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 명동 신백에서

딸이랑 두 번째 호캉스를 다녀왔다. 
마침 숙소 앞이 바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이라서 해피아워를 즐긴 후에 사진 찍자고 나섰다. 
와우~ 사람들이 빼곡하다. 



날이 많이 춥지 않아서 더 좋았다~ 





숙소에 들어가서 씻고 나서야 명동성당 트리도 근사하다는 걸 깨달았지남, 머리말리고 다시 화장하고 나서기가 귀찮아 그냥 패쑤하고 말았다. 


또 다른 맛이긴 하지만, 한국은행 건물도 나름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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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는 둘 다 원숭이 마스크를 쓰고 - P249

살해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250

죽을 각오를 하기에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 P251

렌터카 열쇠와 호텔 키 - P251

남자는 이어서 우리 둘의 여권, 여행자수표, 신용카드 그리고 지갑을 주머니에서 빼냈다. 그러더니 마무리를 하듯 내 손목에서 시계를 풀었다. 물론 땅바닥에 놓아둔 카메라도 빼먹지 않았다. - P251

빼앗을 걸 다 빼앗자 강도는 우리 두 사람을 묶기 시작했다. - P252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 P253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도움을 청하는 척하면서 차를 세워놓고는 강도로 돌변하는 수법이 있다고 했다. 운전하는 이들은 그걸 두려워한 것이다. - P254

"휴, 지독한 꼴을 당했군." - P255

말이 통했는지, 아니면 유키코의 연기가 호소력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운전기사는 우리를 버스에 태워주었다. - P256

산호세는 코스타리카의 수도로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이 있는 곳이다. - P257

우리는 토론토의 노스요크에 집을 얻었다. - P258

흰눈썹뜸부기(오키나와의 천연기념물) - P258

부하 직원과 의사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소소한 트러블과 실수가 속출했다. - P259

"그게 보조역 그레이스의 리듬이에요. 그걸 무너뜨리면 아마 패닉상태에 빠질걸요." - P259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친해지기 힘든 사람이 있었다. 우리 뒷집에 사는 타니어라는 아주머니 - P260

우리는 아쉬워하며 마지막 여행은 어디로 갈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코스타리카에 가자는 얘기를 꺼낸 건 나였다. - P260

바나나 같은 부리가 달린 큰부리새라든지 작은 날개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벌새를 꼭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 P260

그리고 어제 다섯 시간 반 동안 비행기를 타고 토론토에서 산호세로 날아왔다. - P261

"이 사람은 영어를 할 줄 몰라요. 하지만 당신들 모습을 보고 뭔가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눈치챈 거죠. 그래서 일단 차에 태우고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다닌 거예요." - P265

"범인들이 그걸 만졌느냐고 묻고 있어요." - P266

"그야 두 분 마음이지만 전 별로 권하고 싶지 않네요.
돌려줄지 어떨지 알 수 없거든요." - P267

"희한한 일이네요."
그것이 사토라는 호텔 직원의 소감이었다. - P268

호텔 방을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설마 범인들이 오지는 않겠지만 열쇠를 도둑맞은 터라 찜찜했다. - P269

강도라는 말에도 조금도 놀라는 기색 없이 지극히 사무적으로 그레이스는 말했다. - P270

그녀가 내게 보여준 건 작고 동그란 금속판이었다. - P271

호텔에서 나오기 전에 프런트 데스크로 가서 팩스가 들어와 있는지 확인했다. 직원은 오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 P272

"오늘 아침에 선생님 회사에서 직접 보내왔더군요. 한시라도 빨리 수속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면서요. 그래서 그 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죠. 유능한 부하 직원을 두셔서 부럽습니다." - P273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단순한 소매치기 사고 정도는 가끔씩 일어나긴 합니다만." - P274

"그러니까 그 말씀은, 범인들이 진작부터 우리 두 사람을 노리고 있었다는 건가요?" - P274

"내내 우리를 노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왠지 섬뜩해지네." - P275

사진관은 언뜻 봐서는 무엇을 파는지 알 수 없는 가게였다. - P276

"이건 카메라에서 버튼전지를 넣는 부분의 뚜껑이야." - P277

"제법 흥미진진한 여행을 하고 있는 모양이더군." - P278

그 카메라는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엉클 톰과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실로 유서 깊은 물건이라고. - P278

