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아래 올리브 ㅣ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에 왜 올리브를 넣었을까? 올리브나무는 척박한 지중해 환경에서 생존하며 일 년 내내 잎이 푸르고 수형이 아름다워 실내 외 인테리어 식물로 많이 키우며,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와 풍부한 빛, 통풍이 달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태양 아래 올리브 ㅣ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

태양 아래 올리브_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곁에 머물 수 있을까

​

책 제목에 왜 올리브를 넣었을까? 올리브나무는 척박한 지중해 환경에서 생존하며 일 년 내내 잎이 푸르고 수형이 아름다워 실내 외 인테리어 식물로 많이 키우며,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와 풍부한 빛, 통풍이 잘되는 환경에서 잘 자란다. 나무의 용도로는 향신료로 널리 이용되어 왔으며, 과피에서 추출한 오일은 진통제·살균제·해열제로 사용, 씨앗으로부터 얻은 오일은 비누 제작, 연료 및 윤활유 등에 활용된다.

​

태양 아래 올리브 책은 수녀인 이레와 과학기술 저어널을 담당하는 솔민이 주인공으로 나오며 이레는 눈앞의 사람을 먼저 구하려 하고, 솔민은 모두가 살아서 빠져나갈 방법부터 계산, 서로의 판단은 번번이 충돌하지만 흥미롭게도 한 사람의 부족함을 다른 사람의 방식이 채워주고 있다. 부딪치기 때문에 위기가 생기기도 하지만, 바로 그 차이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올리브나무를 바라보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낯선 땅에 뿌리내린 나무를 보며 새로운 조직으로 옮겼던 시절이 떠올랐다. 나 역시 처음에는 기존 구성원들과 업무 방식과 사용하는 용어가 달라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상대의 경험을 인정하고 작은 일부터 책임 있게 수행하면서 조금씩 신뢰를 얻었다. 나무가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는 데 시간이 필요하듯, 사람도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이레에게 공감이 가는 이유는 나는 사실과 원칙을 따지는 솔민보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레에게 조금 더 공감했다. 사람의 행동은 언제나 책이나 규정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살아온 환경과 경험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솔민에게 배울 점은 좋은 의도에도 공정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운다.



사람을 그 사람 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관계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혼자서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낸 시간, 서로 주고받은 믿음과 기억을 통해 조금씩 만들어진다.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오랫동안 대화하고 곁에 머문다면 그 사람의 생각과 아픔을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믿음이라는 말을 주로 종교와 연결해서 생각했다.

​

믿음은 증명하기 어려운 존재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태도라고 여겼으나 책을 읽고 나서는 타인의 마음과 고통을 대하는 자세도 믿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상대의 고통을 내가 완전히 확인하거나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외면해서는 안 되며 먼저 고통 받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도움을 준 다음, 사실과 원인을 차분하게 확인할 수도 있다. 믿음은 아무것이나 사실로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아직 모든 것을 알지 못하더라도 상대의 목소리를 함부로 무시하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태양 아래 올리브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묻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이레와 솔민은 성격과 판단 방식이 다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상대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해 간다. 누가 완전히 옳고 그른지 결정하기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과학과 신앙의 충돌 역시 어느 한쪽의 승리로 정리되지 않는다. 과학은 거짓과 오류를 검증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강력한 방법이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이유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반대로 믿음은 고통 속에서도 사람을 일으켜 세울 수 있지만, 검증을 거부하는 순간 폭력과 맹신으로 변할 위험이 있다. 이레와 솔민의 동행은 과학과 믿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가 어떻게 상대의 한계를 비추어주는지 보여주는 여정이다.

