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드 보통은 정말 유머러스하고, 재치있지 싶다.

글이 무척 유쾌하고 재미있다. 재미지다.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지적 호기심의 충족은 물론이려니와, 유머, 위트, 재치, 유쾌,

달변, 여기에 선(善)함까지 겸비한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이 흠씬해서, 나는 그저 웃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듯 하다.

 

이 책은 <슬픔이 주는 기쁨>이란 제목으로 다시 재출판되었네.

그의 책,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도 <철학의 위안>으로 제목을 달리해서 재출판되었두만,

책 표지에 그런 안내가 없어 같은 책을 두 권 빌려온 모양새가 되었다.

드 보통의 책은 <정영목>의 번역이 읽기에 좀더 편한 것 같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아름다운 건물은 아니었다. 조명은 용서가 없어 창백함과 더러움이

사정없이 드러났다. 의자나 좌석들은 유치한 밝은 색으로 칠해놓아 거짓 미소처럼 긴장된

쾌활함이 느껴졌다. 휴게소 안의 누구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호기심이나 동료의식을

인정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커서는 이십 대 중반의 고통스러울 정도로 외롭던 시절,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느껴지던 시절에 가끔 차를 몰고 런던 밖으로 나가 리틀 셰프에서 혼자 점심을 먹곤 했다.

 

*열차야, 나를 너와 함께 데려가다오!

배야, 나를 여기서 몰래 빼내다오!

나를 멀리, 멀리 데려가다오.

이곳의 진흙은 우리 눈물로 만들어졌구나!      -보들레르

 

*이런 이륙에는 심리적인 쾌감도 있다. 비행기의 빠른 상승은 변형의 전형적인 상징이다.

우리는 비행기의 힘에서 영감을 얻어 우리 자신의 삶에서 이와 유사한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우리 역시 언젠가는 지금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수 많은 억압들 위로

솟구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자신 있게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다. 상대를 향한 강렬한 욕망은 유혹에 필수적인 무관심에 방해가 된다. 또 상대

에게 느끼는 매력은 나 자신에 대한 열등감을 동반하기 마련이니, 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완벽함에 자기 자신을 견주어 보기 때문이다.

 

*유혹자라는 입장 때문에 나는 "내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묻지 않고 "그녀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묻게 된었다. "내가 보기에 내 타이가 어떤가?" 하고 묻지 않고

"그녀가 내 타이를 어떻게 볼까?" 하고 묻게 되었다. 나는 사랑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상상하고, 그 눈을 통하여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나는 그녀에게

누구인가?"였다.

 

*나는 거짓말을 했다(주방에서 닭이 우는 소라가 들릴 것 같았다-성경에서 베드로가 닭 울기

전에 세 번 거짓말을 했다는 일화에 빗댄 말).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가장 위대한 결실과 가장 위대한 기쁨을 수확하는 비결은, 위태롭게

사는 것이다! 너의 도시들을 배수비오 산기슭에다 세우라!          -니체

 

*따분해하는 사람들은 주로 따분한 사람들이다.

 

*근대 세속 사회를 바라보는 한 영향력 있는 입장에 따르면, '남들처럼' 되는 것만큼 창피한

운명은 없다.

 

*모든 독자는 자기 자신의 독자다. 책이란, 그것이 없었다면 독자가 결코 자신에게서 경험하지

못했을 무언가를 분별해낼 수 있도록,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 기구일 뿐이다. 따라서

책이 말하는 바를 독자가 자기 자신 속에서 깨달을 때, 그 책은 진실하다고 입증된다. 

-프루스트

 

*다른 사람들이 쓴 책을 읽다 보면 역설적으로 나 혼자 파악하려 할 때보다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해서 더 많이 알게 된다. (...) 독자가 읽다가 이것이 바로 내가 느꼈지만 말로 표현을 못하던

것이라고 무릎을 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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