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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위에 새긴 생각
정민 엮음 / 열림원 / 2017년 10월
평점 :
오프라 윈프리는
그녀를 위한 깜짝 파티를 "하느님의 윙크"라 말하더라.
이 말이 주는 위트가 좋아서 나도 종종 사용하곤 한다.
다른 이의 서재에서 본 책을 빌려 읽었는데
무척 감동이 진하거나 흥미로웠다면
오, 이건 필시 "하느님의 윙크"로군 하며 뿌듯해 한다.
앞서 읽었던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가 그러했고
이 책의 독특함에도 역시 하느님의 윙크를 떠올렸다.
고마운 일이다.
돌 위에 글자를 새기는 재주도 대단하지만
그 문양의 다양함도 꽤나 흥미로워 지루하지 않았네.
돌 위에 새긴 여러 생각 중
석가헌夕佳軒
저녁이 아름다운 집
이 글귀가 무척 와 닿아서 한참을 음미해 보았다.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힘이 있다.
내게 쎄컨 하우스가 생긴다면,
혹은 어떤 가게를 연다면 그 집 이름을 석가헌으로 해야지 다짐도 해본다.
[ 문 닫아 기이한 책을 읽고
문 열어 고상한 손님을 맞으며
문 나서 산수를 찾는다.
내 방에 들어오는 것은 다만 맑은 바람 뿐
나와 마주해 술 마시는 것은 오직 흰 달만
나는 좀 혼자이고 싶다.
늘 같이의 삶은 이제 좀 지쳤다.
나는 남보다 내가 더 궁금하다.
알아봤자 재미없는 남보다
나는 나와 맞대면 하고 싶다.]
이 세 단락을 연결하니
내가 간절히 원하는 삶의 모습이 된다.
* 젊어 실수가 많더라도 이를 고치면 귀하다.
* 남에게 베풀었으면 생각지 말고 베풂을 받았거든 잊지를 마라.
* 남을 먹으면 또한 마땅히 남에게 먹히는 바가 된다.
* 마음 속의 일, 파도 가운데 앉아 있음과 같아 때때로 화들짝 놀란다.
* 귀하지도 않게 부유하지도 않게, 천하거나 가난하지도 않게.
(꿈도 참 야무지구나. 그런거 있으면 내가 하겠다.)
* 뜻 같지 않은 일이 늘 열에 여덟아홉이다.
* 관 하나에 몸을 넣고 나면 만사가 모두 끝이다.
* 너무 즐거울 때는 많은 말을 하지 마라. 노여움이 지극할 때도 많을 말을 하지 마라.
* 재앙은 뜻을 얻음에서 생겨난다.
* 양치질하니 이에서 샘물 소리가 난다. (난 한번도 이에서 샘물 소리를 듣지 못했다.)
* 웃으며 옛사람의 책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