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와 교훈
정약용 지음, 민족문화추진회 옮김 / 문장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8년간의 강진 유배지에서도 자식교육이 이토록 엄했거늘, 오늘날 한지붕아래에서  

살고 있는 우리네 가족들은 어떠한지 돌이켜보지 않을 수가 없다. 

거의 전부분에 밑줄을 긋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았다. 

부모를 잘 섬기고, 형제간에 우애있게 지냄이 모든 교육과 학문의 기초임을 누누히 강조하고 

있으며,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의 이유를 정확히하고 있으니, 이러한 설득력있는  

문장이라면 어느 누군들 따르지 않고 배기랴! 

우리는 그저 열심히 공부해라, 좋은 친구를 두어라,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어라...이지만 

다산의 편지글에서는 왜 그래야하는지 타당한 이유와 적당한 본보기를 항상 언급하고  

있어서, 그 해박한 지식에도 탐복이 되지만 그러한 언변에는 더욱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다산과 소로우는 잠시 같은 시대를 살았다. 시기적으로 두 천재는 그러했더라. 

편집에 있어서는 다소 마음에 들지 않지만-빈 여백이 너무 많은 책을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터라- 

별 5개를 흔쾌히 클릭한다. 

 

*글 공부에는 반드시 먼저 기본을 세워야한다.  

 무엇을 기본이라 하는가?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에 대한 우애인 효제가 그것이다. 

*시나 문장은 은하수의 물로 세척한다 하더라도 끝내 부족함을 씻을 수 없고..... 

*자식으로서 지켜야 할 간단한 예절과 올바른 행실은 부모님께 새벽에 문안을 드리고 저녁에 

  이부자리를 잘 깔아드리는 바로 그런 일이다.<다산 선생님, 요즘은 부모가 자식의 이부자리를 

  봐줘야 하는 세상입니다, 개탄하시겠지만...> 

*천하에는 두 가지 큰 기준이 있는데 하나는 옳고 그름의 기준요, 다른 하나는 이롭고 해로움의  

 기준이다. 이 두 가지 큰 기준에서 네 종류의 큰 등급이 생기는 것이다. 옳은 것을 지켜서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등급이요, 그 다음은 옳은 것을 지켜서 해를 받는 것이며, 그 다음으로는  

 나쁜 것을 쫓아 이익을 얻는 것이며, 가장 낮은 등급은 나쁜 것을 쫓아서 해를 보는 것이다. 

*...마음속에 보답을 바라는 근성은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너희들에게 우환이 있더라도 

 저들이 돌보지 않는다고 절대로 마음에 한을 품지 말고 오로지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 사람이 

 마침 어떤 사정이 있어서일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힘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고 

 생각하여라. 그리고 절대로 '나는 전에 이렇게 저렇게 해주었는데, 저 사람은 이렇게 한다.'고  

 경솔히 말하지 말거라. 이러한 말을 한번이라도 하면 그동안 쌓아놓은 공덕이 하루아침에 바람에 

 재가  되어 날아가 버리고 말 것이다. 

*군자는 새해를 맞이하면 반드시 그 마음과 행동을 한번 새롭게 다져야 한다. 나는 젊었을 때에 

 새해를 맞이할 적마다 반드시 그해에 공부할 것을 미리 정하였는데...... 

*가령 내가 몇 년 안에 유배에서 풀려난다면 너희들로 하여금 몸을 단련하고 행동을 가다듬어  

 효도와 공경을 숭상하고 화목한 가정을 일으키게 할 것이다. 그리고 경사를 연구하고 시와 

 예를 담론하며, 서가에 3~4천권의 책을 꽂아 놓고, 1년을 지탱할 만한 양식이 있고, 밭에 뽕나무, 

 삼, 채소, 꽃 약초들이 질서정연하게 심어져 있어 그 그늘을 즐길 만하고, 마루에 오르고 방에  

 들어가면 거문고가 있고, 투호하나와 붓, 벼루 및 책상에 볼만한 도서가 있어서 그 청아하고 깨끗 

 함이 기뻐할 만하고, 때때로 손님이 찾아오면 닭을 잡고 회를 떠서 탁주와 좋은 나물 안주로  

 즐겁게 한번 배불리 먹고, 서로 더불어 고금의 일들을 평론할 수 있다면, 비록 폐족이라 할지라도 

 장차 안목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흠모를 받을 것이다. 