"꼭 그래줘. 아무 말 안 했지만 그 카메라에서 가장 가치 있는 부분이 바로 그 뚜껑이거든." - P279

3주 전에 새를 관찰하던 영국인이 습격을 당한 사건이 피해자 본인의 수기 형식으로 실려 있었다. - P279

"하필이면 카메라가 없을 때 희귀한 새가 훌쩍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 P280

그렇다면 왜 카메라를 도둑맞은 후에 버튼전지 뚜껑이 내지갑 속에 들어 있었던 것일까? - P281

나와 유키코는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일어서서 운전기사에게 "스톱!" 이라고 외쳤다. - P282

 여자 변호사 캐시 - P282

그러니까 우리가 타기 전에 그 뚜껑은 이미 순찰차 안에 떨어져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 P283

그래서 운전한 경찰관을 추궁했더니 의외로 순순히 자백을 했다는 것이다. - P284

그날 경찰관은 예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투어 데스크의 여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캐나다에서 온 일본인 커플이 브라울리오 카리요 국립공원에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P285

하나는 두 분이 얼마나 범인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고, - P285

또 하나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 - P285

경찰에게 그 두 사람을 추적할 만한 적극성은 없으리라는 것이 그녀의 판단이었다. - P286

Welcome home Ted & Ann - P287

그 난폭한 글씨는 만날 잔소리만 해대던 타니어 아주머니가 쓴 것이 분명했다. - P287

첫인상이 좋다고 그 사람을 믿지 말 것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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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보고」 - P201

야마시타 노리코 - P203

도모미 - P203

그건 역시 그 노리코, 하세가와 노리코가 보낸 편지였다. - P203

추신, 돈이 아까워서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어. 그이랑 같이 찍은 사진을 동봉할게. - P204

도모미는 거의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사이타마 집에서 통학했지만 노리코는 이시가와 현 출신이어서 자취를 했다. - P205

거기에 찍혀 있는 사람은 노리코가 아니었다. 몸매나 긴 머리는 비슷하지만 얼굴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 P206

‘혹시 성형을 한 건가?‘ 하는 생각이 퍼뜩 머릿속에 떠올랐다. - P207

전화를 받지 않는 것쯤이야 어떻게든 해석할 수 있지만 사진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고 기묘했다. - P208

"이쓰키 히로유키가 다니던 찻집을 알고 있는데 같이 가실래요?" - P209

‘야마시타 마사아키 노리코‘라는 문패가 걸려 있었다. - P211

남자의 눈에 경계하는 빛이 서렸지만 도모미는 주저하지 않고 물었다. - P212

‘입주자 모집 중, 가와하라 부동산중개소 TEL XXXㅡXXXX‘ 이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 P213

부동산중개소 주인은 야마시타 마사아키의 근무처와 보증인이 되어준 노리코의 부모님 주소를 알려주었다. - P213

"그럼 열쇠를 언제 바꿀 건지 내가 묻더라고 좀 전해주지않을래요?" - P214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연기가 서툴렀다. - P215

이 부근은 데라마치(寺町, 절 동네라는 일본어)라는 동네인데 그 이름대로 절이 많았다. - P216

‘내일은 겐로쿠엔과 이시가와 뭐라고 하는 문학관과 옛 무사들의 저택 부근을 돌고 특산품이라도 하나 사야겠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 P217

여행을 가면서 행선지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다니 분명 이상하다. 게다가 뭘 어떻게 잘못하면 엉뚱한 사람 사진을 친구에게 보낸단 말인가. - P218

여기저기 전화를 해 보다가 요코에게서 수확을 얻었다. - P219

노리코가 자신의 집에 전화한 건 오늘 밤 재워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 P220

"그럴 수 없으니까 부탁하는 거잖아. 나 지금 가나자와에 와 있어.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기가 좀 힘들어. 요코, 부탁할게." - P220

