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 책을 좋아한 당신 덕분에
이소영 지음 / 터치아트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

손님은 좀처럼 오지 않고, 매출은 임대료조차 걱정해야 할 만큼 위태롭다. 장사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답답한 현실이 있을까. 그런데도 해마다 폐업을 고민하면서 10년 동안 책방의 문을 지켜온 사람이 있다.

​

이소영 작가의 『폐업이 이렇게 어렵습니다』는 경기도 수원에서 작은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두 자매의 이야기다. 제목만 보면 폐업 절차의 복잡함이나 자영업의 실패담을 다룬 책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책속의 내용은 전혀 다르다.

​

문을 닫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장사가 잘되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 남겨진 사람과 기억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수원 권선동의 아파트 상가 2층에 자리한 책방 '마그앤그래'. 여섯 살 터울의 친자매가 의기투합해 시작한 이 공간은 두 번의 이사를 거치며 10년이라는 시간을 견뎌왔다.

​

처음 책방을 열겠다고 했을 때 사업가였던 아버지는 차라리 아이스크림 가게를 하라며 말렸다고 한다. 어쩌면 자영업의 현실을 잘 아는 아버지에게 책방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

실제로 책방의 경영 사정은 녹록지 않다.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계산대의 포스기 전원을 켜는 일조차 아깝게 느껴질 만큼 매출이 적은 날도 있다.

​

대형도 아닌 작은 서점은 책을 좋아하는 마음만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임대료와 관리비는 매달 돌아오지만 책을 찾는 손님의 발걸음은 일정하지 않다. 책방 역시 엄연한 자영업이라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

​

그런데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매출표에 기록되지 않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책방의 노란 불빛을 따라 찾아오던 손님 정명, 글쓰기 모임에서 자신의 문장을 키워 등단에 이른 주연, 책방에서 만난 한 권의 책을 계기로 시를 쓴 청년 재혁까지.

​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작은 책방에서 만나 책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의 만남은 단순한 판매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넘어선다.

​

책 한 권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 된다.

​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을 편 사람이 많이 있다. 개그맨이면서 메밀국수 사장인 고명환, 독서로 인생을 바꾼 김병완, 창업가 켈리 최, 돈의 속성 김승호 등 많이 있다.

​

특히 낡은 책 한 권이 청년의 손에 들어가 한 편의 시로 이어졌다는 일화는 인상 깊다. 책방 주인은 책을 팔았지만 독자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한 것이다.

​

작은 책방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이보다 따뜻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작가들과 이어진 인연도 흥미롭다. 싱어송라이터 김목인과의 만남, 오래전 직장 동료였던 소설가 김중혁의 북토크는 조용했던 책방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어려울 때마다 서로 돕고 응원하는 동료 책방인들의 모습은 자영업의 세계에도 경쟁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생각한 것은 경제적 가치와 인간적 가치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

사업의 관점에서 보면 적자가 반복되는 가게를 계속 운영하는 선택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공간이 누군가의 일상을 지탱하고, 책을 통해 사람을 연결하는 장소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

물론 이러한 의미가 경영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공간이라도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독립서점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낭만과 함께 냉정한 질문을 던진다.

​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책을 팔며 오랜 시간을 견딜 준비가 된 사람인가. 책방을 지킨다는 것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기쁨인 동시에 그 일을 지속하기 위한 현실적인 책임을 감당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

『폐업이 이렇게 어렵습니다』는 성공한 창업자의 화려한 경영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성공과 실패라는 단순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는 한 공간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

​

늘 그 자리에 있어 당연하게 여겼던 공간에도 누군가의 생계와 기다림, 그리고 오랜 인연이 쌓여 있을 것이다. 가게는 매출로 평가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만들어진 시간과 관계의 가치는 숫자로만 설명할 수 없다.

​

이 책은 책을 사랑하는 독자뿐 아니라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언젠가 동네의 작은 책방을 발견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문을 열어보자.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책 한 권이 예상하지 못한 인연과 새로운 생각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

어쩌면 책방을 지키는 힘은 많이 팔리는 책보다, 그 공간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