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배우는 시간 -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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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본인은 대학병원 의사라 소개하는 예쁜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그러면서 병원을 가지 말라는 말을 했다. 


그럴리가!!!

그녀의 강의 몇 개를 더 보았다. 


여러 명화를 곁들여서 죽음을 설명하고,

노화를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는지.

노년의 병고에 어떻게 대처해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래, 맞아!

정말 너무나 맞는 말이야! 를 연신 뱉어내면서

그녀의 책을 빌려보았다.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맞으시는 나의 아버지를 보고

나의 임종을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차디찬 공기와 싸늘한 기계들 속에서 죽지 않으려면,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기, 애도의 분위기 속에서 죽으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는 말한다.

죽음은 치료해야 하는 병이 아니라고.

노년에는 암도 오고 관절염도 오고 폐렴도 오는거라고.

폐렴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가 되니 폐렴이 오는거라고.

죽음 전에 응급실에 오면

연명치료는 당연시 되는 순서라고.



바깥 출입을 못하게 되면 사회적 죽음,

자리보전하게 되면 생명의 죽음이라 그녀는 말한다. 

사회적 죽음부터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데

그걸 해줄 이가 없다.

그래서 다들 요양원, 요양병원으로 보내져야 하는 것이리라.


어느샌가 "자연사"란 거의 없어진 듯 하다. 

애석하게도 병원에서 죽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

나의 자식들은 나를 집에서 죽을 수 있도록 둘 수 있을까?


아버지를 보내드리면서 다짐을 했다.

엄마께 사회적 죽음이 오면 모든 것을 접고 엄마 수발을 들리라.

내가 원하는 죽음을 엄마께 드릴 수 있도록 하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이 엄마가 원하시는 것과 같아야 하는데,

훌륭하신 나의 엄마는 딸의 수발을 받기에는 너무 마음이 안됐어서

스스로 요양원을 택하지는 않으실지......




내가 유서를 적는다면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있는

"나의 엔딩노트"를 그대로 베끼고 싶다. 


이 참에 나도 그녀의 엔딩노트에 기초해서

나의 엔딩노트를 만들어 둘란다.


무척 훌륭한 의사고

무척 똑똑한 의사고

또한 무척 친절한 의사 선생님, 그녀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 올라온다. 


내가 살던 익숙한 공간에서의 나의 '자연사'를 발원하며......

나의 염은 내가 할 수 있기를 발원하며......









* 죽음이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둔갑한 요즘, 병원에서 삶을 마치는 것도 모자라 중환자실, 그것도 서울대학교병원을 포함한 소위 '빅4' 병원의 중환자실 정도는 되는 곳에서 삶을 마쳐야 제대로 보냈다는 인식이 생긴 건지도 모른다. 내 생각에 아저씨가 계신 병원에서 잘못한 일은 딱 하나다. 그런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달고 연명치료를 시작했다는 것.


* 곧 오전 진료가 시작이 된다. 숨을 크게 쉬고 기를 충전한다. 나를 보러 온 환자들에게 나의 온기를 모두 나누어주고 환자들이 나와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나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오늘 아침도 노력한다.


* 죽음이 병원으로 떠넘겨진 다음 수순은 당연히 죽음이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둔갑하는 거에요. 요즘은 한술 더 떠서 노화조차도 치료가 필요한 병으로 치부되고 있지요. 자본주의 사회는 죽음과 노화를 병원의 일로 만들고 가족들이 그 시간에 노동을 하고 재화를 축적하도록 작동해 왔고요. 여러분이 중견의사로 활동하는 시기에는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지금보다도 높을 것이고 그런 현상도 더 심해질 거에요. 여러분들이 의가 개인으로서 이 거대한 흐름에 거역한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죽음을 앞둔 환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좋은 죽음일지를 한번 고민해보기 바랍니다. 


* 마흔살에 사별하고 2남 1녀 여법하게 키우셨는데 떠나실 땐 일주일간 곡기 끊으시고 가셨어요. 염을 해드리는데 대소변도 없이 너무 깔끔하셨지요. (...) 본인이 임종, 끝을 맞이하며 스스로 염습도 다 하신 겁니다. 그 할머니같이 가고 싶네요. 제일 좋아하는 옷 입고 누우면 후손이 관 뚜껑은 닫아주겠지요.


* 국립 암센터 호스피스 완화 의료 홈페이지


* 죽음은 병이 아니기 때문에 이때는 요양병원이 아닌 요양원을 선택해야 한다. 불행히도 요양원에 자리가 없어 요양병원을 선택하게 되어도 이곳이 나의 마지막을 보낼 장소라는 것을 그곳 의료진에게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요양병원도 병원이니만큼 조금만 상태가 나빠지면 바로 상급 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기 때문이다. 상급 종합병원으로 이송되면 결국 또 연명치료 하네 마네 논의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 엄마는 지금도 부모님이 남긴 유산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처분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어. 엄마가 죽으면 바로 법적인 효력을 발휘하고, 여기에 대해서는 너희가 어떤 이의도 제기할 수없다는 건 알아두길 바라. 엄마도 너희를 부모 죽은 다음에 돈 가지고 싸우는 인간으로 키우지는 않았다고 믿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온갖 추악한 일을 보면 이런 준비는 아무리 단단히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우리 자식들은 아주 특별하게 잘난 애들이라 ...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엄마의 경험에 의하면 .. 바보일 확률이 더 높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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