그 사진도 그렇고, 노리코가 요코에게 결혼한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했다. - P221

‘아무튼 지금은 노리코가 전화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 - P222

"어쩌면 별일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 네 결혼 보고에 관한 건데 말이야." - P222

원래 오늘 돌아올 예정이었다고 했다. - P223

"만약 그렇다면 네 남편이라는 사람, 정말 말도 안 되게 경솔한 사람이다. 이렇게 전혀 상관도 없는 사진을 넣어 보내다니 말이야." - P224

"여기에 찍혀 있는 남자는 그 사람이야. 그리고 여자 쪽은 그 사람의 전 애인, 아니, 현재 애인이야." - P225

호리우치 아키요 - P225

아키요는 그럴 리 없다고 했다. 마사아키 씨는 지금도 자기를 사랑하고 있고 당신과 헤어지고 싶어 한다고. - P226

처음에는 어물거리며 적당히 넘어가려하더니 결국 털어놓더라고, 결혼을 전제로 사귄 적이 있다고말이야. - P227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정말로 야근을 한 건지 그것도 의심스러워. 어쩌면 그 여자와 만났을지도 모르지." - P228

"도모미, 나랑 같이 우리 집에 가줄래? 이참에 이것저것 매듭을 지어야겠어." - P229

"알겠다. 그 여자 짓이야. 약이라도 올리겠다는 심보로 그 여자가 한 짓이 틀림없어." - P231

그녀는 저와의 관계뿐 아니라 직장이라든지 가족 일로 고민에 빠져서 노이로제 상태입니다. - P232

"그녀가 행방불명이랍니다. 지난주 금요일부터요." - P233

마사아키가 호리우치 아키요의 집에 전화했을 때 마침 그 하시모토 형사가 와 있다가 전화를 받은 것이다. - P234

형사 일행이 돌아가자 노리코가 말했다.
"내가 그 여자를 어떻게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 집요하게 물은 거라고." - P235

"연락처만이라도 알려주세요. 경찰이 물어보면 난처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 P236

"그런데 말이야, 마사아키 씨가 하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지 않니?" - P237

"그거 잘됐군요. 그런데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요. 혹시 그 사진을 보여준 사람들을 모두 기억하시나요?" - P238

"도모미, 얼른 일어나, 범인이 잡혔대." - P239

"옆집에 사는 남자 사쿠라이가 자백을 했습니다. 여자를 죽였다고요." - P240

나비 표본을 노렸다고 하네요. 사쿠라이 역시 나비 마니아거든요. - P241

놀란 사쿠라이는 시끄러워지면 곤란하다 싶어 그녀의 목을 조른 겁니다. 소심한 남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발작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죠. - P242

알리바이 - P242

"그런데요, 옆집 남자, 그러니까 사쿠라이 씨가 수상하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시게 된 거죠?" - P243

지문 조사 - P243

‘정말 어처구니없는 가나자와 여행이 되고 말았네. 제대로구경도 못 했잖아. 그래도 뭐 일이 잘 풀렸으니까. 나중에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고.‘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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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 가득 샤미센 가락이 울려 퍼지는데, 정작 연주하는 여인은 그림자 같았다. - P306

얼굴이 달아오르고 손끝까지 뜨거운데, 심장은 서늘했다. - P306

죽은 후에도 인터넷 세상에서 ‘야심한 연극반의 남자 게이샤로 떠돌게 될 아버지가 말했다. - P306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입었던 여자 옷을, 그 후로도 벗을 수가 없었어요. - P307

나는 아버지로 인해 태어났다. 엄마 자궁에서 살아남았을 때가 아니라. 아버지가 엄마 옷을 입은 그 순간, ‘별‘ 이라는 이름으로 이 세상에 로그인하게 된 것이다. - P307

그때 갑자기 미친 생각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남긴 단서와 마주치기 전에 한글학교 에루화를 보고 싶었다. - P308

