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크리스토프 1 동서문화사 월드북 148
로맹 롤랑 지음, 손석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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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벽돌 같은 두께의 책을 

<겨울호랑이>님은 중학교 때 감명 깊게 읽었다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에 흠모하는 마음이 인다.


아마도 내가 베토벤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책의 두께에 눌려 읽어 낼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 표지에 앙리 마티스의 그람을 올린 이유가 있을까?

이 책의 내용도 그렇거니와 그림도 참 잘 모르겠다.....




* 오오 즐거운 추억, 자애 깊은 모습이여. 그것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날갯짓 소리와도 같이 평생토록 계속 노래하리라...... 어른으로 자라나서의 여러가지 여행, 대도시, 용솟음치는 바다, 꿈속 같은 경치, 정다운 얼굴들도 이러한 어린 시절의 산책이나 또는 할 일 없이 심심해서 조그만 입술을 유리창에 눌러 대고 거기에 입김으로 엉기는 김 너머로 날마다 보아 온, 하찮은 마당 한구석만큼 또렷이 마음 속에 새겨지진 못하리라.......


* "당신은 당신의 모습을 본떠 하느님을 만드시는군요."

"제가 하느님에게 소원을 빈다면 부디 제 문제는 염려하지 마시라는 말씀만 드리겠죠."


* 세상사는 제 뜻과 같지 않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사랑하는 이는 사랑을 받지 못한다. 사랑받는 자는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자는 언젠가는사랑으로부터 격리 된다. 

어떤 이는 괴로워한다. 어떤 이는 남을 괴롭힌다. 

반드시 괴로워하는 사람이 더 불행하다고는 할 수 없다


* 죽음으로 가득 찬 영혼과 생명으로 가득 찬 육체로써 그는 슬퍼하면서도 재생의 힘과 삶의 정열적이며 부조리한 기쁨에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고뇌도, 연민도, 절망도,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의 아픈 상처도, 죽음의 온갖 고통도, 강한 사람에게는 하나의 박차가 되어 그 옆구리를 호되게 차서 도리어 이 삶의 기쁨을 활기 있게 하는 것이다. 


* 그는 씁쓸한 기쁨을 맛보고 있었다. 싸운들 무엇하랴? 미도, 선도, 하느님도, 생명도 그 어떠한 종류의 존재도 전혀 없었다. 길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지면이 없어졌다. 대지도, 공기도, 빛도, 자기 자신도 없어졌다. 아무것도 없었다. 머리에 이끌려 앞으로 기우뚱한다. 고꾸라질 찰나에 가까스로 자신을 멈출 수가 있었다. 별안간 벼락을 맞아 쓰러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죽은 줄 알고 있었다.......

크리스토프는 달라지고 있었다. 그는 영혼이 바뀌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년 시절의 닳아빠지고 시든 영혼이 죽어 가는 것을 보면서도, 그는 좀더 젊고 힘찬 새로운 영혼이 태어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일생 동안 육체가 변하듯이 영혼도 또한 변하는 법이다. 그 변화는 반드시 나날의 흐름을 따라 서서히 이루어진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한꺼번에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위기의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 낡은 껍질은 떨어져 버린다. 이러한 고뇌의 시기에 그는 온갖 일이 이미 끝장났다고 생각해 버린다. 그러나 모든 것은 이제 시작하려 하고 있다. 하나의 생명이 죽는다. 그러나 또 하나의 생명이 이미 태어나 있는 것이다. 


* 크리스토프는 촛대 위에서 완전히 다 타 버리는 촛불을 넔 잃은 사람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잠자리에 들 수가 없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 허무가 시시각각으로 깊어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을 집어 삼키려 드는 그 심연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자기도 모르게 그 가장자리에서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공허 속에 혼돈이 움직이고 어둠이 꿈틀거렸다. 고뇌가 마음 속을 꿰뚫는다. 등이 오싹하고, 살같엔 소름이 쭉 끼치며 털이 곤두섰다. 그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탁자에 매달렸다.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을, 하나의 기적을, 하나의 신을, 그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 크리스토프는 환각에 사로잡혀 온몸이 긴장되어 있었으나 뱃속까지 오싹하는 전율을 느꼈다. ...... 베일이 찢겼다. 눈이 멀 듯 부셨다. 번갯불의 번쩍임 속에서 크리스토프는 보았다. 어둠의 밑바닥에서 그는 본 것이다-자신이 신인 것이다. 하느님은 자신 속에 있었다. 


* 미덕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은 웃음이다. 미덕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유롭고 행복스러운 표정이어야 한다. 선을 행하는 이는 자기 자신마저도 기쁘게 해야 하는 것이다. 


* 네가 만약 선량하다면 모든 일이 잘 되어 가겠지. 설령 네가 선량하지 않고 약하고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또 행복해야 하는 거야. 물론 그 이상은 할 수 없기 때문이지. 그런데 왜 그 이상의 것을 바라지? 왜 자기에게 불가능한 것을 해내려고 몸부림치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단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 아무것도 아닌 우연한 기회가 돌연 크리스토프에게 독일 예술의 허위를 가르쳐 주었다. 이제까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건 언제나 그것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너무나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서 있었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다. 이제는 산에서 멀어져 산이 보인다. 


* 그러나 실제로는 인생에 있어서 종종 볼 수 있는 것처럼 무슨 일이건 헛되이 되지는 않는 법이다. 어떤 노력이건 결코 헛수고가 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몇 년 동안은 이것에 대해 모르고 있다. 그렇지만 어느 날 의도가 달성되었음을 깨닫는다. 


* 열광적이라는 것을 즐기기 위해 열광적이 되는 것 같았다.


* 크리스토프는 걸어다니고 싶어 못 견디었다. 걸어가면 음악의 수확이 늘어났다. (...) 크리스토프는 걸어다니다 지치면 숲 속에 드러누웠다. 


* 이렇게 힘찬 삶이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파묻혀 있다니! 그와는 반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죽은 것과 같은 무리가 지상을 뒤덮고, 양지 쪽에서 타인의 자리와 행복을 빼앗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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