*...무릇 남자가 독서하고 행실을 잘 닦으며 집안을 다스리고 일하는 모든 행동에 있어서  

 정신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정신력이 강해야만 부지런하고 민첩해질 수 있으며 

 지혜로워질 수 있으며 큰 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마음을 다잡아 꾸준히 앞을  

 향해 정진한다면 비록 태산이라도 옮길 수 있는 것이다.......내가 보건대 책을 그냥 읽기만 하면  

 하루에 백 번 천 번을 읽어도 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반드시 널리 고찰....그 근본을 

 터득...그 글의 전체를 완전히 이해할 수.... 

*물고기를 잡으려고 그물을 쳐 놓았는데 기러기가 걸렸다고 해서 어찌 버리겠느냐. 

*너의 형이 왔기에 시험삼아 술을 마시게 했더니 한 잔을 마셨는데 취하지 않더구나. 그래서  

 동생인 너의 주량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너는 형보다 배도 넘는다고 하더구나. 

 어찌하여 글공부에는 이 아비의 성벽을 닮지 않고 술만은 이 아비를 넘느냐..... 

 나는 태어난 이래 아직까지 술을 많이 마셔 본 적이 없어 나 자신의 주량을 알지 못한다..... 

 참으로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는 것이다........술의 정취는 살짝 취하는 데 있는 것이다. 

 ........나라를 망하게 하고 가정을 파탄내는 잘못된 행동은 모두 술로 말미암아 비롯된다. 

*모든 불효자와 가까이하지  말고, 형제끼리 깊이 사랑하지 않는 자와도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  

*임금을 섬기는 도리란 임금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임금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 

 서는 안 되며, 임금에게 신임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임금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 

 다. 

*군자가 책을 지어 세상에 펴냈을 때 오직 한 사람만이라도 알아준다면 다른 모든 사람들의 

 비난은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다. 

*형체가 있는 것은 파괴되기 쉽지만 형체가 없는 것은 없애기가 어려운 것이다......재물은 단단히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미끄럽게 빠져 나가는 것이니 재물이야말로 미꾸라지 같은 것이다. 

*한가지 소원이 있으면 어떤 한 사람을 목표로 정해 그 사람과 동등한 경지에 이르고서야 그만 

 두겠다고 결심하고 용기를 갖고 노력하면 이를 수 있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용의 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산의 누이는 조선 최초의 영세교인인 만천 이승훈에게 시집갔고, 당시 명망이 높던 이가환은 

 이승훈이 외삼촌이며 이익의 종손이다. 또 백서사건으로 유명한 황사영은 16세 때 진사시에 장원 

 급제한 수재로 정약용의 맏형인 약현의 딸에게 장가들었다........천주교를 탄압하는 신유사옥 

 (1801년)에 연루되어 경상도 장기로 유배된다. 이때 다산의 작은 형 약종과 약종의 가족들이  

 모두 희생당했다. 이가환과 이승훈도 역시 죽음을 당했다.....형 약전은 흑산도에 유배되고  

 황사영은 죽음을 당한다. 형 약전은 학문이 뛰어났으며 다산의 학문을 알아주는 지기이기도  

 했다.  약전은 흑산도 유배지에서 세상을 떴다. 

 다산은 18년 동안 귀양살이를 하면서도 백성의 생활개선을 위한 학문 연구와 저술에만 힘썼고, 

 석방돼 고향에 돌아와 18년을 더 살면서도 저술에 몰두해 500여권의 저서를 남기면서 실학사상 

 을 집대성해 독자적인 학문을 체계화시켰다. 1836년, 75세로 세상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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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0-02-04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왜 바른 길로 나아갈 것을 택하지 않고 숨은 길을 가는 것일까?
숨어있는 그 길을 모르는 나는 바보가 된 것만 같다.
순리대로 살고 싶은, 살고 있는 사람을 여기서 내치고, 저기서 내치니
이래서 달아지나보다.
이제는 그러려니 해야할테지... 그렇더라도 나는 순리에 순응하며 바보처럼
살아야지...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나는 책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산은 유배까지 가지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