柳. 버들 류가 새겨진 문패였다. 대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 P309

낮고 차분한 엄마의 웃음은 모든 방에서 햇빛처럼 쏟아져 점점 더 또렷하게 들려왔다. - P309

한글학교 에루화는 시영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에 있었다. - P310

나는 초인종을 눌렀다.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 - P311

그 하늘에 엄마 얼굴이 하얗게 떠올랐다가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아버지 얼굴로 크로스디졸브됐다. - P311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 P312

3부

제44회 이상문학상
선정 경위와 심사평 - P313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심사 및 선정 경위 - P314

예심을 제도화하다. - P315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최종 심사 대상 작품 (11편) - P317

화상회의로 진행한 최종 심사 - P318

이승우의 〈마음의 부력〉을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 - P319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심사평 - P322

계속되는 소설의 질문들
안서현 · 문학평론가. - P323

삶의 비의를 향한 탐색
장두영 · 문학평론가 - P329

한을 녹이는 방식 ㅡ 두마음이 하나 됨에
윤대녕 · 소설가 - P334

가족 사이에 생긴 부채감을 섬세한 결로 풀어낸 중후한 작품전경린 · 소설가 - P339

한국 소설의 심줄 혹은 문장의 가치
정과리 · 문학평론가 - P344

해체된 세계 너머로의 한 걸음
채호석 · 문학평론가 - P353

주제의 관념성을 극복한감동의 깊이
권영민 · 월간 《문학사상》 편집주간, 문학평론가 - P358

이상문학상의 취지와 선정 규정
한국의 가장 오랜 그리고 으뜸의 문학상으로 평가받는 것은이 규정에 따른 심사의 공정성과 그 작품성에 있다. - P364

1. 취지와 목적 - P364

2. 수상 대상 작품 - P364

3. 상의 종류 - P365

4. 예심 방법 - P365

5. 본심 방법 - P366

6. 이상문학상 작품집 발행의 목적 - P366

7. 이상문학상 운영위원회  - P367

이상문학상 작품집선

● 2019년 제43회 대상 윤이형 그들의 첫 번째와 두번째 고양이

● 2018년 제42회 대상 손홍규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 2017년 제41회 대상 구효서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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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가을이 가기 전에 시작해야겠네. - P46

온대와 아열대 수종의 나무들이 섞여 자라는 섬에 눈이 온들 얼마나 올까. - P47

딸깍, 소리를 내며 알루미늄 상자가 다시 열렸다. - P48

묶어놓은 신경줄이 자칫하면 다시 풀어져버린대. - P49

비행기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섬인데, 그렇게 멀어지도록두는 것 이상의 무엇을 상상할 수 없었나. - P50

시작하고 싶을 때 시작해. - P51

검은 나무들을 심는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 P52

겨울부터 나무들을 모았어, 경하야. - P53

침묵을 깨며 인선이 말했다.
어쨌든 난 계속하고 있을 거야. - P54

이상하지, 눈은,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인선이 말했다.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오지. - P55

  처음부터 내 대답은 필요하지 않았던 듯, 마치 창밖 어딘가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말처럼 그녀가 이어 속삭였다. - P56

사 년 전 내가 꾼 꿈속의 검은 나무들을, 그 꿈의 근원이었던 그 책을. - P57

도망칠 데가 없다고 느끼며 더듬더듬 - P58

3
폭설 - P59

처음에는 새들이라고 생각했다. 흰 깃털을 가진 수만 마리 새들이 수평선에 바싹 붙어 날고 있다고. - P59

이해할 수 없는 대기의 작용으로 바람이 갑자기 정지하는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커다란 눈송이들이 얼마나 느리게 하강하는지, 달리는 버스에서가 아니라면 정육각형의 결정들을 육안으로 관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P60

