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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Where Would You Like To Go? ㅣ K-픽션 14
김애란 지음, 제이미 챙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월
평점 :
“물론 나도 전에 한국의 전기밥솥이나 승강기와 말을 섞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냥 ”그랬니?“, ”백미 취사를 완료했니?“, ”그랬구나.“ 정도의 맞장구였다.(p.30)
나도 전기밥솥, 승강기와 몇 번은 해 봤을 맞장구인데 이렇게 글로써 읽게 되니 내가 했던 맞장구보다 훨씬 더 재미나게 들리고 킥킥 웃음이 난다.
어쩜 이렇게 말보다 글로써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
박완서의 <한 말씀만 하소서>를 읽을 때는 내가 감히 참척의 고통을 어찌 알겠는가 하면서도, 그래도 찢어지는 그녀의 가슴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독자의 예의로써 고의적으로 더 찢어지는 마음을 내며 읽었을 것이다.
그런데 “애도의 불가능성”, “슬픔의 공유 불가능성”이란 표현을 이 책(어디로가고싶으신가요)에서 보고 나니, 애초에 이 “불가능”을 알고 박완서의 그 책을 읽었더라면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좀 덜 찢어지게 해도 죄스런 마음에서는 좀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김애란의 묘미를 이 책에서도 정말 여실히 본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
-어디로 가는 경로 말씀이세요?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p.84)
제목이 여기서 나왔다는 것도 얼마나 매력적인지!!!
“나는 당신이 누군가의 삶을 구하려 자기 삶을 버린 데 아직 화가 나 있었다. 잠시라도 정말이지 아주 잠깐이라도 우리 생각은 안 했을까. 내 생각은 안 했을까. 떠난 사람 마음을 자르고 저울질했다. 그런데 거기 내 앞에 놓인 말들과 마주 하자니 그날 그곳에서 처음 제자를 발견했을 당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놀란 눈으로 하나의 삶이 다른 삶을 바라보는 얼굴이 떠올랐다. 그 순간 남편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 날, 그 시간, 그 곳에선 ‘삶’이 ‘죽음’에게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게 뛰어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그러자 당신이 못 견디게 그리워졌다. 편지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식탁 모서리를 잡았다. 어딘가 기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혼자 남은 그 아이야말로 밥은 먹었을까?” (p.98)
이 책의 절정은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이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 저자가 얼마나 글을 잘 적는지, 얼마나 글로 잘 표현해 내는지 감동과 감탄이 일고, “혼자 남은 그 아이야말로 밥은 먹었을까?”가 나타내는 클라이맥스는 가히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를, “애도의 불가능성”, “슬픔의 공유 불가능성”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내가 김애란을 이토록 좋아하고, 감동하며, 감탄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