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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6
토머스 하디 지음, 정종화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평점 :
* "가엾은 친구들, 이렇게 비참한 광경을 보고도 날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존재라고 생각하다니!" 그녀가 외쳤다. 조심스럽게 꿩들을 죽이는 동안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에게는 육체적 고통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데! 육신이 갈기갈기 찢어진 것도 아니고, 피를 흘리는 것도 아니야. 음식을 먹고 옷을 입는 데 쓸 두 손이 아직 멀쩡한데 말이야." 그녀는 자연속에서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사회의 인위적인 법 때문에 죄인이 되었다는 부질없는 생각에 눌려 고통스러워했던 지난밤의 암담했던 마음이 오히려 부끄러웠다.
* 테스는 정말로 "순수한 여인"인가? 그녀가 진정으로 "순수한 여인"이라면 어째서 당대의 법정은 그녀에게 교수형을 내리는 것인가? 테스가 살인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고, 살인에 대한 당대의 법적 형량은 교수형이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내린 극형이라는 처벌은 빅조리아 조의 관행에 의하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혹독한 사회법과 테스의 참된 모습 사이에 먼 거리가 있음을 강하게 느낀다. 테스의 인생 드라마에서는 사회법이 너무나 가혹하고 부당하기에 독자는 그녀의 억울함을 아프게 느끼고 그녀 편에 서서 법의 잘못을 비난하게 되며, 바로 이것이 소설의 출판 초기부터 지금까지 100년을 훨씬 넘게 계속되는 인기의 비밀이기도 하다.
* 이 소설이 대중에게 커다란 지지를 받은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인간의 태생적 자유가 사회법에 의하여 억제되고, 그러한 상황이 테스로 대표되는 순수한 개인을 파멸시키는 당대의 모순된 현실을 고발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테스에게 내려진 법적 극형은 하디가 사회법과 대비시키는 자연의 법칙 속에서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는 명제가 강하게 암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