​

또 다른 장점은 진지한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하고 빠르게 바뀌는 장소와 사건, 날 선 말다툼 속에 끼어드는 유머가 이야기의 속도를 살린다. 비밀이 한꺼번에 공개되지 않고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다음 장을 계속 넘기게 된다. SF 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두 사람의 관계와 추적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작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영혼은 어디에 깃드는지,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조건은 무엇인지, 증명할 수 없는 것을 믿는 선택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질문하지만 결론을 독자에게 넘기고 있다. 태양 아래 올리브는 과학적 상상력과 긴박한 추적극, 오래된 우정의 회복을 한 편의 이야기 안에 균형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우리는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며 때로는 자기 자신조차 설명하지 못한다. 누구의 곁에 남기로 선택할 수 있다면, 이해의 부족이 반드시 관계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

자라서는 안 된다고 여겨진 땅에서도 올리브가 태양을 향해 가지를 뻗듯이, 사람도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누군가 판단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 만으로 그 사람의 존재까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 질문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는 것 만으로도 태양 아래 올리브는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이다.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돌이킬 수 없는 과거 앞에 서성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 강태공으로 알아보는 천하를 낚는 삶의 태도 ㅣ 동양철학전집 고전보감 시리즈 2
강태공 지음 / PHILO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

돌이 킬 수 없는 과거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

강태공은 누구인가? 중국 주나라 책사로 힘이 없는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인물이다. 과거의 일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위해 준비 하라는 내용이 강하게 다가온다. 이미 엎질러진 물에 연연하지 말고 깨끗하게 닦고 새로운 물을 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모시는 주군이 자기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으면 관직에 미련을 두지 말고 빠르게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

그러나 나라의 녹을 먹고 있는 사람은 그 계급장을 쉽게 떼어 내지 못한다. 발 아래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말을 듣고 예. 나리 하고 행동을 하니 이 보다 더 기분이 좋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세상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주군이 청렴하지 못하고 더럽기 시작하면 겉 잡을 수 없다. 주군의 됨됨이를 보고 관직에 나서는 것이 맞다.

​

주군이 형편 없으면 그 사람이 내려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자기 세대에 그럴 경우가 없으면 내 복이 여기까지인가 싶다 생각을 해야 한다. 죽기 전에 벼슬을 해 보겠다고 달려들면 끝이 좋지 않다. 이런 기본적인 상식을 모두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벼슬에 눈이 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 강태공은 이것을 잘 지킨 것으로 생각된다.



살다 보면 이미 끝난 일을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다시 재고를 할 때가 많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 사람에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말했더라면, 조금만 일찍 기회를 알아보았더라면 삶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러나 과거를 되짚는 다고 해서 수정이 안된다. 오히려 오늘이라는 귀중한 시간이 낭비된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 앞에 서성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는 바로 미련의 자리에서 우리에게 묻는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바라보며 계속 탄식할 것인가, 아니면 젖은 자리를 닦고 남은 잔을 다시 채울 것인가.

​

이 책은 중국 고대의 전략가이자 사상가인 강태공의 삶과 철학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 인문 교양 내용으로 오랜 세월 이름 없이 때를 기다렸던 강태공이 문왕을 만나 천하의 흐름을 바꾼 이야기를 통해, 지나간 일에 매달리지 않는 태도와 자신의 때를 준비하는 지혜를 전하고 있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문장은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다. 한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다는 뜻으로, 되돌릴 수 없는 관계와 선택 앞에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보여준다.



인간관계나 인생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돌아설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이 말하는 단절은 무조건적인 포기와는 거리가 있다. 이미 바꿀 수 없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현재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마음의 결단에 가깝다. 과거를 성찰 하는 일과 과거에 갇혀 사는 일은 전혀 다르다. 성찰은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 오늘의 행동을 바꾸지만, 집착은 같은 장면을 반복하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벌준다. 후회가 삶을 위한 교훈이 되지 못하고 자기 비난으로 남는 순간, 우 리는 과거의 사건보다 더 오랫동안 스스로를 아프게 만든다.

​

강태공의 기다림도 깊이 있게 만드는 중요한 대목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동적인 시간이 아니며 그는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동안에도 실력을 다듬고 사람과 시대의 흐름을 읽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때를 기다리는 모습은 운이 찾아오기 만을 바라는 태도가 아니라,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붙잡을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결국 기회는 우연히 찾아올 수 있지만, 그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힘은 오래 축적된 준비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승진, 성공, 재산, 인간관계를 바라보며 자신의 속도를 의심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같은 계절이 동시에 오는 것은 아니다. 누구는 일찍 꽃을 피우고, 누구는 긴 겨울을 통과한 뒤에야 자신의 시간을 만난다. 중요한 것은 늦었다는 불안 때문에 조급한 선택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남의 시계에 맞추어 달리기보다 내 시계는 내가 준비 하고 나의 방향을 찾아 나서야 한다.

