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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양장) ㅣ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문제아가 성실아로 탈바꿈하는 이야기는 사실 무척 식상하다.
거기에 키다리 아저씨까지 등장하면 더욱 식상해서 더 재미없어진다.
이 책도 그러한 책이다.
엄마와 둘이 가난하게 살고 있는 재석이는 불량써클에 가입한 싸움 잘 하는 학생이다.
주인공이 싸움을 못하면 어떻게 될까? 싸움조차도 잘 못하고 비겁한 아이라면
주인공이 될 자격은 없는 것일까?
루이스 쌔커의 <구덩이(Holes)>에서 스탠리는 이 책의 재석과 같은 배경과 성격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뚱뚱하고 무기력하기도 한, 그런 학생이 스탠리였으며,
소년원같은 캠프에서 겪게 되는 경험이 그를 성장하게 만든다.
적어도 성장소설이라면 싸움 잘하는 불량써클의 일인자보다는, 그 아래에 있는
소심하고, 용기없고, 정의감에 불타고 싶지만 베짱없이 비겁해지는 수 많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이런 류의 성장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책들을 볼 때 마다 가지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을 빌리자면, 문제아가 성실아로 바뀔 수 있는 모티브는
결국 예쁜 여학생과 키다리 아저씨까지 가세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난다.
그러나 우리 곁에는 예쁘고 바른, 공부 잘하는 보담이보다는,
부라퀴처럼 도움을 주는 사람보다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법이다.
부라퀴의 정신력은 어쩌면 작가의 정신력이지 않을까 싶어서 상당히 가슴 뭉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