다. 마른 풀이 타면서 물이 끓는다. 풀을 데쳐서 동생을 준다. 동생은 늠름하게 받아 먹는다. 그들에게 취재 중인 기자가 묻는다. 뭐라고 뭐라고 묻는다. 오빠가 대답한다. 기름하고 밀가루만 있어도 동생에게 더 맛있는 요리를 해서 먹일텐데....... 남자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몇년이 흘렀는데도 TV에서 본 다큐멘터리가 생생히 기억난다. 그 소년의 절박한 얼굴과 그 동생의 편안한 태평이...... 그들은 그래서 거기거 버티고 사는 것이다. 극한 상황에서도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그 의존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다른 한 사람에게는 바로 그 의존이 생명을 버티게 해주는 철심이 되어 강한 인간으로 변신한다. 모성이 그렇다. 전혀 무방비의 생명체가 그냥 놔두면 죽어버리는 생명체가 주어지면, 그 완벽한 의존이 주어지면 인간은 거의 신이 된듯이 변화한다. 불가능이란 없다는 듯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못할 게 없지. 그럴 때 그들에게는 허무도 무의미도 권태도 없다. 맹목적인 사랑과 철두철미한 헌신만 있을 뿐이다.

나는 왜 밀가루와 기름이 주방에 즐비한데도 행복하지 않은가?

절대적인 의존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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