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이르는 병 범우고전선 7
키에르 케고르 지음, 박환덕 옮김 / 범우사 / 199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것이 가장 엄밀한 의미로 밝혀져야 한다면, 죽음은 종국적인 것이고 종국적인 것이 죽음인 경우가 아니면 안 된다. 따라서 절망이라는 병이야말로 바로 그것이다. (...) 그와 반대로 절망의 괴로움은 도리어 죽을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절망은 모든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증상과 비슷하다. 그는 누워서 죽음과 싸우고 있으면서도 죽을 수 없다. 죽도록 앓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살아날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최후의 희망인 죽음마저 없어진 절망을 뜻한다. 죽음이 최대의 위험이라면 인간은 삶을 원한다. 그러나 더욱 두려운 위험을 알게 될 때 인간은 죽음을 원한다. 죽음이 희망의 대상이 될 정도로 위험이 크게 된 경우의 절망이란, 한 번 죽을 수 있다는 희망마저 없는 상태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자기에 대한 관계에 있는 의식, 즉 자기 의식이 결정적인 것이다. 의식이 증가할수록 의지가 증가하고 의지가 증가할수록 자기가 증가한다. 아무런 의지도 갖고 있지 아니한 인간은 결코 자기가 아니다. 그러나 의지를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그는 그만큼 많은 자기 의식을 갖게 된다.

 

*노인들로부터 종종 등을 수 있는 예전에 이러이러했다는 과거형은, 청년의 미래형과 똑같이 커다란 환상이다. 노인이나 청년이나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시를 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독에의 욕구는 인간의 내부에 정신이 있다는 표시이며, 또 거기에 있는 정신을 재는 척도이다. '다만 지껄이기만 하는 비인간들 내지 세상 사람들'은 고독에의 요구를 느끼고는 있으나, 다만 한순간이라도 고독해 있어야만 할 때는 마치 군서조처럼 곧 죽어버린다. 갓난아이가 자장가로 잠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잠자고 기도하며 거기에 흠뻑 빠져들기 위한 전단계로서, 시끄러운 사교의 자장가가 마음을 가라앉혀주기를 바란다.

 

*육체의 죄는 비천한 자기의 모든 고집이다. 하나의 악마가 다른 악마의 도움으로 추방되긴 하나 나중의 악마가 먼저 악마보다도 더 악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신앙이란 '자기'가 자기 자신이며, 또 자기 자신이려고 욕구함에 있어서 신의 내부에 투명하게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다. (...) 죄의 반대는 신앙이다. 그렇게 때문에 <로마서> 제 14장  23절에는, "신앙에 의하지 않은 모든 것은 죄"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그리고 죄의 반대가 덕(德)이 아닌 신앙이라는 말은, 기독교 전체에 대한 가장 결정적인 규정 가운데 하나다.

 

*분노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배우려고 한다면, 인간의 질투심을 연구라는 것이 좋다. (...) 질투란 은밀한 자기 경탄이다. 말하자면 헌신에 의하여 행복하게 되지않는다고 느끼는 경탄자는, 그 경탄의 대상이 시기하게 되는 것을 선택한다. 그렇게 되면 그가 말하는 것도 달라진다. 거기서 신은 그가 경탄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며 우스꽝스럽고 쓸모없는데다 기묘하고 엉뚱한 것이라고 말한다 경탄이란 행복한 자기 상실이며, 질투는 불행한 자기 주장이다.

 

*기독교계에 있어서 기독교를 변호하려고 처음에 생각한 자는, 사실상 유다 제 2호라고 해도 틀림없다. 그는 또한 키스로 배신한다. 다만 그의 배신은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올바른 것과 선한 것을 알고 잇는 자는 이것을 행한다. 올바른 것을 행하지 않고 선한 것을 행하지 않는 것은 올바른 것과 선한 것을 모르고 있기 대문이다. 즉 부정을 행하고 선하지 못한 것을 행한 것은 무지의 소치다. 그렇게 때문에 덕은 知이며, 반대로 말하면 무지는 不德, 즉 죄라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죄에 대한 기독교의 가르침은 인간에 대한 온갖 비꼼이고 고소에 겹친 고소이며, 신이 고발자가 되어 인간에 대하여 제기하는 고소장이다.

 

*신앙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의 대립자인 악마적인 인간에 있어서도, 죄 그 자체의 일관성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마찬가지다. 대주가(酒家)는 하루라도 정신이 말짱해 있으면 닥쳐올 무기력과 이것이 가져올 여러가지 결과가 두려워 날마다 끊임없이 취한 상태로 있을려고 하는데, 악마적인 인간도 그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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