중산간 지역 - P61

먼저 도착한 일주버스를 타고 P읍에 도착한 뒤 지선버스로 갈아타고 인선의 마을까지 들어가는 것. - P62

커다란 진홍색 꽃송이들을 무더기로 피워낸 아열대의 나무들이 세차게 몸을 흔들고 있다. - P63

새라니, 라고 되물으려다 말고 나는 지난해 가을 인선의 집에서만났던 작은 앵무새들을 기억했다. - P64

아미가 몇 달 전에 죽어서, 지금은 아마만 있어. - P65

네가 가주면 좋겠어, 경하야. 그 집에서 아마를 돌봐줘. 내가 퇴원할 때까지만. - P66

그렇게 갑자기 환경이 바뀌는 걸 견딜 수 없을 거야, 아마는. - P67

정말로 부탁할 사람이 나뿐인 걸까? 한 달 가까이 제주에 머물며 새를 돌볼 수 있는 사람, 더이상 일도 가족도, 계속할 일상의 의미도 존재하지 않게 된 사람이? - P67

어디까지 감수꽈? - P68

거의 절망적인 피로가 남자의 목소리에서 묻어 나온다.
버스 앞에 분명히 붙어 있잖습니까? 공항 간다고. - P69

남자는 시종 깍듯한 말씨를 쓰고 있지만, 운전기사가 절반쯤 섞어 쓰는 반말 때문인지 어딘가 울분을 누르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 P70

어디까지 구름이고, 안개이고 눈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저 일렁이는 회백색 덩어리가. - P71

농구 규칙도 모르면서 보는 거야, 사람들이 많이 나오니까. 집이 외떨어져 있어서 일이 없을 땐 적적해하시거든. - P72

바람이 센 곳이라 그렇대, 어미들이 이렇게 짧은 게. 바람소리가 말끝을 끊어가버리니까. - P73

짐작과 다르게 인선은 카메라를 가지러 되돌아오지 않았다. - P74

네가 늘 할머니 같은 엄마라고 해서, 정말 나하고 외할머니 사이 같은 줄 알았는데. - P75

그런데 그해엔 왜 그렇게 엄마가 미웠는지 몰라. - P76

그냥, 이 세상이 역겨운 것처럼 엄마가 역겨웠어. 나 자신이 혐오스러운 것과 똑같이 엄마가 혐오스러웠어. - P77

조카 언니
엄마의 하나뿐인 언니의 손녀딸 - P78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 다짐했어. 언니가 말한 모든 걸반대로 하겠다고, 엄마에게 전화하지 않고, 물론 섬으로 돌아가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을 거라고. - P79

내가 죽지 않은 건 지하수 배수를 위해 쌓아놓은 부직포 더미위로 떨어졌기 때문이었어. - P80

꿈속에서 엄마 몸이 덜덜 떨릴 만큼 그게 무서웠대. 따뜻한 애기 얼굴에 왜 눈이 안 녹고 그대로 있나. - P81

치매 초기라고 들었던 인선의 어머니가 예상 밖으로 깔끔하고 차분한 노인이어서 나는 놀랐다. - P82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인적 없는 하얀 거리가 커다란 그림책처럼 펼쳐졌다. - P83

죽으면 사람의 몸이 차가워진다는 걸, 맨뺨에 눈이 쌓이고 피 어린 살얼음이 낀다는 걸. - P84

머리에 더 눈이 쌓여 이젠 마치 흰 털실로 뜬 모자를 쓴 것처럼 보이는 인선이 입을 벌려 말할 때마다 반투명한 불꽃 같은 입김이 흘러나와 어둠 속에 번졌다. - P85

수십 년 전 생시에 보았고 얼마 전 꿈에서 보았던, 녹지 않는 그 눈송이들의 인과관계가 당신의 인생을 꿰뚫는 가장 무서운 논리이기라도 한 것처럼. - P86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 다녔다는 여자애가. 열일곱 살 먹은 언니가 어른인 줄 알고 그 소맷자락에,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하고 그 팔에 매달려 걸었다는 열세 살 아이가. - P87

사실은 미친 짓이야 - P88

누군가의 어깨에 얹으려다 말고 조심스럽게 내려뜨리는 손끝처럼 눈송이들은 검게 젖은 아스팔트 위로 내려앉았다가 이내 흔적없이 사라진다. - P89

4
- P90

너무 고요하다. - P91

수만 송이의 함박눈이 내 목소리를 빨아들여 지우는 것 같다. - P92

바람이 멎은 것같이 이 눈도 갑자기 멈춰주지 않을까.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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