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호원숙 그림 / 열림원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은 나의 열망을 그녀의 글은 더욱 부추긴다.  


흙을 파보던 호미의 일품인 쓰임새에 경탄해마지 않던 일이며,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서 살펴보던 호박 넝쿨의 그 신비함에 반하고, 

누렇듯 노란 호박꽃의 촌스런 이쁨을 좋아해 그 꽃에게 넌 못난 꽃이 아니라고 격려 하던 일, 

언제나 같은 자리에만 있는 산과 나무,

잡풀이지만 그런대로 수수한 예쁨이 좋아서 넌 왜 꽃이라 불리지 않느냐고 생각했던 일들까지....


그렇게 나도 그녀의 글로 덩달아 내게 심어져 있는 정서를 떠올려도 보다가

"호미"라는 책의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기도 한다. 


p.169 에 "그는 누구인가"에 와서는, 

26년 5개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 그녀의 대단함이 존경스럽고

그녀의 글에 보이는 그 시어머니의 인품은 또 얼마나 훌륭한가 싶어 뭉클하더라.


소소한 일상은 

나도 겪는 일이고, 나도 느끼는 것이고, 나도 생각하는 것이건만

그녀는 어쩜 그것을 글로 이렇게 잘 표현하는지!

그래서 그녀는 <작가>다. 


꾸미지 않지만 당당함이 보이고 편안함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글과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 우리 70대들은 청소년 시절 조국이 해방되고 독립하는 감격을 맛보았고, 한국국전쟁을 당해서는 목숨을 걸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했고, 전후복구을 위해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많은 자식을 낳았고, 뼛골이 빠지게 일해서 그 자식들을 교육시켜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키웠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자식은 정직하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키워야 하는 줄 알았고, 가난보다는 부정이나 부도덕을 능멸했고, 단돈 몇 푼도 빚지고는 못 살 만큼 남의 돈을 두려워했다. 우리는 이렇게 간이 작다. 그러나 간 큰 이들이 아무리 말아 먹어도 이 나라가 아주 망하지 않을 것 하나 만은 확실한 것은 바로 간 작은 이들이 초석이 되어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좀 으스대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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