​

다만 모든 관계와 실패를 ‘엎질러진 물’이라 여기며 성급하게 끊어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사과와 대화로 회복할 수 있는 관계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인지, 아니면 자존심 때문에 돌아보지 않으려는 것인지 구분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책의 가치는 과거를 무조건 버리라고 명령하는 데 있지 않고 고칠 수 있는 것은 용기 있게 고치고,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것은 담담히 놓아주는 판단력을 일깨우는 데 있다.



우리가 과거 앞에서 서성이는 이유는 미련이 많아서 만은 아니다. 그 선택을 했던 자신을 아직 용서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지금만큼 알지 못했고, 그때의 조건 안에서 나름의 최선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과거의 나를 심판하는 일이 아니라, 오늘의 내가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바꿀 수는 없어도 그 시간을 해석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

​

관계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 놓친 기회를 자꾸 떠올리는 사람, 은퇴나 이직처럼 인생의 전환점 앞에 선 사람에게 권해 본다. 인생은 엎질러진 물의 양으로 결정되지 않고 남아 있는 그릇에 무엇을 채울 것인지 따라 앞으로의 삶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과거는 이미 닫힌 문이지만 오늘은 아직 손잡이를 잡고 있는 문이다. 뒤를 향한 질문을 멈추고 앞으로의 삶에 물어야 한다. 나는 남은 시간에 무엇을 채우며 살아갈 것인가.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흔들릴 때마다 나는 빅터 프랭클을 읽었다 - 아무도 나를 구원할 수 없을 때, 스스로 구원이 되어라
빅터 프랭클 지음 / 닻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

흔들릴 때마다 나는 빅터 프랭클을 읽었다_ 삶이 힘들 때 우리를 다시 일으키는 것은 무엇인가

​

살다 보면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결과가 기대와 다르고,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건강과 돈, 가족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오기도 한다. 그럴 때 묻는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할까.” 빅터 프랭클의 흔들릴 때마다 나는 빅터 프랭클을 읽었다. 책은 이 질문에 쉽게 괜찮아질 것이다 라고 답을 해 주지 않는다.

​

대신 질문의 방향을 바꿔준다. 삶이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묻기보다, 지금 이 삶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이 질문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모든 것을 다 빼앗겨도 마지막까지 남는 것이 있다. 빅터 프랭클은 평범한 철학자가 아니며 정신과 의사였던 그는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강제 수용소에 수감돼 죽음과 굶주림, 폭력의 한가운데를 지나왔다.



부모와 형제, 아내까지 잃는 비극을 경험했지만 살아남았고, 이후 자신의 경험과 정신 의학 연구를 바탕으로 로고테라피, 즉 의미 치료를 발전시켰다. 그가 경험했던 현실을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 프랭클이 말하는 희망은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상황을 마음대로 바꿀 힘은 없지만, 그 상황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우리 역시 살아가면서 바꿀 수 없는 일을 많이 만난다. 지나 가버린 시간, 잘못했던 선택, 헤어진 사람, 실패했던 일은 아무리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그 많은 경험을 앞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갈 것인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흘러간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과거를 바라보는 나의 태도는 바꿀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이 다시 살아갈 힘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행복을 좇을수록 행복에서 멀어질 수 있으며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한다. 돈을 벌고, 좋은 집을 마련하고, 성공하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물론 모두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이루고 나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긴다. 좋은 집, 많은 돈, 높은 자리 그러다 보면 행복은 항상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있다.

​

'이것만 이루면 행복할 텐데.' 하지만 그것을 이루고 나면 또 다른 '이것'이 기다린다. 프랭클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행복은 억지로 붙잡으려고 할수록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삶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누구를 사랑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다 보면 행복은 결과처럼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

​

행복 자체를 인생의 목표로 삼기보다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더 현실적인 행복일 수도 있다. 인생 후반에는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젊었을 때는 앞으로 무엇을 얻을 것 인지가 중요하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집을 마련하고, 자녀를 키우고,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쉼 없이 달린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지점을 지나면 목표가 다르기에 질문도 조금씩 달라진다.



