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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당나귀 곁에서 ㅣ 창비시선 38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15년 1월
평점 :
이야!
시집을 읽으면서도 재미있다는 말이 나올 수가 있구나!
재미가 있어 재밌다기보다
참 훌륭하구나 라는 느낌에서 오는 재미말이다.
내게 시란 대부분
읽어도 뭘 읽었는지 모를 어려운 단어들의 추상적 나열에 불과해 흥미가 전혀 없었는데,
그 누구더라...
백석 시집을 보게 되어 너무 좋아 고개를 넘어 빌려가서는 필사 후 다시 고개를 넘어 되돌려 줬다는 글을 읽고 백석 시집을 빌려 보았고,
쉽디쉬운 글로 이루어진 고은 시에 반해서 제법 여럿 그의 시집을 찾아 읽던 차, 최영미시인의 폭로가 나왔고, 그 후로는 그의 시집을 찾지 않게 되다가,
참으로 오랜만에 잡은 무척 재미있는 시집이었네.
함축된 표현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오히려 긴글이 주는 것보다 훨씬 깊고 진해서 매력적이다.
이런 재미라면 시집도 자주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사인, 하느님의 윙크!
"삶은 보리 고두밥"을 "life is 보리 고두밥"으로 읽었는데
"boiled 보리 고두밥"이었다. 재미난 한글ㅋㅋ
술 취한 사람을 무척 싫어하는데,
"박영근"이란 제목의 첫 구절에
<너무 무서워서 자꾸만 자꾸만 술을 마시는 것.> 이란 문장에 돌연 내 마음이 돌아선다.
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너무 무서워서 술을 못 끊는것이구나.......
"삼천포 2"에서의 마지막 구절
<올봄엔 꽃잎 질 때 따라갈 거라?>
너무너무 많은 것이 함축된 구절이라 눈물이 핑 돈다.
나도 죽을 때 지는 꽃잎 따라 가면 좋겠지, 지는 낙엽 따라 가면 좋겠지?
까슬한 봄, 까슬한 가을날이 좋겠지?
"알 슬은 방아깨비"에서 "알 슬은"이 무슨 말인지 몰라 사전도 찾아보고.
"에이 시브럴"에서는 마지막 "에이 시브럴"에서 결국 웃음이 팡 터졌다.
<이 하찮은 곳을 / 부디 하찮은 대로 좀.>
제발 좀 제발 그러하길 제발......
사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