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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이미경 지음 / 남해의봄날 / 2020년 6월
평점 :
나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아지는 책이다.
나도 하나 사고 싶은 책이다.
우리 집 앞에는 산이 있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다 보면
그 앞산이 큰 방의 유리창에 되비쳐 있는 걸 볼 수 있고
그건 실제의 산 모습보다 훨씬 더 이쁘게 보인다.
이 책도 어쩌면 딱 되비치는 우리 앞산의 모습일 것 같다.
그 오래되어 허접했을 구멍가게가
더 친근하고
더 따뜻하고
더 산뜻하고
더 정겹고
더 깨끗하고
더 환하고
더 맑게 보이니 말이다.
그림 속의 모습만큼만이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던 시골은 모두 없어져 가고
새로운 시골에는
새로운 집들만 채워져 간다.
쓸쓸하고 외롭고 아프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만 있는 시골은.
나는 오래 된 것들을 좋아하고 공경한다.
아마도 30년 만에 가보았을 것이다, 양산의 통도사를.
그 오래 된 절이 주는 감동이 그 정도를 넘으니 경건함으로 고개가 숙여지고
다시 그것은 경외감마저 들게 하더라.
새 것은 언제나 살 수 있고 만들 수 있지만,
오래 된 것들은 그 속에 세월과 역사를 품어야만 한다.
반짝반짝거리는 것이 새것이 주는 즐거움이라면
빛 바래고 닳은 흔적들은 오래 된 것이 주는 경건함이다.
난 그 경건함이 너무나 좋다.
이 책은 그 오래 됨에 대한 것들이어서 마음을 반짝이며 보니
눈에서는 글썽거림으로 응수를 한다.
저자는 자신의 재능을 어쩌면 이런 것에 사용했는지,
그녀가 훌륭한 이유인 듯 싶다.
그림도 아름다운데
글까지도 좋다.
덕분에 마음은 조삼암할아버지, 박일색할며니가 사셨던 나의 시골,
초등학교 방학이면 일 년에 두 번은 반드시 가서
한달살이를 했던 그 시골의 추억을 한껏 들추어 낼 수 있었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도 맘껏 그리워해 볼 수 있었다.
* 팔랑팔랑 뛰어다니면 콧등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볼때기가 발갛게 달아올랐습니다. (볼때기, 볼때기... 무척 오랜만에 듣는 이 말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