'나는 무엇을 이루었는가?' 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로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직장을 떠나면 오랫동안 나를 설명했던 직책도 사라진다. 명함의 회사 이름과 직책을 지우고 나면 온전히 '나' 라는 사람만 남는다. 그 순간이 허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제부터 다른 사람이 정해준 목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의미를 따라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기도 하다. 프랭클은 인간이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의미를 발견할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고 보았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 위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시작됐다는 뜻일 수도 있다.

​

고통에도 의미가 있을까? 책에서 가장 쉽게 답하기 어려운 부분은 고통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도 고통을 원하지 않는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피 수 없는 고통도 있다. 그때 중요한 것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라는 질문에만 머물지 않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볼 수 있다. '이 일을 겪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같은 실패를 겪어도 어떤 사람은 그 자리에서 멈추고, 어떤 사람은 그것을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로 만든다. 고통 자체가 사람을 성장 시키는 것은 아니다. 고통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태도를 선택했는지 사람을 변화 시키는 것이다.

​

흔들릴 때마다 나는 빅터 프랭클을 읽었다. 를 읽으며 가장 크게 남은 것은 희망보다 책임이라는 단어로 내 인생을 누군가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좋았던 선택도, 후회되는 선택도 결국 내가 살아온 인생의 일부다. 앞으로 남은 시간 역시 남이 살아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야 한다. 프랭클은 삶의 의미를 거창한 성공에서만 찾지 않는다.

​

자신이 해야 할 일, 사랑하는 사람,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여주는 태도에도 의미를 발견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생각을 하면 우리의 평범한 하루도 달라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 가족과 함께 밥을 먹으며 오늘은 무엇을 할까? 질문을 하는 시간이 좋은 삶으로 가는 것이다. 감사합니다.(제네시스 드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토지 필사 노트
박경리 지음, 유선경 엮음 / 다산초당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

토지 필사 노트_ 박경리의 문장을 손으로 읽는 시간

​

한국 문학을 이야기할 때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시오노 나나미가 15년에 걸쳐 작성한 로마인 이약기처럼, 책의 양이 20권으로 많아 다가가기 어려운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언젠가 시간을 만들어 꼭 읽어 봐야겠다고 마음먹지만, 등장인물과 시대적 배경, 긴 서사를 생각하면 시작부터 많이 부담스럽다. 다산 초당에서 출간한 토지 필사 노트는 그런 독자에게 거대한 작품으로 들어가는 작고 친절한 문을 만들어 준다.

​

이 책은 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최초의 공식 토지 필사집이다. 어른의 어휘력과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를 쓴 유선경 작가가 토지 전권에서 오늘의 독자에게 필요한 문장 147편을 골라 엮어 놓았다. 삶의 고통과 기쁨, 인간의 욕망과 사랑, 세상의 모순과 끝내 살아가는 힘을 담은 문장들이다.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도 앞뒤 이야기를 몰라 막히지 않도록 구성했다는 점이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문장을 만나도 빠르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읽는 순간에는 깊이 감동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문장도 감정도 흐릿해진다. 필사는 이처럼 흘러가 버리는 문장 앞에 잠시 멈춰 서게 해 준다. 눈으로 읽고 감동을 하고 손으로 작성하면 기억에 남아 단어 하나와 문장 부호 하나까지 천천히 바라보게 된다. 평소 같으며 지나쳤을 표현과 리듬이 살아나고, 작가가 왜 이 단어를 이 자리에 놓았는지도 생각을 하게 만든다.

​

박경리의 문장은 단순히 아름다운 표현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욕망과 사랑, 가난과 상실, 생명과 존엄을 꿰뚫는 통찰이 담겨 있다. 토지의 인물들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휩쓸리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견딘다. 완벽한 영웅도 아니고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아니다. 욕심을 부리고 상처를 주며 때로는 무너지지만, 그럼에도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고 오래된 배경의 작품인데도 그들의 고민과 감정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살다 보면 누구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 시간이 찾아온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야 할 때도 있고, 가까운 사람과 헤어지거나 자신 있게 내린 선택이 기대와 다른 결과로 돌아올 때도 있다. 이런 순간에는 단순한 위로나 성공의 공식보다 먼저 그 길을 지나간 사람의 이야기가 더 큰 힘을 준 다. 토지 속 인물들이 고통을 없애기보다 그것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모습은 삶이 흔들릴 때 다시 중심을 잡게 해 준다.

​

필사를 하게 되면 책을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하루에 많은 내용을 읽었다는 성취보다 한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손으로 천천히 옮겨 적다 보면 문장이 어느 순간 자신의 경험과 만나게 된다. 젊은 시절에 이해하지 못했던 말이 나이가 들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고, 평범해 보이는 구절에서 지나온 인생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같은 문장도 읽는 사람의 나이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 고전의 힘이 아닐까?



오랜 직장 생활을 돌아보면 일도 사람도 빠르게 판단했던 순간이 많았다. 정해진 일정 안에서 공사를 끝내고 품질과 안전을 지키려면 신속한 결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과 관계는 공정표처럼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박경리의 문장을 따라 쓰는 일은 한 사람의 삶을 쉽게 단정하지 않는 연습과도 닮았다. 수많은 인물이 저마다의 욕망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인간을 조금 더 넓고 깊게 바라보는 혜안을 가지게 만든다.

​

토지 필사 노트의 장점은 원작을 완독 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박경리의 문학 세계를 만날 수 있고 하루 한 장, 10분에서 20분 정도만 시간을 내도 충분하다. 반드시 첫 장부터 순서대로 쓸 필요도 없다. 그날 마음이 머무는 문장을 골라 써도 되고, 힘든 날에는 위로가 되는 문장을, 새로운 시작 앞에서는 용기를 주는 문장을 선택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많은 분량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문장이 자신의 마음에 들어올 시간을 허락하는 것이다.

​

필사를 할 때는 문장을 그대로 베끼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아래에 짧은 생각을 덧붙여도 좋겠다. 이 문장이 왜 마음에 남았는지, 어떤 사람이나 사건이 떠올랐는지, 오늘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두세 줄 적는 것이다. 그러면 필사 노트는 박경리의 문장만 담긴 책에서 자신의 시간과 경험이 축적된 기록으로 바뀐다. 책을 모두 채운 뒤 다시 펼쳤을 때 그 안에는 토지의 세계와 함께 필사 하던 시기의 나 자신도 남아 있는 것이다.



빠른 정보가 끊임없이 흘러드는 시대에 긴 글을 읽는 일, 손으로 문장을 쓰는 일도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AI는 몇 초 만에 소설을 요약하고 인상적인 문장도 정리해준다. 하지만 대신 읽어준 내용과 내 손으로 직접 쓴 문장이 마음에 남기는 무게는 다르다. 필사는 효율을 위한 일이 아니라 깊이를 위한 일이다. 손끝의 속도에 생각을 맞추는 동안 흩어졌던 마음이 가라앉고, 타인의 문장을 통과해 자신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된다.

​

거대한 고전을 두려워했던 독자에게 쉽게 책을 접하게 만들고 원작을 읽은 사람에게는 박경리의 문장을 다시 깊이 만나는 통로로 생각이 된다. 어휘력과 문장력을 기르고 싶은 사람은 물론, 바쁜 일상에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잘 어울리는 책으로 한 시대를 그린 내용으로 그 시대를 견디며 살아낸 사람들의 마음은 문장으로 남아 후세에 남긴다.

​

그리고 그 문장을 손으로 옮겨 쓰는 순간, 오래전 사람들의 삶은 오늘의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하루 한 장씩 천천히 박경리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토지는 더 이상 멀리 있는 고전이 아니다. 삶의 고비마다 펼쳐보고 싶은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읽는 것을 넘어 손으로 만나고, 쓰는 것을 넘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 그것이 토지 필사 노트가 가진 가장 깊은 매력이 아닐까?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